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법조비리] 연이은 법조비리에 자구책 마련 나선 법조계
[창간기획-법조비리] 연이은 법조비리에 자구책 마련 나선 법조계
  • 김경희 기자
  • 승인 2016.11.02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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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법조비리에 '근절 및 내부청렴 방안' 발표한 검찰
고개숙인 대법원장…법원장들 모여 법조비리 근절책 논의
비리 법조인 변호사 개업 차단 나선 변호사 단체
"법조비리 근절의 근본적 대안은

2016년은 법조계에 그 어느 때보다 잔혹한 해였다.

한 기업가로부터 시작된 미풍은 전직 검사장부터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들에게 향했고, 검사장의 직위를 이용한 만행은 청와대 민정수석에게까지 그 바람이 미쳤다. 또한 이 사건은 현직 부장판사 구속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현직 검사장은 청탁을 대가로 주식을 증여 받은 것은 물론 각종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고, 현직 부장검사는 이른바 '스폰서 의혹'에 휘말려 구속기소됐다.

법무부장관을 시작으로 검찰총장, 대법원장 등 법조계 주요 인사들은 앞다퉈 고개를 숙이며 국민들 앞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연이어 터지는 법조비리에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이어졌고, 결국 법조삼륜은 저마다 자구책을 마련해 법조비리 근절에 나섰다.

◆ 연이은 법조비리에 ‘근절 및 내부청렴 방안’ 발표한 검찰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진경준 전 검사장 사건이 불거지면서 대검찰청은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하고 법조비리 근절에 나섰다.

지난 8월 31일 대검은 검찰개혁추진위원회와 법률 전문가 및 유관기관, 내부구성원 등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법조비리 근절 및 내부청렴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날 검찰이 발표한 개혁 방안은 크게 법조비리 근절방안 5가지와 내부청렴 강화방안 6가지로 구성돼 있다.

우선 대검 감찰본부 산하에 부장검사 이상 간부 비위를 전담하는 특별감찰단을 설치하기로 했다. 특별감찰단은 부장검사급 이상 검찰간부의 비위를 전담 감찰한다. 차장검사급을 단장으로 하고 부장검사급 중 고참을 배치한다. 상시 동향 감찰은 물론 비위나 범죄 혐의가 확인되면 직접 수사에도 나선다.

이같은 발표 이후 대검은 지난 10월 18일 특별감찰단을 출범했다.

검찰은 "감찰업무는 총장에게 결과만 보고하는 특임검사식으로 운영해 독립성을 확보하고, 주요 감찰결과는 외부 인사로 구성된 감찰위원회에 보고해 심의·의결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대검 반부패부, 특수부, 금융조사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이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파견 근무자에 대해서는 해당부서 근무기간 중 주식거래를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주식 매각·보유와 해당 검사 가족의 주식 거래는 허용된다.

검찰은 또 실명·익명신고 등 내부제보 시스템을 활성화하고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내실화도 추진한다. 특히 익명 제보시스템의 홍보를 강화하고 철저한 익명성 보장을 통해 제보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마련한다.

그러나 검찰의 개혁안 발표에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동안 끊임없이 내세운 대책에서 나아가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안'이라는게 주된 비판 내용이다.

먼저 검찰이 강조한 감찰기관의 실효성이 도마에 올랐다.

그동안 검찰은 검사 비위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내부 감찰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고위 검사 비리를 통해 검찰 스스로 감찰하는 시스템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상황에서 또다시 스스로 감찰하는 방안은 무의미하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주식 관련 정보 취급부서 및 특정부서 근무자들의 주식거래 금지 역시 본인 명의가 아닌 배우자나 친인척 등 차명 주식투자의 경우 차단할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비판이 나온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검찰 비리의 핵심적인 문제점 중 하나로 지적돼온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나 검찰의 기소 독점권 완화 등 검찰의 권력 비대화 방지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대한 별다른 언급이 없는 점도 지적 대상이 됐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검찰권의 분산과 통제 등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TF에서 연구 중에 있다"며 "향후 순서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첫 개혁안은 법조비리와 청렴관련 1차 발표로 최종 완성본이 아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개혁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고개숙인 대법원장…법원장들 모여 법조비리 근절책 논의

법조비리는 검찰 조직 내에서만 벌어진 것은 아니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현직 부장판사가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국민들에 고개를 숙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로 인해 고개를 숙인 것은 당시가 세 번째였다.

이와 함께 법원은 전국 법원장들과의 회의를 통해 법조비리 사건 관련 10대 개선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부가금' 조항이 포함됐다. 금품·향응 수수액, 공금횡령 및 유용액의 최대 5배까지 징계부가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다.

또한 6개월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비위 법관에게는 연금을 감액하는 제도도 도입된다. 연금 감액제도의 경우 징계 처분이 없을 경우 불이익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현행 헌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는 만큼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할 방침이다.

대법원은 또 직무와 무관한 비위행위에 대해서도 징계할 전망이다. 법관의 비위행위가 혐의 단계라 하더라도 재판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우려가 있을 경우 업무에서 배제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 밖에도 개선안에는 법관에 대한 윤리교육 강화와 윤리행동기준 마련 법조윤리 신고센터 신설 검토, 각급 법원에 법관윤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행동기준을 마련하는 방안, 연임심사를 철저히 실시해 위법한 재산 증식이 드러날 경우 연임에서 제외하는 방안 등 법관비리 차단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담겨 있다.

