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알권리, 정보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 이익보다 커"
위안부 합의 후 한일 정상 전화통화 내용은 '비공개' 판결

법원이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12차례에 걸친 한일 국장급 협상 문서를 전문을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판사 김정숙)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한일 위안부 협상 문서를 공개하라"며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윤병세 외교장관(오른쪽)과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2015년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에서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군 위안부 협상 최종 타결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되는 것이라면 피해자와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합의 과정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정보공개법의 입법 목적은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입법 목적에 비춰보면 그 예외 사유인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는지는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피해자 개인들로서는 절대 지워지지 않을 인간의 존엄성 침해, 신체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였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국민의 일원인 위안부 피해자를 지켜주지 못하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데 대한 채무의식 내지 책임감을 가진 문제로 사안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특히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합의 발표 이후 공개 석상에서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발언한 점을 근거로 들며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본의 반인도적 행위에 대한 평가 및 배상을 다루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은 국민의 알권리보다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앞서 외교부가 "서로 비공개하기로 합의한 사항으로 양국 간의 신뢰관계가 깨질 수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이 사건 정보가 비공개를 원칙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고, 외교부도 이를 입증할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송 변호사는 재판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는 항소하지 말고 '위안부' 합의 실체를 즉시 공개하라"며 "정부가 자료를 공개하면 모두 시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송 변호사는 12월 28일 한얄 양국 교섭 문서 세 가지에 대한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했다.

공개 청구 대상은 2015년 12월 28일 한일 외교부 장관이 공동발표문의 문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일본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 연행' 표현 및 사실 인정 문제에 대해 협의한 협상 관련 문서다. 

당시 송 변호사는 양국이 발표문에서 '군의 관여'란 용어를 선택하고 그 의미를 협의한 문서, '성노예'·'일본군 위안부' 등 용어 사용을 협의한 문서까지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한편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민변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양국 정상간의 전화 통화 내용을 공개하라"며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 대해서는 원고 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한일 정상 회담 내용에 따라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 여부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아 공개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반면, 공개할 경우 양국 간 이해관계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을 초래할 수 있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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