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현장 작업자도 이제는 잘 모르는데 법전과 행정관청에서만 여전히 '애용'

[법률방송]

혹시 ‘시방서’ 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어감이 무슨 ‘욕’ 같기도 하고 느낌이 썩 좋지는 않은데 주로 건축 현장 같은 데서 쓰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건축 현장 작업자들도 잘 모르는 이 시방서라는 단어가 여전히 우리 법전에 남아 있고, 행정관청에서도 그대로 쓰인다고 합니다.

법률방송 연중기획,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오늘(27일)의 단어는 ‘시방서’입니다.

박지민 기자의 리포트 보시겠습니다.

[리포트]

서울의 한 신축 건물 공사 현장입니다.

현장 작업자들에게 ‘시방서’ 라는 단어의 뜻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변승호/공사 현장 관계자]
“모르죠 뭐 그거야 접촉해본 적도 없고 그런 말을...”

[심미정/공사 현장 관계자]
“그 용어가 지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되잖아요. 나도 지금 이 상태에서 처음 듣는 용어니까...”

일반 시민들에겐 당연히 더더욱 낯선 말입니다.

[시민]
“시방서, 난 잘 모르겠는데?”

[시민]
“시방서? 모르겠는데?”

이런 공사 현장에선 일종의 공사 계획서나 사양서 정도의 뜻으로 쓰이는 시방서.

그런데 시방서는 정확히 어떤 뜻이고 어디서 유래한 용어일까요.

시방서는 일단 한자로는 볼 ‘시’(示) 자에 방위 ‘방’(方), 책 ‘서’(書) 자를 씁니다.

직역하면 ‘방위를 보는 문서’ 라는 난해한 뜻이 됩니다.

한자의 뜻을 일러주고 무슨 뜻인지 물어봐도 모르는 시민들이 대다수입니다.

[시민]
“아... 시방서는 이 ‘책 서’ 아니야... 방 자가 지금 방 자...아 이건 잘 모르겠는데...“
 
‘시방서’(示方書)는 일본어식 한자어의 표기로 '공사 따위에서 일정한 순서를 적은 문서' 라는 뜻으로 쓰입니다.

역시 일본어 한자인 ‘사양서’(仕様書)와 같은 말로 ‘설계 명세서’나 ‘제원표’의 뜻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일반 시민들은 물론 이제는 건축 현장 작업자들도 그 뜻과 사용법을 잘 모르는 낯 선 단어 시방서.

건설기술 진흥법 제 40조.

"건설업자가 건설공사의 설계도서·시방서’(示方書), 그 밖의 관계 서류의 내용과 맞지 아니하게 그 건설공사를 시공하는 경우에는...“

일제 식민시대도 아니고 여전히 우리 법전 어느 곳에 음습하게 남아 있는 일본식 한자어 시방서.

[시민]
“생소한 것 같아요. 그게 일본어구나.”

[시민]
“일본어라면 우리나라 말로 고쳐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일반 시민들과 동떨어진 시방서라는 낯선 단어를 우리 행정관청에선 여전히 습관적으로 쓰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시 건축행정서비스 관계자]
“아, 쓰고 있죠. 왜냐하면 공사 표준 시방서라던지, 표준 시방서, 뭐 공사 관련된 그런 시방서라고 많이 표현하거든요“

말은, 특히 법전에 나와 있는 용어는 그 법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규정합니다.

[이승훈 변호사]
“건설업계에서 시방서라는 단어를 쓰고 있어서 그것이 이제 법률에도 반영이 되어 있는 상태인데요. 공사 설명서, 공정 설명서 등의 용어로 바꿔서 사용하면 조금 더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익숙하든 익숙하지 않은 낯선 용어든 시방서는 결코 ‘우리말’이 아닙니다.

‘설명서’라는 알아듣기 쉽고 편한 말이 있는데 굳이 시방서라는 일본말을 계속 두고 사용해야 하는지.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법률방송 '법률용어 이제는 바꾸자', 박지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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