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녹음파일 "세관장님 앉힐 때 돈 들어갔으니 그 돈 빼려고 하는 것" 고씨, 최순실 재판에서는 "최씨가 세관장 할 만한 사람 알아보라고 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폭로한 최순실(61)씨의 측근 고영태(41) 전 더블루K 이사가 세관장 인사에 개입하고 돈을 받은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7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 따르면 인천본부세관 소속 이모 사무관은 지인인 류상영(41) 전 더블루K 부장을 통해 고씨에게 자신과 가까운 선배 김모씨가 인천본부세관장이 되도록 도와달라고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지난해 1월 인사에서 인천본부세관장에 임명됐다가 지난 1월 퇴직했다.

 

최순실(오른쪽)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폭로한 고영태씨. /연합뉴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 사무관이 김씨가 세관장이 된 직후 고씨에게 2천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사무관이 김씨의 세관장 인사 청탁이 성사되는 것을 보고, 고씨에게 청탁 사례금과 함께 본인에 대한 추가 인사 청탁을 위해 돈을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검찰 소환 조사에서 "이 사무관이 고씨에게 보낸 돈은 내 돈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가 관세청 인사에 개입한 사실은 특수본이 확보한 2천391개의 '고영태 녹음파일' 분석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씨가 측근과 통화한 내역에 따르면 “내가 (이 사무관에게) '세관장님 앉힐 때 돈 들어갔으니까 적어도 돈을 벌려는 게 아니고 들어간 돈을 빼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말하는 부분이 나온다.

검찰은 이 부분이 고씨가 최씨를 통해 세관장 인사에 개입하고 모종의 대가를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고씨는 지난 2월 최씨 공판에 출석해 "최씨가 세관장 할 만한 사람을 알아보라고 해 친구 류상영을 통해 김씨의 이력서를 받았다"며 “김씨의 이력서와 함께 사례로 받은 상품권 수백만원어치를 최씨에게 건넸다”고 증언했다.

최씨의 지시로 세관장 후보를 알아본 것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고씨가 김 전 세관장 등에게 금품 등 다른 이권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다음주 고씨를 소환해 이 사무관에게 받은 돈의 성격 등을 조사한 뒤 고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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