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공모, 이권 도모 질문에 "그런 적 없다" 감싸기 반복
'모르쇠' 일관하다 딸 관련 질문에는 목소리 높여 "애가 망가졌다"
"검찰이 강압 수사", 재판부에는 "억울하다"... 반성 기미 전혀 없어

최순실씨가 16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최씨는 질문에 답하면서 언성을 높이거나 재판부에 억울하다고 호소하는가 하면, "그게 증거가 있냐"고 반문하는 등 최소한의 반성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최씨는 이날 오전 10시 박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최씨가 헌재 재판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라 집중적 관심을 모았다.

국회 소추위원단 측은 박 대통령 탄핵 사유로 제시한 '최순실 등의 국정 농단'과 '대통령 권한 남용'을 최씨의 입을 통해 확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증인 신문을 이어갔다. 

그러나 최씨는 8시간 넘게 진행된 공개 변론에서 시종일관 "모른다" "아니다"라는 답변을 되풀이하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최씨는 자신을 추궁하는 질문에 "무슨 대답을 원하는지 모르겠다. 정확히 물어봐 달라"고 말하는가하면 "검찰 조사를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유도신문에는 답하지 않겠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최순실씨가 1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신문을 받은 뒤 대심판정에서 퇴정하고 있다. /최준호기자 junho-choi@lawtv.kr

■ "박 대통령은 국정 철학 갖고 있는 분, 나는 민간인일 뿐"

최씨는 청와대에 들어간 것을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일을 도와주기 위해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옷을 구해준 문제 외에 다른 이유로도 들어갔느냐는 질문에는 "사적 문제라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그냥 옛날부터 도와드리려는 마음으로 했다"고 말했다.

최씨의 박 대통령과의 거리두기는 계속됐다. 자신의 딸 정유라씨가 승마선수라는 사실을 "말한 적은 없지만, (박 대통령이) 알고는 있었다"고 했다.

최씨는 자신이 없으면 박 대통령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말도 안 된다"며 "대통령은 국정 철학을 분명히 갖고 계셨다"고 답했다. 자신이 대통령에게 정책을 지시했다는 보도는 "말도 안 되는 과장"이라며 "저는 민간인이고 국회에서 활동도 안 해봤고 정치적으로 각 분야를 알지도 못한다"며 "(반면에) 대통령은 오랜 시간 정치 생활을 한 사람이다. 너무 왜곡된 사항"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이후 곁을 떠나려고 했다"면서도 자신이 "이혼하고 독일 이주를 결심했기 때문에 그 전에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도우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 대통령과 문자를 직접 주고 받을 정도의 사이는 아니었다"며 "(제 의견을 직접 말한 적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통해서였다”고 했다.

자신을 둘러싼 의혹 가운데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 모르게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을 불러 국정 논의를 했는지, 국무회의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개인적인 이득을 위해 국가정책을 이용했는지 등을 묻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는 "권력서열 1위가 증인, 2위가 정윤회, 3위가 대통령이란 말까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란 질문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을 묻는 질문에는 "어제 일도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박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중 자신의 전 남편 정윤회씨와 관련된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그렇게 (말이) 나오는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얘기"라고 했다. 자신이 참사 당일 청와대에 안팎에서 박 대통령을 만났다는 소문 역시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 '이권 챙기기' 전면 부인… 언성 높이다 울컥하기도

최씨는 문화체육관광부 예산 편성에 관여한 사실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왜 저한테 물어보느냐"고 화를 내면서 "직접 참여했다는 증거가 있나. 어떤 정부 예산에도 참여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통해 이권 도모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그건 너무 많이 나간 것"이라며 "어떤 곳을 통해서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떤 이권을 도모했는지 구체적으로 말해달라"고 국회 소추위원단 측에 반문하기도 했다.

최씨는 "어떤 개인적 이익도 챙긴 적이 없고, 그런 것을 생각한 적도 절대 없다"며 "(대통령 취임 전부터 이권 개입을 염두에 뒀다는 것은) 논리의 비약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 융성'과 관련해 국회 측이 관련 녹취록을 제시하며 "기억하느냐"고 묻자 최씨는 "굉장히 의도적인 질문"이라며 "대통령과 국정을 상의해서 이끌어갔다고 이야기하는데 단순한 의견만 피력했을 뿐 전체 흐름을 끌어갈 이유가 없다"고 부인했다.

