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원고 자격 없고, 압수수색 불승인도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청와대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며 법원에 낸 신청이 각하됐다.

서울행정법원은 16일 특검이 제기한 ‘청와대 압수·수색·검증영장 집행 불승인 효력정지 신청’을 각하했다고 밝혔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경우 본안에 대한 구체적 판단 없이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법원의 이날 각하 결정으로 특검의 청와대 압수수색은 사실상 무산됐다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가능해지면서 특검의 박 대통령 수사 역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은 "특검이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고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은 행정처분으로 볼 수 없다"며 특검도 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있다는 등의 특검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 행정소송법은 이른바 '기관소송'과 관련해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법률에 정한 자에 한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기관소송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특검의 이번 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도 아니고, 특검이 '법률에 정한 자'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우선 "국가기관은 항고소송(행정소송)의 원고가 될 수 없다"며 국가기관인 특검의 원고 자격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국가기관인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의 원고 적격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지만, 법원은 '이번 사건은 해당 사건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행정소송법상 기관소송은 '법률이 정한 경우에 법률이 정한 자'에 한해 제기할 수 있는데, 군사상·공무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압수수색을 허락하지 않는 경우에 관해 기관소송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불승인으로 수사권 등을 침해당했다는 특검 주장에 대해서도 법원은 "신청인인 특검의 권한 행사에 직접적인 제한이나 제재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또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승낙하지 않은 것을 '소정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에 준하는 행정작용인 '처분'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에 대한 효력정지 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불승인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 즉 불승인이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불과하다”며,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려면 특검은 여전히 형사소송법 요건을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원이 특검 주장을 받아들인다 해도 특검에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있는 권한이 자동적으로 생기는 게 아니라, 다시 형사소송법 절차를 밟아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경우 청와대가 군사 보안 및 안보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은 해당 기관장의 승인을 받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110조와 제111조를 근거로 거부하면 특검으로선 여전히 청와대 압수수색을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청와대는 지난 3일 특검의 압수수색 시도에 이 형사소송법 조항을 근거로 청와대 경내 진입을 불허한 바 있다.   

법원은 "현재 행정소송법은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는 만큼 법원이 피신청인들에게 승낙을 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행정소송법 개정을 통해 의무이행소송 도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책임자 등의 불승낙에 대한 쟁송문제는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공을 국회에 넘겼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신청이 각하 또는 기각될 경우 현행법상 청와대 압수수색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검은 그동안 청와대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핵심 피의자들 대부분이 청와대 관계자들인만큼 관련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선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수적이라는 게 특검의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특검은 통상 압수수색 영장 기한이 7일 정도인데 비해 청와대 압수수색 영장은 특검의 공식 수사기간이 만료되는 2월 말까지 유효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일단 특검은 이날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수사기간 연장 신청서를 제출하는 등 수사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이 수사기간 연장을 승인할지는 미지수다.

또 이날 법원의 결정은 특검이 청와대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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