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행운목이 활짝 피었다" 글 올려... 기자회견서는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사건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페이스북 정치'를 재개하며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홍 지사의 대권 도전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홍 지사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며칠 전 경남도 서울사무소 도지사실에 있는 행운목이 활짝 피었다"며 "10년에 한 번 필까 말까 하는 꽃이라는데 이번에 활짝 피었다"는 글을 올렸다.

홍 지사는 그러면서 "이 행운이 천하대란에 휩싸여 있는 대한민국에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홍 지사는 지난해 11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글을 여러 건 올리는 등 평소 페이스북을 통해 자주 정치적 견해를 밝혀왔는데,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2개월가량은 글을 올리지 않았다.  

1월 1일 새해인사를 제외하고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 "격분한 촛불이 헌법재판소로 몰려가기 시작하면 한국민주주의는 조종을 고하게 된다"는 지난해 12월 5일 글이 항소심 선고 전 마지막으로 올린 글이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16일 열린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서울고법을 나서며 기자들에게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항소심 무죄 선고 후 기자회견에서 홍 지사는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실추된 저의 명예를 되찾았다"며 "맑은 눈으로 재판해준 항소심 재판부에 거듭 감사 드린다"는 소회를 밝혔다.

홍 지사는 이어 "절망과 무력감에 빠진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있다면 저는 어떤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국가와 국민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대선 출마 질문에 "지금 대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성급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정치권에선 이날 홍 지사의 발언을 사실상의 대권 도전 출사표로 간주하는 분위기다.

지난 16일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열린 홍 지사에 대한 항소심에서 법원은 "금품 전달자인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홍 지사는 지난해 9월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에 추징금 1억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이 자살하기 직전 남긴 육성 파일에서 홍 지사에게 금품을 건넸다고 언급한 부분 자체는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도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인 윤승모 부사장의 진술을 믿기 어렵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에 대해 "성 회장의 육성 녹음 외에도 공여자의 일관된 진술, 측근들이 홍 지사의 금품 수수를 전제로 '홍 지사는 모르는 것으로 하면 안 되는지'라고까지 말한 통화녹음 테이프까지 있는데 무죄 선고는 말도 안된다"며 즉각 항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은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2015년 4월 경향신문 기자와 통화하며 홍 지사 등 유력 정치인들에게 돈을 줬다고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은 그 달 9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유품에서 유력 정치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가 발견되자 특별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고, 그 중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 지사를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총리도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지만, 지난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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