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경색 부른 대통령 '입'... 여야, 책임론 두고 '전면전'

[법률방송뉴스]

'외교참사' 논란을 두고 정국경색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거대 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제출로 여권은 수습 총력전에 나섰는데,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엔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국민의힘은 오늘 (28일) 윤 대통령 순방 중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MBC 사옥을 항의 방문했습니다.

국민의힘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박대출 의원과 권성동 의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 박성중 의원 등 6명은 이날 MBC 사옥에서 '조작보도'라고 비난했습니다.

박대출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본분을 잊고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왜곡했다"며 "이 나라 국익에 해를 끼친 사태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박 의원은 "음성 분석 전문가도 (보도한) 내용을 100% 확인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을, 무슨 기준과 근거로 확신하고 확인 과정을 거쳤는지 (보도) 경위를 밝혀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조작 동영상을 만들고 그것을 외부에 유출한 최초 유출자가 누군지 알려고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은 "'MBC 자막 조작 사건'이라고 이름부터 제대로 불러야 한다"며 "박승제 사장이 자리를 피하는 것을 보니 '죄를 져도 단단히 졌구나'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는 이르면 내일(29일) MBC를 상대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입니다.

원 안에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수습에 나섰습니다.

같은 날 주 원내대표는 야당이 박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한 것에 대해 "불신임(해임)건의안이 남용되고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면 국회만 희화화된다"며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설득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원내지도부와 함께 김진표 국회의장을 찾아가 32분간 해임건의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하지 말아달라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박 장관의 불신임건의안에 대해 의사일정이 협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본회의에 상정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주 원내대표는 "외교부 장관은 대한민국을 대표해 국익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 국가와 교섭하고 협상하는 자리인데, 국내에서 불신임이란 낙인이 찍히면 어떻게 권위있게 대표할 수 있겠느냐"고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주 원내대표는 다만 야당이 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강행할 경우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로 대응할 것인지를 묻자 "아직 검토해본 바는 없다"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이 완고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박 원내대표가 주 원내대표 의견을 수용할진 미지수입니다.

이날만 해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제1야당으로서 이번 외교참사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며 사실상 전면전을 포고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장관 해임건의안이 상정될 경우 표결은 여당 대표 연설과 맞물려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해임건의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기 위해선 재적의원 과반의 동의가 필요한데, 민주당이 169석을 확보하고 있어 상정 시 통과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입니다.

박 장관은 야당의 해임건의안 발의에도 방한 인사들과의 회담 등 평소와 다름없이 외교 일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관건은 해임건의안을 추진한 야당의 명분이 대내외적으로 적합한지 여부입니다.

앞서 윤 대통령 부부는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 참석차 18~19일 이틀 간 영국 런던을 방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런던 현지 교통사정 등으로 윤 대통령은 장례식 참석에 앞서 웨스트민스터 홀에 안치돼 있던 여왕의 관에 참배하려던 계획이 무산됐고, 야당은 "조문 없는 조문 외교"라고 지적했습니다.

참배 일정취소는 민주당이 어제(27일) 국회에 제출한 박 장관 해임건의안에도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 '48초' 조우와 미 의회 및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부적절 발언 등 함께 주요 책임 사유로 적시돼 있는 사항입니다.

하지만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교장관은 박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서거에 대해 재차 조의를 표시했고, 클레벌리 장관은 윤 대통령 부부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엄수된 여왕 장례식에 직접 참석한 데 대해 "진심으로 감동했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미국에서의 윤 대통령 욕설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향한 것이었는지 여부입니다.

대통령실에선 박 장관 해임건의안 자체를 불쾌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 국장 참석차 일본을 방문 중인 한덕수 국무총리 역시 "박 장관이 해임 건의를 받아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무엇 때문에 해임돼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대립각을 세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