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심 판결 "사회공동체 전반에 큰 불안 안겼다" "죄질 무거우나 조현병에 따른 심신미약 상태 고려"

지난 5월 발생한 강남역 인근 화장실 '묻지 마 살인 사건'의 범인 김모(34)씨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4부(부장판사 유남근)는 14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징역 30년을 선고하고, 치료감호 및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에서 징역 30년이 선고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의 범인 김모씨. /연합뉴스

재판부는 "피해 여성은 고통과 공포 속에 생을 마감했고 유족들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고통을 겪은 데 더해 사회공동체 전반에도 큰 불안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책임주의 처벌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 피고인의 심신 미약 상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이후 이를 은닉하지 않았고 다음날 옷에 묻은 피도 지우지 않은 채 흉기를 가지고 출근했다"며 "김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부분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현병에 따른 심신 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부연했다.

김씨는 1999년 처음 정신병 증상을 보인 후 2009년 입원치료를 받으면서 조현병 진단을 받았다. 이후 여러 차례 입· 퇴원을 반복하면서 계속 망상적 사고와 현실과 동떨어진 자신만의 공상에 몰두하는 증상을 보였다. 범행 이후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한 의사는 "김씨가 범행 당시 망상적 사고에 빠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다소 굳은 표정으로 재판정에 들어온 김씨는 재판 내내 안경을 고쳐쓰거나 선 채로 다리를 떠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고, 피해자의 어머니를 비롯한 유족들은 재판 내내 흐느꼈다.

법원은 법정경위와 방호원을 배치해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지만 재판은 차분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김씨는 지난 5월 17일 오전 1시 7분쯤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한 주점 건물 공용 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 A(23)씨를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초 김씨가 여성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 혐오 범죄' 논란이 일었지만 검찰은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 끝에 여성 혐오 범죄로 보기 어렵다고 결론냈다.

이날 재판부는 "정신감정인이 법정에서 김씨가 여성을 혐오한다기보다 남성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며 "김씨는 남성을 무서워하는 성격과 망상에 따른 피해의식으로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 공판에서 김씨에게 무기징역과 함께 치료감호와 전자발찌 20년 부착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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