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폴 수배 최고 단계... 여권 무효화 이어 신병 확보 주력
김기춘 전 비서실장 휴대폰 압수수색 통해 확보, 분석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삼성 합병' 관련 전직 장·차관 등 줄소환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Red Notice)를 요청하는 등 신병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검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는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정씨에 대해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

적색 수배는 인터폴의 수배 최고 단계로 살인이나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에 관련된 범죄자나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이상의 범죄자, 5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경제사범 등을 대상으로 한다.

적색 수배가 내려지면 180여개 인터폴 회원국 어디서든 신병이 확보될 경우 수배한 국가로 강제 압송된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순실씨와 딸 정유라씨. /연합뉴스

이 특검보는 “적색 수배는 관련 법상 여권 무효화 조치가 진행된 이후 가능한 것으로 알았는데, 확인 결과 무효화 신청만 있어도 가능하다고 해 즉시 신청했다”며 “정씨 피의사실만으로도 적색 수배 요건이 된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현재 정씨에 대해 체포영장 발부 및 사법공조, 여권 무효화, 인터폴 수배 등 법적으로 할 수 있는 조치는 모두 취한 상태”라며 “이후에도 상황에 따라 대응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검팀은 정씨가 자진 입국할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와 정씨의 변호인인 법무법인 동북아 이경재 변호사는 전날 “정씨에게 자진 귀국해 특검 조사를 받으라고 조언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특검팀에 따르면 조만간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던 청와대 압수수색은 늦어질 전망이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라는 곳은 상당히 상징적인 곳으로 압수수색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청와대의 어느 장소에 대한 압수수색이 필요한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단 한 번의 압수수색에서 최대한 효율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특검팀은 필요할 경우 수사가 대부분 종료되는 시점에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할 방침이다.

이 특검보는 “(청와대 압수수색이) 필요 없다거나 실효성이 없을 경우에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도 “청와대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 변경은 없다”고 말해 필요시 압수수색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날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부터 삼성 합병 관련 의혹 등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전반에 대한 수사를 전방위로 진행하며 속도를 냈다.

특검팀은 전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수 보건복지비서관 등 관련자들의 자택과 사무실 등 10여 곳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을 벌여 수사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휴대폰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날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당초 특검팀은 이날 오후 최순실씨를 다시 소환해 조사하려 했지만 최씨는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이규철 특검보는 “구속 피의자의 경우 검찰 방침에 불응하는 것이 몇 번 거듭되면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고 말해 강제 구인 후 관련 조사를 진행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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