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오늘의 선고가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밑거름 되기를"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10일 오전 11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지금부터 2016헌나1 대통령 탄핵사건에 대한 선고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로 선고 요지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이 권한대행 좌우로 착석한 7명의 헌법재판관과 심판정의 방청석은 물론 TV 생중계로 선고 장면을 지켜보던 대한민국이 모두, 숨을 죽였다.

이 권한대행은 이때부터 22분 동안 한국사회의 명운을 결정지을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진행경과에 이어, 헌재가 5가지로 재분류한 탄핵소추사유에 대한 판단, 그것들이 헌법과 법률에 위배되는지 여부, 피청구인 박 대통령의 법위반 행위가 파면에 이를 만큼 중대한 것인지에 대해 하나하나 설명해 나갔다.

통상의 재판 판결이나 헌재 판결과 달리 이날 이 권한대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생각합니다" "살펴보겠습니다"라는, 존칭의 경어체로 선고 요지를 밝혔다.

이날 선고가 국민 전체를 상대로 한 것임을 분명히 한, 국민에 대한 겸손과 존경을 표하면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의식한 헌재 재판관들의 의지를 동시에 함축한 표현 방식이었다.

이 권한대행은 선고 요지 낭독 첫 부분에서 이를 분명히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 아시다시피, 헌법은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의 존립근거이고, 국민은 그러한 헌법을 만들어내는 힘의 원천입니다. 재판부는 이 점을 깊이 인식하면서, 역사의 법정 앞에 서게 된 당사자의 심정으로 이 선고에 임하려 합니다."

"저희 재판부는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에 따라 이루어지는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 또한, 어떤 경우에도 법치주의는 흔들려서는 안 될 우리 모두가 함께 지켜 가야 할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1시 20분쯤 "결국 피청구인의 위헌·위법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배행위라고 보아야 합니다"라는 이 권한대행의 말에 TV를 지켜보던 국민들, 헌재 방청석의 시민들 사이에서는 비로소 멈추고 있던 숨이 터져나왔다.

이 권한대행은 이어갔다.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거침이 없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한 방송사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로부터 치면 138일, 헌재에 국회의 탄핵소추의결서가 접수된 날로부터 따지면 92일. 그러나 최순실이 청와대의 인사자료와 국무회의자료 등을 받아본 2013년 1월쯤부터 따지면 4년이 넘도록, 한국사회를 혼란에 빠트린 국정농단과 탄핵심판의 소용돌이는 이렇게 일단락됐다.

그러나 이게 끝은 아니다. 탄핵 찬반으로 나뉘어 온 나라가 또한번 갈라졌던 그 시간을 이제는 치유해야 한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이날 "오늘의 이 선고가 더 이상의 국론 분열과 혼란을 종식시키고, 화합과 치유의 길로 나아가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는 말로 바로 그것을 당부했다.

'승복'이라는 표현보다, 이 권한대행 식의 경어체로 "이제 헌재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합니다"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이 우리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한 법치주의의 사회로, 화해와 통합으로 가는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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