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호준 목사, 4·13 총선 앞두고 “불의한 정권 투표로 심판합시다” 현지 신문 광고
선관위 ‘국외선거운동방법 위반’ 검찰 고발, 외교부는 여권 무효화... 유일한 케이스
첫 공판준비기일 열려, 재판부‧검찰‧변호인 모두 ‘고민’... 법조계 “공소 유지 어려울 것”
장호준 목사, 미국서 주말에 목회 일 하고 평일에 버스 운전 등으로 생계 유지

[앵커]

고(故) 장준하 선생의 아들 장호준 목사에 대한 선거법 위반 공판준비기일이 오늘(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기소 이유는 ‘국외선거운동방법 위반 및 탈법 방법 문서배부 등’ 이라는 좀 많이 생소한 혐의입니다.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현장기획 장한지 기자의 리포트 보시고 한 번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리포트]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미주한국일보에 게재된 의견 광고입니다.

진상은폐 ‘세월호 참사’, 역사왜곡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굴욕·탈법적 ‘위안부 합의’ 같은 문구와 함께 “불의한 정권을 투표로 심판합시다”라고 써있습니다.

광고를 게재한 사람은 미국에 거주하는 장호준 목사.

독립운동가, 한국 현대사에서 대표적인 지식인 잡지 ‘사상계’의 발행인으로, 유신정권 당시 민주화운동을 하다 1975년 의문사한 장준하 선생의 3남입니다.

지난해 3월, 해당 광고를 발견한 한국 선관위는 장 목사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혐의는 ‘국외선거운동방법 위반’입니다. 선거법에 관련 조항이 생긴 뒤 실제 이를 이유로 재외 국민이 검찰에 기소된 건 장호준 목사가 처음이자 마지막, 유일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영주권 가진 우리나라 국민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거든요.”

선관위는 장 목사를 검찰에 고발하며 외교부에 장 목사의 여권 무효 조치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이를 받아들여 장 목사의 여권을 무효화했습니다.

살인이나, 횡령 같은 경제범죄도 아니고 ‘국외선거운동방법 위반’ 혐의로 여권이 무효화된 것도 장호준 목사가 처음입니다.

장 목사 입장에선 미국에서 갑자기 오도가도 못 하게 된 처지가 된 겁니다.

그리고 오늘 열린 장호준 목사에 대한 공판준비기일, 재판부와 검찰, 장 목사의 국선변호인 모두 여권이 무효화돼 올 상황이 안 되는 장 목사의 추후 재판 참석을 두고 고민에 빠졌습니다. 

당장 재판부부터 "이러한 경우는 특수한 사정이고 거의 없는 케이스다“라며 난감함을 나타냈습니다.

변호인은 변호인대로 "아직 피고인과 얘기를 해 본 자체가 없다“며 ”송달장도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고 역시 난감해 했습니다.

검찰도 장 목사를 재판에 출석시킬 뾰족한 방법이 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궐석 재판을 진행해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살인, 뇌물 같은 범죄가 아니어서 장 목사를 강제 소환할 방법이 사실상 없어 판결 자체가 무의미한 상태입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공소 유지 자체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 / 법무법인 도담]
“미국에서 이루어진 사건이고 미국의 표현의 자유에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측면도 있는 복잡한 사건인데 본인의 피의자 조사 없이 궐석으로 재판이 이루어진다, 하는 것은 공소유지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애초 무리한 고발에 무리한 여권 무효화, 무리한 기소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신현호 변호사 / 법무법인 해울]
“자신의 정치적인 의사 표시는 우리 헌법상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거든요. 신문광고를 통해서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표시한 것은 그런 위반 사례에 해당한다고 보지 않습니다. 만약 이런 경우까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를 한다는 것은 공소권 남용에도 해당될 수 있다고 보여 집니다.”

장 목사는 기소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조국을 떠나 살며 함께 촛불을 들지 못하는 빚을 진 제가 죄지은 마음을 깃털만큼이라도 덜어보고자 신문 광고를 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재판부는 일단 다음 공판준비기일을 내달 13일로 잡았습니다.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장호준 목사는 미국에서 주말에는 목회 일을 하고 평일에는 버스 운전 등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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