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명 '이인화'로 베스트셀러 '영원한 제국'과 박정희 다룬 소설 쓴 작가
"김경숙 학장이 '정윤회 딸이라 왕따 당한다'며 3번이나 부탁해 만났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류철균(필명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류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했다. 류 교수는 업무방해, 증거위조교사, 사문서위조교사,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류 교수는 영장실질심사에서 사실관계 대부분은 인정하지만 범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도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특검팀은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류 교수가 현직 교수 신분이고 진술 태도 등에 비춰 증거 인멸 염려가 있는 점을 고려해 체포했다”며 긴급체포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상 양측이 팽팽한 법정공방을 벌였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법원은 이날 밤 늦게 류 교수에 대한 구속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류철균 이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가 지난달 31일 긴급체포된 후 서울 대치동 박영수 특검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류 교수는 필명 ‘이인화(二人化)’를 사용하는 소설가로 잘 알려져 있다. 베스트셀러로 영화화되기도 했던 '영원한 제국', 박정희 전 대통령을 소설화한 '인간의 길' 등을 썼다. 이상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앞서 교육부 감사에서 출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정씨에게 기준보다 높은 학점을 제공해 특혜를 제공했다는 혐의가 불거진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담당교수였다. 정씨는 또 기말시험을 치르지도 않았지만 답안지가 제출돼 대리시험 의혹도 제기됐다.

이날 류 교수 측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입장을 밝혔다.

류 교수의 변호인인 구본진 변호사는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이 류 교수에게 최순실씨와 정유라씨를 잘 봐주라고 부탁하면서 3번이나 요청을 해 작년 4월 교수실에서 최씨와 정씨를 1분간 만났다”며 “류 교수가 이후 조교에게 정씨를 잘 봐주라고 했고, 그 이전까지만 해도 최씨나 정씨가 누군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구 변호사는 "정씨와 최씨가 같이 부탁을 했고, 김 전 학장도 부탁을 했다”며 “답안지를 해달라고 부탁하지는 않았지만, 출석을 안했는데 점수를 주려면 답안지를 쓸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성적 특혜를 준 사실은 있지만 김 전 학장과 그의 소개를 받고 만난 최씨 모녀의 부탁을 받고 한 일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이어 “정씨는 당시 일반학생이었는데 류 교수가 그때 100명 이상의 학생들 점수를 올려줬다”며 “강의를 들은 학생 2천900명 중 270명이 학점을 요청했고, 그 중 1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점수가 올랐는데 그 중 하나가 정씨”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달 15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김경숙 전 이대 신산업융합대학장. /연합뉴스
김병욱 민주당 의원은 2일 교육부로부터 제공받은 류철균 이대 교수의 ‘영화 스토리텔링의 이해’ 과목에서 정유라씨의 시험 답안지를 공개했다. 정씨는 단답형 14문제 중 10문제를 맞춰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돼 있다. /연합뉴스

구 변호사는 “김 전 학장이 ‘정윤회 딸이 학교에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정윤회 딸이라는 이유로 왕따를 시켜 우울증에 걸렸다’고 말했다”며 “김 전 학장이 ‘학교에서 생긴 일이니 학교에서 도와줘야 될 것 아니냐’고 말해 류 교수는 정씨에게 정말 우울증이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

구 변호사는 또 “류 교수는 업무방해의 경우 교수가 채점하는 것이 자기의 업무이기 때문에 업무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며 “문서위조 혐의 역시 문서 명의자의 의사에 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류 교수가 조교들에게 조작을 강요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류 교수는 본인이 기억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조교들 말까지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지난달 30일 류 교수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다음날 새벽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