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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행복토크. /SK하이닉스 블로그

[법률방송뉴스] SK하이닉스의 일명 퇴출 프로그램이라고 불리는 PIP가 최태원 SK 회장의 행복론을 무색케 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 직원들은 “역량향상 프로그램인 PIP는 사실상의 직장 퇴출을 위한 불합리한 인사 시스템”이라며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PIP는 SK가 하이닉스를 인수한 이듬해인 2013년 도입된 인사제도로, SK하이닉스는 기술사무직 직원들만을 대상으로 인사고과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경우 2개월간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 자체가 역량 향상과는 관계가 없는데다 대상자 선정 기준도 외부에 전혀 알려진 것이 없어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SK하이닉스 측은 PIP 교육 대상 직원들에게 사전 퇴사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퇴출 프로그램이 아니냐는 오명까지 쓰고 있다.

이에 노조 측이 회사에 명확한 선정 이유와 기준 등 구체적인 인사정책 자료를 수차례 요청했지만 묵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PIP는 2개월 과정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으로 나뉘어 '동물의 왕국'이나 '지식채널e' 등의 동영상을 보고 내용을 요약하거나, 전직 프로그램, 이력서 작성법 등의 강의를 듣는 프로그램으로 짜여 있다.

지난해부터 혁신과 리더십 관련 내용이 추가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역량 강화와는 관계가 멀다는 지적이다.

PIP를 이수하면 2주간 대기발령 상태를 거쳐 성과향상계획서를 작성하고 HR팀 모니터링을 받은 후 업무에 배치된다.

그러나 업무를 주지 않거나 관련 없는 허드렛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어 PIP 대상자가 되면 대부분 퇴사를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플랫폼 전문기업인 SK플래닛은 희망퇴직 거부자와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4년간 PIP 교육을 시키다 고용노동부가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근로감독을 추진하자 교육을 중단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설립한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지회 간부 13명 중 7명이 최하위 또는 하위등급으로 분류된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사무직 직원 4명은 지난해 9월 SK하이닉스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거부해 불이익 처분을 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SK하이닉스 측은 “PIP 대상 선정에 대한 내부기준은 있지만 인사규정을 외부에 설명하지 못하는 것일 뿐, 노조 측 주장처럼 저성과자 퇴출 프로그램은 전혀 아니다”라며 “직원을 채용해서 성과를 낼 수 있을 때까지 교육시키는 데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데 기존 직원들을 내보내봤자 회사에 어떤 이득이 있겠나”라고 해명했다.

이어 “연초에 발표한 기업문화 개선을 위한 방안 중 PIP의 절대평가 개선 방안도 담겨져 있다”며 “다만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도 다 상대평가를 하고 있고 절대평가를 할 경우 고평가자들의 불만도 예상되는 만큼 아직 구체화된 부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경영 화두로 '구성원의 행복'을 꺼내들었다. 행복토크를 통해 직원들과 100회의 만남을 갖거나 공유 오피스를 만들어 칸막이를 없애고, 직급을 매니저로 통칭하는 등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최태원 회장의 행복론에는 인사고과 저평가자들은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회의론이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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