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작업 존재하지 않았다는 건 어불성설"
"국정농단에 완벽한 면죄부를 준 판결"

[앵커 멘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집행유예 석방 항소심 판결을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해당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이 쇄도하는 등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민변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항소심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장한지 기자가 핵심 쟁점에 대한 공방을 정리해 봤습니다.

[리포트]

항소심 쟁점 첫번째, ‘경영권 승계 작업’ 현안 존재 여부.

뇌물죄 성립의 전제는 부정한 청탁과 대가성입니다. 이번 사건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청탁의 대상이자 대가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에 대해 "부정한 청탁의 대상으로서 포괄적 현안인 승계 작업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승계 작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존재하지 않는 승계 작업을 두고 청탁을 한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 항소심 재판부의 논거입니다.

민변 등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승계 작업이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해서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겁니다.  

"승계 작업 없이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로 징역 실형 판결을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등의 항소심 재판 결과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겁니다.

[노종화 변호사 / 경제개혁연대]
“이재용을 위한 승계작업이 없었다면, 도대체 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챙겼고, 또 문형표·홍완선은 합병 보고서까지 조작함으로써 국민연금에게 손해를 안기는 합병을 이끌었는지...”

항소심 쟁점 두번째, 이재용은 박근혜로부터 ‘겁박’을 당했나.

1심보다 뇌물공여 액수 판단이 훨씬 낮아지긴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승마 지원 용역비 36억원은 뇌물로 판단했습니다.

수십억원의 뇌물을 공여했음에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었던 건 재판부가 이 부회장을 적극적 ‘뇌물 공여자’가 아니라 ‘강요 피해자’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가 삼성 경영진을 겁박하고, 피고인들은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고 거액의 뇌물 공여로 나아간 사건”이라는 것이 재판부 판단입니다.

이렇게 판단하면서 “정경유착은 이 사건에서 찾을 수 없다”고 한 항소심 재판부에 대해 민변 등은 ‘달을 가리키는 데 손 끝만 본 판결’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집권기간 최소한의 비용으로 삼성그룹 지배권 확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입니다.

[정연순 변호사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누가 누구의 겁박에 의하여 한 것이고, 누가 일방적인 피해자였던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사적 이익을 채우기 위하여 각자가 가진 권력과 금력, 사회적 네트워크와 국가 공공질서를 유용한 범죄행위였던 것입니다.”

민변 등은 이밖에도 승마지원 용역비로 해외로 빼돌린 36억원에 대해 뇌물과 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정작 형량이 가장 높은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한 점 등 항소심 재판부 판결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제11조 1항을 어긴, 오직 이 부회장을 풀어주기 위한 ‘막가파식 위헌적 판결’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주장입니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이재용 부회장 판결이 ‘사회적 신분’에 따른 불평등한 법 적용이라는, 해묵었지만 묵직한 화두를 새삼 다시 우리 사회에 던져주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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