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법무부 재심 청구 '각하'… "재심 청구 기간 지나 소 제기해 부적법"

한·일 강제합병 이후 후작 작위를 받은 이해승(1890~1958)이 후손에게 물려준 재산 320억여원의 국고 환수가 좌절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일 법무부가 이우영(77) 그랜드힐튼호텔 회장을 상대로 낸 국가귀속결정처분 취소 소송의 재심 사건을 각하했다.

재판부는 "법무부의 재심 청구가 제소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고 밝혔다.

행정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 따르면 재심 청구는 판결이 확정된 뒤 재심 사유를 안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재판부에 따르면 이 사건 재심판결 대상 판결 정본은 지난 2010년 11월 송달됐으나,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판단 누락을 재심 사유로 주장하며 소를 제기했다.

 

이해승은 철종의 생부인 전계대원군의 5대손이다. 한일합병 이후 한일관계에 공적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으로부터 조선 귀족 중 최고 지위인 후작 작위와 은사공채 16만8천원 등을 받았다.

친일반민족행위재산조사위원회는 지난 2007년 11월 이해승을 '반민족행위 진상 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규정한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은 자'로 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했다. 또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받은 시가 320억원대의 경기 포천시 선단동 등의 토지 192필지(공시지가 114억여원) 등 재산을 국가에 귀속시켰다.

이에 이해승의 손자인 이 회장은 지난 2008년 조부는 친일파가 아니고 해당 재산은 일제에 협력해 받은 재산이 아니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이해승은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고 해당 토지는 일제에 협력한 대가로 취득한 친일 재산"이라며 "특별법 제3조 1항에 의해 법 시행일인 2005년 12월 29일자로 소급해 국가에 귀속한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해승이 친일반민족행위자에 해당하지 않고 재산 환수는 위법하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국가귀속결정처분을 모두 취소 판결했다.

2심에서 이 회장 측은 "특별법은 '한일합병의 공으로 작위를 받거나 이를 계승한 자'를 재산 귀속 대상으로 적시하고 있는데, 이해승의 후작 작위는 한일합병의 공이 아니라 왕족이란 이유로 받은 것이므로 재산 귀속 대상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0년 10월 이 사건에 대해 이 회장의 승소를 확정했다.

이에 국회는 2011년 친일재산귀속법과 특별법 관련 조항에서 '한일합병의 공으로'라는 부분을 삭제해 개정했고, 법무부는 2015년 10월 26일 재심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이 사건과 별도로 이 회장이 정부를 상대로 조부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한 조치와 자신이 물려받은 다른 땅을 친일재산으로 분류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모두 이 회장 패소 판결을 내렸다. 현재 법무부는 이 회장이 상속 재산 일부를 팔아 얻은 220억원을 반환하기 위해 별도의 민사소송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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