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첫 영장 기각 후 두 달 만에 영장 재청구 강 전 행장 기자들 만나 "너무하다는 생각 든다"

대우조선해양 경영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강만수(71) 전 산업은행장을 구속했다. 지난 9월 첫번째 구속영장이 기각된 후 두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뇌물수수, 제3자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끝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조 판사는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 등을 종합할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이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전 행장은 심문 전 기자들과 만나 “(혐의가) 사실과 너무 다르다"면서 "평생 조국 경제 발전을 위해 일했고 공직에 있는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았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며 혐의를 강력 부인했다.

강 전 행장은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합쳐 만든 현 기획재정부의 초대 장관이자,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인 이른바 'MB노믹스'의 전도사로 불렸던 엘리트 경제관료 출신이다.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지난 28일 강 전 행장에 대해 두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 9월 강 전 행장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강 전 행장을 ‘지속적 사익추구형 부패사범’으로 규정하고 영장 재청구를 위한 보강 수사를 해왔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지난 2012년 산업은행장 재직 당시 원유철(54) 새누리당 의원과 독대한 후 원 의원 지역구인 경기 평택의 플랜트 설비업체 W사에 490억원대 부당 대출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W사는 당시 산업은행에 공장부지 매입 명목으로 대출을 신청했지만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불가 판정을 받았다. 검찰은 강 전 행장이 실무진의 반대에도 W사에 부당한 대출을 해주도록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산업은행에 대해 추가 압수수색을 벌이는 한편 지난 25일 강 전 행장을 재소환 조사했다.

강 전 행장은 또 고교 동창인 임우근(68) 한성기업 회장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하고 이를 대가로 1억원대 뇌물성 금품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이 공직에서 물러난 뒤 한성기업 고문 자격으로 해외여행 경비와 골프 비용 등을 간접 지원받은 것 등을 포함하면 금품 수수액이 1억5천만원 상당에 이른다. 이날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에는 강 전 행장이 한성기업 계열사로부터 수도권 소재 골프장 회원권을 받아 10여년간 사용한 사실도 추가로 기재됐다.

강 전 행장은 이밖에도 재임기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 영향력을 행사해 지인이 운영하는 바이오업체 B사와 종친 회사인 중소 건설업체 W사에 100억원대 일감을 몰아준 혐의도 받고 있다. 또 측근 7명을 대우조선 고문을 맡게 해 억대 연봉을 받게 해준 혐의, 대우조선 비리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9월 21일 강 전 행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주요 범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등 구속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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