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 13가지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 시작 오전 9시 23분 검찰 도착, '메시지' 밝힐 것이라 했지만 단 '두 마디' 노승권 차장검사와 10분 티타임 후 한웅재 부장검사가 신문 시작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검찰의 소환 통보일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23분쯤 검찰 청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고만 짧게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님 검찰 수사가 불공정했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 직후, 미리 준비한 듯 담담하게 29자를 발음했다.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메시지'를 밝힐 것이라던 전날 변호인의 예고에서 기대됐던 것과는 달리, 여전히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사실상 부인하는 모습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해 포토라인에 선 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 성실하게 조사 받겠다"고 말하고 조사실로 들어가고 있다. /최준호기자 junhio-choi@lawtv.kr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는 전날 "검찰 출두에 즈음해 박 전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실 것이다. 준비하신 메시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으로 청와대를 떠난 뒤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이 육성으로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어서 그 내용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막상 검찰에 출석하면서 자신의 혐의나 대국민 사과 등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 앞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가 10층 조사실 옆 1002호 휴게실에서 10분가량 티타임을 가졌다.

노 차장은 조사 일정과 진행 방식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진상 규명이 잘 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고, 박 전 대통령은 "성실히 잘 조사받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뒤 포토라인에 서고 있다. /최준호기자 junho-choi@lawtv.kr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9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한 뒤 검찰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포토라인으로 가고 있다. /최준호기자 junho-choi@lawtv.kr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오전 9시 35분쯤부터 서울중앙지검 1001호 조사실에서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은 삼성 등 대기업 뇌물 수수, 문화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다.

전직 대통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노태우, 전두환,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박 전 대통령이 4번째다.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 한웅재(47·사법연수원 28기) 부장검사가 배석검사 1명, 참여 수사관 1명과 함께 맡았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신문에 참여했고, 정장현 변호사와 번갈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장검사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및 사유화 의혹을 주로 신문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검사와 함께 신문에 참여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이원석(48·사법연수원 27기) 부장검사는 삼성 등 대기업으로부터의 뇌물 수수 혐의를 집중적으로 신문할 예정이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 항목은 수백 개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조사 과정을 녹화해 영상 기록으로 남기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아 영상녹화는 무산됐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피의자 동의 없이 영상녹화를 할 수 있으나, 이날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측에 영상녹화 동의 여부를 물었고 박 전 대통령 측이 동의하지 않자 원활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고 양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자정을 넘기지 않고 조사를 끝낼 방침이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방어에 나설 경우 조사는 예정 시간을 넘겨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 15분쯤 청와대 경호실 차량을 타고 서울 삼성동 사저를 출발, 경찰의 경호를 받으며 8분 만인 오전 9시 23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했다.

짙은 청색 외투를 걸친 박 전 대통령은 살짝 미소를 띤 채 삼성동 사저 문 밖으로 나와 대기하던 에쿠스 리무진에 말없이 올랐다. 인근 골목을 메운 지지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대통령님, 힘 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차량은 경찰의 신호 통제 속에 르네상스호텔 사거리와 역삼역 사거리, 강남역 사거리, 법원·검찰청 사거리를 지나는 경로로 검찰청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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