극에 달한 '대포폰' 사용,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극에 달한 '대포폰' 사용,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19.07.23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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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폰 금지법 발의 국회의원, 대포폰 이용해 뇌물 증거 인멸하려다 징역형 선고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간혹 범죄 관련 영화를 보면 조폭이든 비리 공무원이든 비리 경찰이든 그들 책상서랍에는 대포폰으로 보이는 휴대전화가 여러 개 있고 이를 골라 통화하는 장면이 필수적으로 나온다.

그만큼 우리 사회는 대포폰 사용이 극에 달해 있음을 느끼게 된다.

최근 법원은 자신 명의로 총 82대의 대포폰을 개설한 뒤 이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건넨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여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했는데, 이렇게 판매된 대포폰은 보이스피싱 조직들의 "저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말에 속은 피해자 49명에게 총 6억여원의 사기 피해를 입혔다.

또 회원수 110만여명의 국내 최대 성매매 알선 포털사이트 두 곳이 적발되었는데 이들 사이트 운영자는 업소 홍보광고를 실어온 5천여 성매매업소에 "경찰 단속을 피하는 데 사용하라"며 불법 대포폰을 만들어 판매했다고 한다. 대포폰은 범죄 단속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장애물로 등장하였다.

대포폰 개설과 판매는 현행법상 명백한 범죄이지만, 필요한 사람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얼마든지 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학생 등의 명의를 빌려 이른바 선불 방식의 대포폰을 개통한 뒤 재판매하는 수법으로 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긴 조폭 등 일당이 경찰에 적발되었다. 이들은 대학생 등 350명 명의로 대포폰 832대를 개통한 뒤 성매매, 유흥업소 전문사이트를 통해 판매하였고, 명의를 빌리는 대가로 대당 2~5만원을 지급하고 대포폰 개통 뒤에는 15~20만원에 판매해 억대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고 한다.

대포폰이란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로 등록하여 사용하는 휴대전화를 말한다. 주로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하여 범죄 용도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포’가 허풍이나 거짓말을 가리키는데서 이름이 유래됐다고 한다.

요즘은 일반인들 중에도 휴대전화를 복수로 개설하여 용도별로 사용하기도 하고 때로는 불법한 용도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명의로 개설한 휴대폰을 자신이 직접 사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타인의 명의로 개설한 휴대폰, 즉 차명폰을 사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이 개설한 휴대폰을 사들이건, 불법으로 타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개설하건 모두 불법한 대포폰인 것이다.

종래 보도된 많은 사건사고로 미루어 짐작컨대 대포폰은 범죄자들의 불법한 의사소통을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될 뿐아니라, 기업체 운영진이나 고위공무원들이 뇌물이나 청탁 등 불법한 의사 연락을 하기 위해서도 사용이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어이없는 경우는 대포폰 금지법 제정에 앞장섰던 국회의원이 자신의 뇌물 의혹 관련 증거를 대포폰을 개통해 인멸하려던 것이 적발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은 일이다. 이 국회의원은 뇌물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대포폰을 개통해 의혹 당사자들과 입맞추기를 시도한 정황이 검찰에 적발되었는데, 알고보니 2013년 대포폰 금지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이었다. 이전까지는 대포폰 관련 형사처벌이 대포폰 개통행위에만 한정돼 있었던 것을 사용자까지 확대하여 처벌, 대포폰 사용을 근절하자는 취지로 법안을 발의하였던 것이다. 이 규정은 2014년 10월부터 적용됐는데 정작 법안을 발의한 본인이 이 법안으로 인하여 처벌된 것이었다.

대포폰 사용이 가장 극에 달한 것은 지난 정권 말기에 대통령과 비서관들이 대포폰으로 의사소통을 한 것이 발각되어 크게 문제가 되고 이러한 사실이 대통령직 해임에 하나의 사유로 작용되었을 것임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에서 대포폰의 사용을 막는 일이야말로 지금 현재 어떠한 범죄방지책보다 가장 시급하고 긴요한 정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보다 강력한 대포폰 규제 정책 실시가 필요하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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