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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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형제복지원 사건’이 35년 만에 ‘국가 폭력에 따른 사건’으로 공식 인정받게 됐습니다.

오늘(24일)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위원회 대회의실에서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사건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은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라며 “불특정 민간인을 적법절차 없이 형제복지원에 장기간 구금한 상태에서 강제노동·가혹행위·성폭력·사망·실종 등 인권침해가 발생한 사건”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이어 “국가는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피해자와 유가족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사망자 105명 추가 확인... 전 과정 인권침해

이번 조사에서 진실화해위는 ▲부랑인 단속 규정의 위헌·위법성 ▲형제복지원 수용 과정의 위법성 ▲정부의 조직적 축소·은폐 시도 등을 밝혀냈습니다.

부랑인 단속, 수용, 시설 운영 등 전반적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 통계와 명단 등 관련자료 14건을 검토한 결과, 형제복지원 사망자가 기존에 알려졌던 552명보다 105명이 많은 657명이라는 사실도 새롭게 나왔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수용자 응급 후송 중 사망이나 사망진단서 조작 등의 사례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진실화해위는 “실질적인 환자 의료를 비의료인인 의무소대원생들이 담당하는 등 비상식적인 방식으로 운영되었다”며 “사망자 처리 시 기록을 허위로 작성하고 사망 진단서를 조작했으며 형제복지원 뒷산에 암매장한 사실도 일부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결핵 사망률은 일반 인구에 비해 29.2배 높은 수준”이라며 “정신요양원 입소의 경우 전문의 진단에 따르지 않고 간부 원생에 의한 징벌 조치로 이뤄진 후 자의적인 정신과 약물 투약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또한 형제복지원 사건의 근거가 됐던 내무부 훈령 제410호는 법률유보·명확성·과잉금지·적법절차·영장주의 원칙 등을 모두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해당 훈령은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은 형사절차 없이 수용시설에 강제 수용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무런 조치 취하지 않은 국가... 진실 외면·은폐

조사 결과 당시 국가가 형제복지원의 실상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외면한 정황도 드러났습니다.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 사건이 알려지고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당시 보건사회부는 “부랑인 강제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식의 입장을 보였습니다.

특히 진실화해위는 “부산시와 경찰, 안기부 등 부산 지역 모든 기관이 사건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며 “특히 부산시는 피해자와 가족들의 진정과 소송을 회유하고 원장과 측근들이 다시 형제복지원 법인을 장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국가의 책임’임을 명시했습니다. 정부와 군이 형제복지원을 관리하고 적극 활용했던 정황도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진정을 국가가 묵살했고 그 사실을 인지해도 조처하지 않았다”며 “1987년 이 사건을 축소·왜곡해 실체적 사실관계에 따른 합당한 법적 처단이 이뤄지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청 순서대로 진실규명 이뤄질 것... “일부 쟁점 추가조사”

한편 진실화해위의 1호 사건인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2021년 5월 조사가 시작됐습니다.

약 1년 3개월 만에 전체 신청자 544명 중 191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진실규명을 결정한 것입니다. 앞으로도 신청 접수 순서대로 규명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진실화해위는 “형제복지원 사망자 처리 의혹 중 유해 매장 추정지 및 시신의 해부실습용 의과대학 교부 등 일부 쟁점에 대해 추가 조사해 다음 조사 결과 보고서에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형제복지원에 강제 수용해 강제노역·폭행·가혹행위·사망·실종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를 저지른 사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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