대법원 뿐 아니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경우 법조비리사건의 신속하고 엄정한 처리를 위해 전담재판부를 지정하기도 했다.

그러나 법원의 개선안 발표 이후 일각에서는 실망스러운 대책안이라는 혹평이 이어졌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이번 발표에서 법관들의 비리를 막기 위한 몇가지 대책이 제시되긴 했지만 법관의 부정을 예방하고 전직 법관의 비리를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운호 사건의 경우 법관이 사건당사자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접촉한 것이 원인이 됐다"며 "법관이 사건당사자 등과 접촉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접촉 시 이유를 불문하고 그 자체만으로 징계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비리 법조인 변호사 개업 차단 나선 변호사 단체

통상적으로 판검사 출신 법조인의 경우 비리로 인해 퇴직한 경우라도 몇 년이 지난 뒤 변호사로 개업해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법조비리 사건이 연이어 논란으로 떠오르자 변호사 단체들은 앞다퉈 법조비리 근절을 위한 변호사 개업 원천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우선 직무관련 비리 법조인들이 쉽게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결격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하는 내용의 입법청원에 나섰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나 직무 관련 위법 행위로 파면된 경우 각 10년간,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그 기간이 경과한 경우 또는 징계로 면책된 경우 5년간 변호사로 개업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시 서울변회는 "비리 법조인이 구속돼도 국민들은 '변호사 개업해서 잘 먹고 잘 살겠지'라는 따가운 시선을 보낸다"며 "그동안 집행유예 정도의 가벼운 처벌을 받고 2년 후 변호사로 개업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리 형태와 그로 인한 사법불신 등을 고려할 때 비리 법조인들이 쉽게 변호사로 개업할 수 없도록 결격기간을 현행보다 연장할 필요가 있다"며 "직무관련 범죄로 인해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변호사 결격기간을 늘리면 엄중한 제재가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회는 또 전관비리 등 법조계 뿌리깊은 병폐를 막기 위해 평생 법관·검사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생 법관·검사 제도란 현행 65세(대법원장과 대법관은 70세)인 법관 정년과 현행 63세(검찰총장은 65세)인 검사 정년을 각각 70세와 65세로 연장하고 대신 법관과 검사로 임용된 사람이 중간에 나와 변호사 개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제도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변호사 직역에서 발생하는 법조비리의 대표 사례인 전관변호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 전관변호사의 수임제한기간을 현행 1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수임제한 사건을 전관변호사가 퇴직하기 2년전까지 소속됐던 곳의 관할 사건으로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변호사법 개정을 통해 선임계 미제출 변론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사법부가 경력법관을 임용할 때 변호사 개업 포기 서약을 한 후보자를 우선 채용하거나 법무부와 검찰에 법조비리 전담부를 신설해 판사, 검사, 변호사, 브로커, 법조유사직역 종사자들의 불법법률사무 취급행위를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관예우를 뿌리뽑기 위해 변호사들의 수임료를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한차례 변호사들의 수임료를 제한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구 변호사법 제19조에 근거해 '변호사 보수기준에 관한 규칙'을 정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형사사건의 경우 착수금과 성공보수는 각각 500만원, 민사사건의 경우 승소액의 40%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 규칙은 국민의 정부 당시 정부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2000년 1월 1일자로 실효됐다.

이후 지난 18대 국회 당시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해 재도입이 논의됐지만 사적 자치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입법화되지는 못했다.

이 밖에도 '몰래 변론' 시 징역 1년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 형사사건 1건당 5000만원 이상의 수임료를 받은 경우 대한변협 신고 의무화, 재판시 재판장의 연고관계 고지제도, 수임제한해제 광고 금지 등의 대책이 법조개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 "법조비리 근절의 근본적 대안은 내부 각성"

그러나 여러 방안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와중에도 법조계는 법조비리 근절의 근본적인 대안으로 내부 자정 노력을 꼽고 있다.

수도권 지역에서 형사사건 담당 검사로 일하고 있는 김모 검사는 "법조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각종 제도를 통해 규제를 강화하고 처벌을 통한 개혁 역시 중요하겠지만 결국 내부적으로 변화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없으면 모두 소용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지역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근무 중인 이모 판사 역시 김 검사의 의견에 동의를 나타냈다.

이 판사는 "매번 법관비리를 비롯한 법조비리가 터질 때마다 여러가지 대응책이 나왔었다"며 "그러나 비리는 계속 반복되고 그럴 수록 국민들의 신뢰와 법관의 품위는 겉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법조계가 먼저 실질적인 개혁 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라며 "이와 함께 법관 스스로 책임감을 가지고 법조개혁을 위한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초동 법조타운내 로펌에서 근무 중인 검찰 출신 변호사 최모 변호사 역시 "수임료를 제한하는 것도 좋고 고위 공직에 있던 인물들의 변호사 개업을 막는 것도 방안이 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무엇보다 공정하고 법 수호에 앞장서야 하는 직군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흐트러진 분위기를 다잡으며 국민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비리도 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김경희 기자 kyeonghee-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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