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
'1인 시위'...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
  • 장한지 기자
  • 승인 2017.11.2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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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미 대사관 앞 1인 시위 제한은 표현의 자유 침해... 최대한 보장” 경찰에 권고
민변 하주희 변호사 ‘사드 반대’ 1인 시위하다 경찰에 제지되자 인권위에 진정 내
1인 시위, 집시법상 '시위' 해당 안 돼... ‘포위 1인 시위’ 등 변형된 1인 시위 속속 등장

[앵커]

이런 저런 사연과 이유로 거리에서 홀로 피켓을 들고 서 있는 ‘1인 시위’, 익숙한 풍경인데요.

미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던 현직 변호사가 경찰에 제지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변호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고 이에 대한 인권위 결정이 오늘(29일) 나왔습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 기획, 장한지 기자가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안녕 사이, 그 간극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광화문광장과 정문을 마주하고 있는 주한 미국대사관. 

유난히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29일) 미 대사관 앞에 한 중년 여성이 마스크를 쓰고 피켓을 들고 서 있습니다.

피켓엔 “NO WAR", “전쟁은 안된다”고 써 있습니다.

북한 미사일 관련 강경대응 기조를 보이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이미정(47) / 평화재단 통일의병]
“어떻게든 평화적으로 이 위기를 건너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대사관 앞에서 1인 시위를...”

그런데 기자가 취재하는 도중 느닷없이 경찰이 다가와 촬영을 제지합니다.

[경찰]
“잠시만 잠시만... 우리나라 테러 위험도 있기 때문에...”

지난해 2월 민변 소속 하주희 변호사도 미 대사관 앞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이려다 비슷한 이유로 경찰에 제지를 당했습니다.

[하주희 변호사 /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작년 2월에 처음 사드 관련 기구 만들고 할 때 저희가 1인 시위를 미 대사관 앞에서 하려던 것에 대해서 경찰이 ‘거기서는 할 수 없다' 라고 밀어낸 사건...”

하주희 변호사는 인권위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당했다며 진정을 냈습니다.

인권위 조사에서 경찰은 “주변에 다른 변호사가 5명가량 있었다. 사진을 찍는 등 사실상 행동을 같이 했기 때문에 1인 시위를 빙자한 불법 집회였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은 또 "외교공관 바로 앞에서 외교사절을 모욕할 위험이 있는 시위를 하는 것은 ‘빈 협약’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권위는 그러나 오늘 “미 대사관 정문 앞 1인 시위를 제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통행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보장하라”고 경찰에 권고했습니다.

“같은 단체 소속 회원들이 1인 시위를 촬영했다고 해서 불법 집회라고 보기 어렵다”, "당시 경찰권을 즉시 발동해 제지할 만큼 공공의 안녕과 질서에 반하는 구체적 위법 행위가 있지도 않았다”는 것이 인권위 판단입니다.

이런저런 억울한 사연과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 곳곳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벌이고 있는 1인 시위.

하지만 사실 1인 시위는 ‘시위’가 아닙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시위를 “여러 사람이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불특정한 여러 사람의 의견에 영향을 주는 행위” 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즉, 여러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이 시위를 하는 것은 시위 자체가 아니어서, ‘1인 시위’ 는 경찰이 집시법으로 이를 제지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집시법은 다만 “국회의사당과 각급 법원, 대통령 관저, 외국 외교기관 등 특정 장소 100미터 이내에선 집회나 시위를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집회 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청와대나 법원 앞, 미 대사관 앞 등 원천적으로 집회나 시위가 금지된 곳에서 정치·사회적 의사 표시를 하기 위한 방책으로, 일종의 ‘묘수’처럼 ‘1인 시위’가 생겨난 겁니다.

[박지영(23) / 민중민주당 학생위원회]
“1인 시위가 아무래도 혼자 하는 것이고, 최소한의 인권이라고 생각해요...”

나아가 지금은 여러 사람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같은 주제’지만 ‘다른 문구‘의 피켓을 들고 서 있는, ‘변형된’ 1인 시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른바 ‘포위 1인 시위’ 입니다.

[하주희 변호사 / 민변 미군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1인 시위는 본질적으로 1인 시위라고 표현되지만 사실 시위가 아니고 개인의 표현의 영역일 뿐이죠. 당연히 보장돼야 하고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고...”

정치적 의사 표시나 1인 시위 방법 등도 시대가 바뀌면서 갈수록 다양해지고 재기발랄해지고 있습니다.

변화한 현실에 맞게, 집시법의 기계적 적용이 아닌 다른 사람에 불편과 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유연하고도 탄력적인 법 적용과 집행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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