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제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 불가,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 '증거 동의'한 MB 재판 전략은

자신에게 불리한 측근 진술에 대해 "피치 못할 사연 있었을 것" “저의 억울함 객관적 자료·법리로 풀어달라”... 진술 '증거력' 부정

2018-05-23     장한지 기자

[법률방송=유재광 앵커] 혐의 입증을 자신하는 검찰, 이 전 대통령 측은 여기에 어떻게 맞설까요. 이 전 대통령 모두발언을 통해 이 전 대통령 측의 변론 전술을 유추해 봤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앞서 잠깐 전해드렸는데, 이 전 대통령 모두발언 내용 조금 더 소개해 주시죠.

[장한지 기자] 네, 이 전 대통령은 강경한 어조로 16개 혐의 전부를 부인하는 취지로 진술했는데요. 일단 삼성 뇌물 관련해선 “충격적이고 모욕적”이라는 강한 워딩을 써가며 전체적인 범죄 혐의를 모두 부인했습니다.

나아가 이 전 대통령은 다스 관련해선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게 다스 소유” 의혹이라며 '다스는 MB 거‘라는 검찰 공소사실의 전제 자체를 반박했습니다.

[앵커] 재판 관련해선 어떤 말을 했나요.

[기자] 네, 이 전 대통령 측은 앞서 관련 진술 등 검찰이 제출한 제반 증거에 대해 “모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변호인들은 검찰의 증거를 부동의하고 증인들을 재판에 출석시켜 진의를 다투자고 했다",

"증인 대부분이 저와 밤낮없이 일했던 사람이 많다. 그들과 다투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건 저 자신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참담한 일이다. 고심 끝에 증거를 다투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증거 동의 배경과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혐의는 전부 부인하지만 증거엔 전부 동의한다, 어떻게 보면 모순적 발언인 거 같은데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일반 시청자분들께서 헷갈려하실 부분도 사실 이 지점인데요. 일단 이 전 대통령 측이 한 ‘증거 동의’는 제출된 증거가 재판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데 동의한 것이지, 제출된 증거의 ‘내용’까지 진실하다고 동의한 건 아니라는 것을 구분하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검찰이 제출한 증거가 재판정에서 증거로 채택되는 건 동의하지만, 그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내용엔 동의할 수 없다는 건데요.    

‘MB는 다스 거’라는 등 MB에게 불리한 측근들의 진술에 대해 “왜 상당 부분을 사실과 다르게 말했는지 알 수 없으나 나름대로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것이다”는 게 이 전 대통령의 말입니다.

검찰이 회유나 압박을 통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이끌어 냈다는 취지입니다.

[앵커] 결국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의 ‘증거력’을 다투겠다는 거로 보이네요. 

[기자] 네, 관련해서 이 전 대통령은 “봉사, 헌신의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법정에 피고인으로서 서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참담하다”며 “저의 억울함을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달라”고 말했습니다.  

억울하게 기소를 당했으니 재판부가 잘 판단해 달라는 게 이 전 대통령의 말입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 워딩을 보면 관련자들을 법정에 증인으로 부르지 않겠다는 건데, 부르지도 않고 이들 진술의 증거력을 어떻게 문제 삼아서 기각시키겠다는 건가요.

[기자] 네, 이런 점 때문에 강훈 변호사 등 이 전 대통령 변호인도 처음엔 증거 채택에 동의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법조계에선 ‘증거 동의 재판’이라는 가시밭길을 스스로 자초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합니다. 최진녕 변호사의 말을 한 번 들어보시죠.

[최진녕 변호사 / 법무법인 이경]
“법원에 안 나오는 사람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다툴 건지, 다툰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툴지에 대해서는 참 변호사로서는 난감한 것이 아닌가. 변호사로서는 참 손발 묶어놓고 변론하는 것과 마찬가지죠.”

[앵커] 이 전 대통령이 이런 점을 모르진 않았을 걸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증거 채택에 동의한 건 어떻게 봐야할까요. 

[기자] 네, 일단 명분은 ‘내가 맞네, 네가 맞네’, 옛날 부하들과 다투는 참담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는 건데요. 이건 말 그대로 액면상 명분으로 보이고, 증거 부동의를 해서 법정에서 다퉈봤자 기존 진술을 뒤엎기는 힘들 거라는 현실적인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이나 재판부 신문 과정에 기존 혐의를 강화하거나 다른 새로운 혐의들이 더 나올 수도 있고요. “한 마디로 ”괜히 일만 커진다. 긁어 부스럼 만들 필요 없다‘ 이런 판단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진술’만 있고 ‘증거’는 없다. 그나마 그 진술이라는 것도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하며 재판부에 무죄를 호소하는 전략을 취할 거로 예상되는데요.

“객관적 자료와 법리로 풀어 달라”는 오늘 이 전 대통령 모두 발언이 이런 전략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발언 아닌가 합니다.

[앵커] 이 전 대통령 의도대로 흘러가는지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