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안태근·최교일 실명 거론하며 '8년 전 성폭력' 폭로 일파만파
"인사 불이익 문제 없었다"던 법무부, 파문 커지자 하루 만에 "엄정 처리"
청와대 게시판 청원, SNS '미투 해시태그' 봇물... "검찰 조직문화 바꿔야"

[앵커]

현직 여검사가 동료 여검사 부친상 장례식장에서 검찰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엄청난 파장과 후폭풍을 낳고 있습니다.

법무부는 애초 사건이 처음 불거진 어제(29일) 오후만 해도 ‘8년 전 일이라 조사가 어렵다’고 했다가 파문이 일파만파 번지자 ’철저한 진상 조사‘로 입장을 바꿔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이철규 기자입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 라는 글이 올라 왔습니다.

글 내용은 충격적입니다.

동료 여검사 부친상 장례식장에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법무부 고위 간부가 자신의 엉덩이를 상당 시간 만지는 등 성추행을 했다는 내용입니다.

글을 올린 여검사는 “이 법무부 고위 간부로부터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은 사건을 덮었다.”

“이 사건 이후 지방 발령 등 피해자인 자신이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까지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글을 올린 여검사는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

성추행을 했다고 지목된 간부는 돈봉투 만찬으로 면직 당한 안태근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사건을 덮은 간부로 지목된 사람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입니다.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최교일 의원은 인사상 불이익을 줬거나 사건을 덮은 적이 없다고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사건이 처음 알려지기 시작한 어제 오후만 해도 법무부 반응은 뜨뜻미지근했습니다.  

“8년 전 사건이고, 당사자들의 퇴직으로 경위 파악이 어렵다”

"작년 말 서지현 검사의 인사 불이익 주장에 따라 인사 과정을 충분히 살펴봤지만 아무런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 법무부의 첫 반응이었습니다.

그러나 서 검사가 자신 말고도 “검찰 내 성폭행까지 있었지만 비밀리에 덮었다”는 등의 추가 폭로를 하면서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번졌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청원이 봇물을 이루고 있고, 인터넷과 SNS에서도 ‘나도 당했다’는 뜻의 미투 해시태그(# Me Too)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대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도 서지현 검사를 응원하며 관련자 처벌을 촉구하는 글로 거의 도배되다시피 했습니다.

법무부는 하루 만에 입장을 뒤집어 "서 검사가 제기한 문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진상 조사와 엄정한 처리를 대검에 지시했다“고 오늘 오전 밝혔습니다.

조사해 봤더니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던 서 검사에 대한 인사 불이익 문제에 대해서도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 번 철저히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남자 검사들 발목 잡는 꽃뱀이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호소하는 여검사들이 조직에서 “굉장히 많이 듣는 말” 이라는 게 서지현 검사의 말입니다.

법무부의 어제 서 검사 폭로에 대한 미온적 반응도 이런 분위기의 연장은 아니었는지 씁쓸한 생각이 듭니다.

법률방송 이철규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