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민 전 대표 "최순실 '수석 전화 갈 거야' 하자 '안종범 수석입니다' 전화 와"
"나중에 크게 문제 되겠다 싶어 퇴사... 최순실, 부하직원을 사람 취급 안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더블루K 전 대표가 최순실씨를 통해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만났고 이 과정에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 대한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는 "등기부상 제가 더블루K 대표이기 때문에 이용당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나중에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해 두려웠다"고 말했다.

 

조성민 전 더블루K 대표가 7일 열린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10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가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월부터 3월까지 더블루K 대표를 지낸 조씨는 "지난해 1월 문체부 산하 공기업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스포츠단 창단 제안서를 만든 다음 주 주말께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조씨는 "GKL 스포츠단 창단 제안서와 회사 소개자료를 작성해 최씨에게 보고하자 직접 수차례 수정을 지시했다"며 "최씨를 통해 안 전 수석에게 연락이 올 것을 (미리) 알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최씨에게 계획서를 준 후인 지난해 1월 22일 당시 독일에 있던 최씨가 전화해 '안 전 수석이 전화할테니 일처리를 하라'고 지시했는가"라고 묻자 조씨는 "네"라고 답변했다.

조씨는 그러면서 "최씨가 안 전 수석 전화가 올거라고 해 모르는 전화를 차단시키는 어플을 해제했다"며 "다음날인 1월 23일 전화가 왔고 '안종범 수석입니다'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조씨는 "안 전 수석이 GKL이라는 회사 쪽에서 전화가 올 거라며 모르는 전화가 오더라도 받아서 일을 진행하면 된다고 했다"고 안 전 수석과의 통화 내용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실제 안 전 수석의 지난해 1월 23일 업무수첩에는 'GKL스포츠단, 블루케이, 조성민 대표' 등이 메모돼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조씨는 안 전 수석으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에는 김상률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이 왔고, 안 전 수석과 통화를 하고 난 며칠 뒤에는 김종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으로부터도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고 증언했다.

조씨는 이에 대해 "평소 이런 분들의 전화를 받을 수 없는데 전화가 오니까 사실 많이 두려웠고 향후에 크게 문제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거듭 '두려웠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조씨는 "안 전 수석이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었기 때문에 결국 그 이상의 파워있는 분과 연결된다고 생각했다"며 "뭔가 권력형 비리를 갖고 있는 회사라고 생각해 1월 말부터 퇴사를 마음 먹고 두 달 후 퇴사했다"고 진술했다.

퇴사 이유에 대해 조씨는 "최씨가 부하직원을 대할 때 상당히 모멸감을 준다"며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억압하고 지시하는 스타일로 강압적이었다. 제 자존심도 상당히 상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조씨는 '더블루K는 고영태가 주도한 것'이라는 최씨의 주장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다고 본다"며 "최씨가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