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관련 조사 후 9년 만에 특검 소환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관련 박 대통령 뇌물죄 입증과 직결
특검 "이재용 부회장 조사 후 삼성 관련자들 일괄 사법처리"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뇌물공여 피의자 신분으로 특검에 소환됐다.

이날 오전 9시30분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출석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문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이번 일로 저희가 좋은 모습을 못 보여드린 점 국민께 정말 송구스럽고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인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이 특검에 소환된 것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 전무로 재직할 당시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 발행 사건 등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으로 조준웅 특검팀에 소환된 후 9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 대치동 특검 사무실에 소환돼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현장에는 이 부회장 소환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최순실씨 일가에 대한 삼성의 특혜 지원을 규탄하는 시민단체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뇌물공여 혐의 외에도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과 관련한 횡령 및 배임, 위증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이 부회장을 청문회에서 위증한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특히 이 부회장 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입증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 특검팀은 삼성이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 측의 압박을 받은 국민연금의 지지를 얻는 대가로 최순실씨 일가에 수백억원대 특혜 지원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삼성은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관련 특혜 지원,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특혜 지원 의혹을 받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5년 8월 최씨가 독일 현지에 세운 법인 코레스포츠(구 비덱스포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실제로 35억원 가량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르·K스포츠재단에 주요 대기업 가운데 가장 큰 금액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최씨가 각종 정부사업 유치를 통해 이권을 챙기기 위해 조카 장씨를 내세워 설립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는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특검팀은 삼성의 이같은 거액 지원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를 위한 대가성 지원이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감수하고 합병을 찬성한 것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배경에 삼성의 최씨 일가에 대한 특혜 지원이 있고, 박근혜 대통령 등 청와대 측의 압박이 있었다고 파악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의 최씨 일가에 대한 지원을 대가로 합병에 찬성한 것이라면 박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를 입증할 핵심적 증거가 된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두 재단에 낸 출연금 역시 검토 대상”이라며 “이미 검찰 특별수사본부 수사로 기소가 돼 있지만 두 재단 출연금에 대한 법리적 판단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특검팀이 삼성의 두 재단 출연금 관련 수사를 시작하면서,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 확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 특검보는 “삼성 외 대기업도 이미 수사기록이 와 있는 상태”라며 “(삼성 수사) 결과에 따라 다른 대기업에 대한 판단도 같이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또 삼성이 회사 자금을 이용해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을 횡령이나 배임으로 볼 수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 특검보는 이에 대해 “수사팀의 검토 대상”이라고 밝혔다.다만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여부에 대해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원론적으로 소환한 뒤 조사를 진행하면서 여러 상황이 있기 때문에 조사를 다 끝낸 뒤 고려할 문제”라며 “현 단계에서는 영장 청구 여부를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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