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조윤선, 못 부르는 것 아니고 안 부르는 것"
차은택 첫 특검 조사… "추가 혐의 확인 차원"
특검, 백선생 추정 인물 관련 수사도 진행 중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실체를 확인하고 실제 적용 여부 수사에 착수하는 등 관련 의혹에 대한 속도전을 시작했다.

특검팀은 이를 위해 모철민 주프랑스 대사를 재소환해 조사하고 있다. 이날 특검은 ‘문화계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를 소환해 조사하고, ‘주사 아줌마’로 불리는 백선생의 실체를 추적하는 등 비선진료 의혹에 대한 수사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6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공식적으로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일부기는 하지만 문건이 존재하는 것은 맞다”며 “최종본이 어떤 것이고 어떤 관리가 이뤄졌는지, 실질적으로 어떤 조치가 취해졌는지 등을 계속해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특검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제 명단이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선 함구해왔다. 이날 특검이 공식적으로 명단의 실체를 언급한 것은 그만큼 블랙리스트 수사가 진전된 상태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8월 별세한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유족의 협조를 받아 비망록 원본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특검보는 “적법절차에 따라 원본을 입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의 최상부에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소환 역시 조만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소환과 관련해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이날 이 특검보는 ‘김 전 실장과 조 장관을 부르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못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안 부르고 있는 것”이라며 “기초조사를 한 다음에 부를 것이다. 못 부르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시기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적이진 않다”고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4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을 소환 조사한 이후 잇달아 관련자 소환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송수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소환한데 이어 앞서 한차례 소환조사를 벌인 바 있는 모철민 대사 역시 이날 재소환해 수사하고 있다.

이날 특검팀은 문화계 전반을 농단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를 소환해 조사하기도 했다. 차씨가 특검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문화계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차은택씨가 6일 특검 사무실에 출석했다. 특검팀에 차씨가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최준호 기자 junho-choi@lawtv.kr

이 특검보는 “검찰 조사내용을 확인하고, 특검에서 추가로 혐의를 두고 있는 점에 대한 기초적 조사를 위해 차씨를 소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팀에서 소환한 것이 아니라 수사지원단에서 갑자기 추가혐의에 관해 확인할 부분이 있어 전격 소환하게 된 것”이라며 “일정 부분 확인한 것이기 때문에 구체적 언급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오늘 소환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특검팀은 이날 이른바 ‘주사아줌마’로 불리는 백선생을 수사하고 있다고 언급해 비선진료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 했음을 밝혔다.

이 특검보는 “주사아줌마의 경우 정확하게 그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맞는지 등을 확정하지는 못했다”며 “현재 수사선상에 놓고 조사하고 있는 사람은 한 명”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혐의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면서도 “청와대 출입에 대한 혐의점을 갖고는 있지만 확신하진 못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특검이 ‘백선생’으로 지목해 조사하고 있는 인물은 무면허 의료업자인 70대 백모씨로 알려져있다. 백씨는 2005년 의사면허 없이 태반주사나 로열젤리 등의 주사를 놓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주사아줌마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의 만남은 최순실씨 변호인을 통해 언급된 바 있다.

최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에게 ‘주사 아줌마’에 대해 물으니 당장 응급한 것은 누군가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자신이 그 일을 맡았다고 했다”며 “대통령 몸이 무척 피곤할 때 정식으로 의료진을 부르면 기록이 다 남고 절차도 복잡해서 그 빈공간을 최씨가 맡은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비선진료가 이뤄졌고, 그 과정에 최씨가 개입돼 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또한 지난 2일 덴마크 현지 경찰에 긴급체포된 최씨의 딸 정유라씨 역시 “주사 아줌마 백 실장님은 누군지 알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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