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시간 29분' 검찰 조사... 이제는 구속 여부가 초미의 관심 "법과 원칙대로 구속해야" vs "사회 갈등 고려 신중해야" 김수남 검찰총장, 기자 질문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리포트]

어제 오전 9시 25분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들어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늘 오전 6시 54분 청사 밖으로 나왔습니다.

21시간 29분.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은 전직 대통령 가운데 압도적인 최장 조사시간 기록입니다.

반란과 뇌물죄 등으로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검에서 16시간 20분,

포괄적 뇌물 혐의로 노무현 전 대통령은 13시간가량,

내란수괴와 뇌물죄 등으로 구속된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거부해 교도소에서 조사를 받은 바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가장 길게 조사를 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5시간 이상 더 조사받은 셈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를 받는데 14시간, 나머지는 신문 조서를 검토하고 수정하는데 7시간 넘게 썼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문은 이원석 특수1부장이 3시간가량, 한웅재 형사8부장이 나머지 대부분의 시간을 맡았습니다.

이 부장검사는 삼성의 최순실 지원 관련, 한 부장검사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다른 대기업들의 지원 관련 수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특검이 상당한 정도로 수사를 진행한 ‘삼성 뇌물’보다는, SK나 롯데 등 다른 재벌들이 최순실 재단에 건넨 돈의 대가성과 박 전 대통령의 역할 등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오늘, “준비한 질문은 다 했다”며 “조사가 원활하게 진행됐다”고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전체적으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답변 없이 청사를 떠났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혐의 아직도 부인하십니까?”

“...”

“송구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점이 송구하십니까?”

“...”

초미의 관심은 이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입니다.

전례를 보면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검찰은 두 차례 소환해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해 구속했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골목 성명’을 발표하고 고향 합천으로 내려가 버렸지만, 검찰은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전 전 대통령을 합천에서 압송해 안양교도소에 수감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엔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신병 처리와 관련, 검찰은 일단 “조사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해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입니다.

검찰 안팎에선 혐의 정도 등을 감안하면 검찰이 결국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겠냐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뇌물과 문화계 블랙리스트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 누설 등 13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라서는 삼성 외 다른 대기업들과 연관된 뇌물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

혐의 종류와 수, 뇌물액 등 혐의 정도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다른 피의자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습니다.

검찰과 특검 수사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공범 관계’로 적시된 최순실과 안종범 전 수석,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 등 관련자 상당수가 이미 구속된 상태입니다.

이 모든 사건의 정점에 박 전 대통령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돈을 줬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구속됐습니다.

돈을 줬다는 사람을 구속한 마당에 돈을 받은 것으로 적시된 피의자를 구속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남승한 변호사]

“공범으로 기소된 사람들이 대부분 구속 기소된 점, 그리고 구속 기소된 사안에서 공소장 등에 드러난 범죄 혐의가 상당히 중대한 것으로 보이는 점에 비추어 보면 (구속 필요성이 있다)“

반면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불구속 상태에서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안종범 수첩’ 등 관련 물증이나 진술이 확보된 상태이기 때문에 구속 수사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겁니다.

또 ‘불구속 수사가 원칙’ 이라는 원론적인 지적도 있습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박 전 대통령을 구속까지 할 경우 발생할 극단적인 여론 분열과 갈등도 검찰로선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검찰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김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탄핵 결정이라는 정치적으로 거의 사망선고를 받았는데 거기다가 또 구속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대통령이 어쩌면 실형을 받게 될지도 모르거든요. 그런데 굳이 구속까지 할 필요가 있겠느냐...“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늘 “아직 결정된 것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법과 원칙에 맞게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결정된 건 없다고 했지만 검찰이 ‘법과 원칙’을 강조함에 따라 영장 청구 쪽으로 기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김수남 검찰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 여부에 대한 방침이 결정된 게 있냐’는 법률방송의 질문에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을 뿐, 의중을 밝히진 않았습니다.

[김수남 검찰총장]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여부 관련 방침이 결정된 게 있으신가요?"

“...”

통상 뇌물죄 피의자에 대한 수사 관례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느냐,

탄핵이라는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박 전 대통령을 꼭 구속까지 해야 하느냐,

‘법대로’와 ‘정치사회적 상황론’ 사이, 김수남 검찰총장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뉴스 유재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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