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솔릭'이 일으킨 강풍으로 여수시 화태대교에서 가로등이 기울어져 안전조치하고 있는 119구조대. /연합뉴스
119구조대.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광주 구급차 교통사고 이후 소방대원 처우 개선에 대한 여론이 일었지만 실제 법률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사고를 낸 구급차를 운전한 소방대원의 형사 책임 면제에 대한 논의가 커졌지만 피해자가 중대한 부상을 입었을 경우 운전자인 소방대원에 대한 면책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행법이다.

2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상에는 제 19대 국회(2012-2016)부터 제 20대 국회(2016-2018)까지 소방관 및 긴급 업무 수행 중 발생한 사고에 대한 면책에 대한 발의안은 총 11건으로, 그 중 4건은 대안반영 폐기, 3건은 임기만료 폐기, 1건은 철회, 그리고 3건은 현재 계류 중이다.

2013년부터 대표 발의만으로 총 9명의 국회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지속적인 발의를 하고 있으나 2018년 8월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광주 구급차 사고를 맡았던 광주북부경찰서 역시 검찰의 최종 결정이 난 후 형사불입건 특례 규정에 관한 보고서를 본청에 제출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이날 밝혔다.

광주 구급차 사고는 지난 7월 2일 오전 11시쯤 응급환자를 이송하던 구급차가 신호를 위반하며 아파트 교차로를 건너던 중 스타렉스 차량과 충돌해 90세의 응급환자가 사망한 사건이다. 당시 운전자였던 소방관은 불구속 입건됐고 광주북부경찰서는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해당 사고 사망자의 국과수 부검 결과 사망원인은 ‘기도 폐쇄성 질식사’로 교통사고와 사망자와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만약 사망 원인이 교통사고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면 현행법상 면책은 불가능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로 인해 경상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다면 피해자에 대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 대상은 응급환자를 운송 중이었다 하더라도 해당 차량의 운전자인 소방관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광주 북부경찰서는 “돌아가신 분 외에 5명의 부상자가 있었는데 이들 모두 전치 2주로, 3주 미만인 경상이 나왔다"며 "운전 소방관은 ‘긴급교통사고 처리 지침’ 상 ‘정당행위’인 경우와 전치 3주 미만의 ‘경상’인 경우에 모두 해당돼 긴급자동차 운전자의 면책 사유로 불기소 의견 처리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긴급자동차 사고와 관련된 법안 발의가 최근까지도 있는데 국회 통과가 안 되고 있다"며 "실제로 법을 바꾸는 것은 국회와 정부 같은 국가기관이기에 경찰 실무자 입장에서도 '형사 불입건 특례 규정 보고서'를 통해 노력할 수 있는 부분을 다 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관련 발의안 중 가장 최근인 지난 7월 26일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자유한국당 이은권 의원은 "긴급한 상황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한 운행 중에 난 사고로 형법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은 소방공무원을 범죄자로 내모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며 "현행 도로교통법에 중앙선 침범, 속도신호 위반 등에 제한을 두지 않지만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라는 임의규정으로 인해 실제 소방공무원들이 구속 및 불구속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최소한 형사적으로는 면책돼야 한다"고 밝혔다.

긴급자동차 사고 면책 관련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발의를 2013년부터 3번째 이어오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의 대표발의안 조차도 2016년 7월 26일 발의 이후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앞서 2번의 대표발의는 각각 2015년 철회, 2016년 임기만료 폐기가 된 상황이다.

지난 2014년 12월 31일 같은 내용으로 긴급자동차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던 자유한국당 홍철호 의원의 대표발의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소방관뿐 아니라 경찰관의 긴급 업무 수행 중 사고 시 면책돼야 한다는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관련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의 대표발의는 2013년에 제기돼 2016년 임기만료 폐기됐다.

심지어 소방관의 활동 수행 중 불가피했던 사상 및 손해에 대해서는 면책이 돼야 한다는 2016년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 2017년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의 '소방기본법 일부법률개정안' 대표발의는 2017년 12월 8일에 각각 대안반영폐기 됐으나 여전히 소방대원들은 사고에 대해 개인이 책임을 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렇듯 관련 법률개정안이 반복적으로 발의 및 폐기되고 있는데도 마땅한 소방관 처우에 대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고있는 이유에 대해 홍철호 의원 측에서는 "정확한 원인은 파악하기 어렵지만,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가 발생한 뒤 소방관 관련법 3건이 1년 넘게 계류 중이었다가 반나절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해 국회가 응급 현안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커지기도 했다.

현행법상 소방대원이 응급환자 이송 업무 수행 중 일어난 사고에서 형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법적 맹점을 하루 빨리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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