국회 측이 "우리는 그렇게 질문한 적 없다"고 하자 최씨는 "그렇게 묻지 않았냐"며 "정말 억울하다. 재판장님"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최씨는 "대통령이 정책 철학으로 정한 것을 그 부분만 따서 얘기하는 것은 문제"라며 "저는 개인적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 측이 '정윤회씨와 증인이 정호성 전 비서관을 정 과장이라고 부르나'라는 질문을 하자 최씨는 "아니다. 정 비서관이라고 한다. 직책은 모르겠다. 기억이 안 난다"고 답한 뒤 크게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답변에 모르쇠로 일관하던 최씨는 국회 측이 딸 정씨에 대한 삼성의 특혜 지원 의혹을 파고들자 "논리 비약"이라며 적극적으로 맞받았다.

삼성으로부터 훈련지원금을 받아 딸만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삼성 그 큰 회사가 어떻게 딸에게만 지원하겠나. 올림픽을 위해 가상으로 마련된 돈"이라고 반박했다. 

박 대통령에게 정씨의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을 대기업 협력업체로 선정되도록 청탁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부인했고, "(명절 선물로) 샤넬백은 받았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최씨는 오후에 속개된 신문에서는 "제가 8조원을 독일에 가져갔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정말 엄벌에 처해야 한다"며 "또 딸 정유라가 제 딸이 아니라는둥 있지도 않은 아들이 청와대에서 근무한다는둥 이상한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한국이든 어디서도 지금 살 수가 없게 됐다. 살아도 죽은 목숨이나 다를 바가 없다"고 말하다가 갑작스레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씨는 "저는 태블릿PC를 누르는 것 외에는 사진 찍고 이런 것 잘 모른다"면서 "이번에는 (검찰이) 실제로 (태블릿PC를) 보여줬는데 이전에는 아무리 보여달라고 해도 보여주지도 않았다. 검찰은 강압수사만 하고 자신들이 수사 방향을 정해놓고 몰고만 가서 압박적이고, 살기 싫을 정도로 모욕적이다"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씨는 딸 정씨에 대해 "언론의 압박 때문에 애가 완전 잘못 나가 그 애 인생이 저렇게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 "검찰이 강압 수사"... "힘들어서 피의자 조서 제대로 못읽었다" 

최씨는 K스포츠재단을 통해 자신이 실소유하고 있는 더블루K에 자금을 빼돌리려고 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실제로 진행이 돼 돈을 먹었다든가, 돈이 왔다 갔다 했으면 문제가 되겠지만 계획 자체만 갖고 저한테 물어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블루K의 실제 소유주는 자신이 아닌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라고 지목하며 "저는 더블루K로 돈벌이할 생각이 없었다"며 "고영태가 하고 싶다고 해서 자본금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최씨는 고씨와 차은택씨의 국회 청문회 진술에 대해서도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특히 고씨의 검찰 진술을 근거로 한 질문에 대해서는 "완전한 조작"이라며 "진실성이 없기 때문에 하나도 대답할 수가 없다”며 증언을 거부했다.

그러면서 "고영태가 2014년에 (의상실 영상을) 촬영한 걸로 봐선 계획적으로 모든 것을 꾸몄다고 생각한다"며 "노승일과 고영태가 나를 이용하고 있다. 저를 완전히 코너로 몰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저한테 재차 물어보는 건 저한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라며 "저는 돈을 먹으려고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관련된 질문에는 "김 전 실장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청와대 문건을 수정하거나 차은택씨의 이력서를 보낸 사실은 인정했지만, 국정원이나 부처 장·차관 인사자료를 받아봤다는 것과 차씨에게 김 전 비서실장을 만나보라고 한 사실 등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자신이 서명 날인한 검찰 피의자조서에 대해서도 "독일에서 귀국해 정신이 없는 상태에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못하고 도장을 찍은 것"이라며 "검찰에서 강압 수사를 받아 특검에도 못 나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이 "진술조서 열람시간 40분 동안 뭐했냐"고 묻자 "거의 뻗어 있었다. 힘들어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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