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9 혁명, 5·16 쿠데타, 12·12 쿠데타, 87년 6월항쟁 등 현대사의 목격자
촛불집회 거치며 각계각층 다양한 목소리 분출하는 소통과 공감의 장으로
갈등과 반목, 대립과 대결의 공간 아닌 화해와 치유, 평화의 상징이 돼야

[앵커]

세계적 권위의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지난달, 2017년 에버트 인권상 수상자로 ‘대한민국 국민’을 선정했습니다.

‘탄핵 촛불집회’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를 평화적 방법으로 전 세계 시민들에게 깊이 각인시켰다는 것이 선정 사유인데요.

고대 그리스 아고라처럼 시민들의 담론과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는 서울 광화문 광장.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수능이 치러진 어제 ‘광화문의 하루’를 김효정 기자가 담아 왔습니다.

[리포트]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 광화문 광장.

오전 11시, 난데없이 광화문 광장 한복판에서 ‘목탁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게 뭔가 싶어 호기심에 걸음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목탁 소리의 주인공은 불교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

지난 1일 경기도 한 공장에서 한국인 동료에게 살해당한 외국인 여성 이주노동자를 추모하고,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모인 겁니다.

[한기현 / 화성이주노동자쉼터]
“가해자가 추티마씨를 성폭행을 시도하려고 했었는데 저항을 하니까 우발적으로 살인을 하게 되었다...”

같은 시간, 광화문 광장 바로 건너 청계천 소라광장.

[새로운 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사회적교육위원회]

“죽음의 입시경쟁교육을 폐지하고, 무너진 학교교육을 바로 세우는 데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수능 당일, 정부의 대입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겁니다.

학부모와 교직원 단체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번엔 그 자리를 아직은 앳돼 보이는 어린 학생들이 이어 받습니다

이들은 대학을 안 갔어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꿈꾸며 자발적으로 대학입시를 거부하는 ‘투명 가방끈’ 이라는 단체에 소속된 젊은이들입니다.

그리고 이날 이 자리엔 수능시험장에 있어야 할 고3 학생도 있습니다.

[박성우/투명가방끈 회원]
“선택의 주체가 되기 위해,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대학입시 거부를 선언합니다”

지난 겨울과 봄 사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이어진 곳도 바로 이곳 광화문 광장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거대 정치 이슈부터 대학 등록금 얘기까지.

광화문 광장은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지는 담론의 광장이 되고 있습니다.

허리 휘어서 공부를 못하겠다, 대학 등록금을 깎아 달라는 소박하지만 절박한 목소리에서부터 ‘양심수를 석방하라’는 정치적 구호까지.

광화문 광장엔 하루 종일 이런저런 목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조창익/전국교직원노동조합]
“말하자면 이곳에서 촛불이 맨 처음 타올랐고... 입시경쟁체제 폐지를 위해서 정부가 앞장서 주시기를 간곡하게 부탁드립니다.”

집회, 시위하면 일단 불편해하고 색안경을 끼고 보는 인식이나 분위기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듯합니다.

[이철호 / 경기도 화성시]
“자기 의사표현의 방법이니까. 그동안 없어가지고 우리가 익숙하지 않은 건데 외국은 더 많이 있죠. 그래서 전 좋다고 봐요.

[권나영·김혜지 / 서울 송파구]
“사람들이 자기 의견 얘기하는 거니까 보기 좋다고 생각해요. 저는 그렇게까지 불편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던 4·19의 함성이 울려 퍼진 곳도,

박정희·전두환 두 육군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접수하고 탱크를 주둔시킨 상징적인 장소도.

“독재타도 호헌철폐” 87년 민주화 항쟁의 정화, ‘이한열 열사’의 영정과 만장이 머문 곳도,

지난 겨울, 수십만 개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촛불이 피어 올랐던 곳도 모두 이곳 광화문 광장입니다.

광화(光化). 중국 고전 ‘서경’에 나오는 말로 빛으로 세상을 교화하고 감화한다는 뜻입니다. 이성계를 앞세워 조선을 건국한, 유교적 이상 국가를 꿈꿨던 정도전의 꿈과 염원이 어린 곳이기도 합니다.

격랑의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묵묵히 지켜보며 함께해온 광화문 광장이 소통과 공감, 평화의 상징이 되길 소원해 봅니다.

법률방송 김효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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