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캡처
토론회 캡처

[법률방송뉴스] 지난해 법무부가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지 1년이 다 돼가지만 여전히 계류 중입니다.

오늘(28일) 오전 국회의원연구단체 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법률지원센터,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이 주최한 ‘동물의 법적지위와 입법적 변화 모색 국회토론회’가 열렸습니다. 온라인 생중계를 통한 시민 참여도 함께 이뤄졌습니다.

동물복지국회포럼 공동대표 박홍근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선언적 내용의 입법조차 제대로 심사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운 마음”이라며 “이번 정기국회 통과를 위해 저도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님을 확실히 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며 “합의가 늦어지고 있는 개 식용 종식과 동물보호법 전부개정 이후 사육금지처분 등 보완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공동대표 이헌승 의원은 “이제 국회에서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차례”라며 “민법 개정에 대한 논의는 우리 사회가 생명을 보다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에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공동대표 한정애 의원은 “반려동물은 엄연히 가족의 일원”이라며 “법은 시대 흐름과 국민의 인식 변화를 반영해야 마땅하다. 민법 개정은 우리 법체계 전반에 동물 보호와 생명에 대한 존중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감정과 고통의 무게가 인간과 동물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 분명한데 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지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법 집행으로 동물을 압류할 때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해 한다. 다시 말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장착이 돼 있는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민법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 목표 아닌 동물권 향상 수단 돼야”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장 조해인 변호사는 ‘동물의 법적 지위와 민법개정의 의의 및 한계 그리고 향후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9월 28일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민법 개정안 보도자료가 나왔다. 10월 1일 국회에 제출됐고 5일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 위원회 심사 중”이라며 “현재 국회 계류 중인 1만1411건 중 8103번째”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행법상 동물의 지위는 물건이다. 물건이라는 것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있고, 음식의 재료로 쓸 수 있고, 의복의 재료로 쓸 수 있고, 실험 대상과 오락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동물이 만약 물건이면 학대 시 손괴죄가 된다. 그런데 동물보호법을 적용하기도 한다”며 “재물손괴죄로 기소되면 처벌이 강하게 된다. 반면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하면 보통 기소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실형 선고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위반의 처벌이 점차 강해지고, 실형을 선고하는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판례상 동물의 법적 지위는 물건이며 권리의 주체가 아님은 여전히 확고하다. 하지만 동물을 특별하게 취급하는 판례 경향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말입니다.

조 변호사는 “(민법 개정안이) 동물을 법적으로 더 이상 물건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자체가 큰 발전이다. 동물 그 자체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전반적 사회 분위기나 판사의 형량 참작에서 동물 학대 처벌 수준이 높아지고, 동물 피해 배상 수위도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후속 법안이 추진되지 않을 경우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다. 여전히 물건 규정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조 변호사는 해외 입법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1988년 오스트리아가 최초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명시한 이후 1990년에 독일이, 2002년에 스위스가 뒤를 이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2015년 ‘동물은 감각이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획기적인 규정을 내세웠습니다.

그는 “민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고 후속 법안이 추진돼야 한다. 향후 헌법 개정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반려동물에 대한 압류, 가처분 등을 금지하는 법률 법안이 추진돼야 한다. 또 독일처럼 상속제도, 신탁제도, 후견제도 등을 확대 및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동물보호법도 개정돼야 한다. 학대자들이 입양을 반복할 수 있는데 이를 예방할 수단이 없다”며 “처벌규정을 강화하고 세분화해야 한다. 또 동물의 보호 및 구조에 있어서 정부의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민법개정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목표가 아닌 동물권 향상의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 “무엇보다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습니다.

■ “최근 판례, 동물의 법적지위 인정”

김도희 동물의권리를옹호하는변호사들 변호사는 ‘판례로 본 동물의 법적지위와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김 변호사는 국내 판결로 본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해 “반려동물을 잃은 소유자의 정신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는 추세”라며 “반려견은 비록 민법상 물건에 해당하지만 감정을 지니고 인간과 공감하는 능력이 있는 생명체로서 여타 물건과는 구별된다는 판례가 최근 많이 나온다”고 밝혔습니다.

형사소송에서도 동물학대 사건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진돗개를 건축 현장 앞에 묶어놓고 학대를 한 사건에서 검사가 벌금 200만원을 구형했지만 판사는 구형이 과소하다며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형을 선고한 판결(울산지방법원 2019고단3906)이 대표적입니다.

당시 재판장은 “1978년 유네스코 세계동물권리선언에서는 모든 동물이 생태계에서 존재할 평등할 권리를 가지고 있고, 그 권리의 평등은 개체와 종의 차이를 가리지 않으며 모든 동물의 삶은 존중받을 권리를 보장한다”며 “동물 역시 생명체로서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동물학대행위를 단순히 권리의 객체인 물건의 손괴행위로 인식할 수는 없으며 특히 가학적, 충동적으로 동물을 학대하는 행위는 생명체에 대한 심각한 경시행위에 해당하므로 더욱 엄격히 죄책을 물어야 함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동물은 여전히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라는 것이 법의 태도”라는 것이 김 변호사의 평가입니다. 그는 ‘충주 황금박쥐 환경소송’에서 재판부의 “행정청의 처분으로 인해 천연기념물이 멸종되는 경우 천연기념물이 스스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이상 누군가는 사법부에 처분의 위법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한다”며 “누구에게 어떠한 조건 아래 이를 인정할 것인지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판시를 소개했습니다

■ “동물의 법적지위 형법에 반영해야”

이어진 토론에서 이재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동물의 법적지위에 관한 해외동향 분석과 입법제안’을 통해 현행 정부 제출안의 한계점을 짚었습니다.

이 조사관은 “정부 제출안에서 선언적인 규정만 남긴 것에 아쉬움이 있다”며 “동물학대를 손괴죄에서 배제하려는 취지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보호의 공백이 생기지 않나 의문이 생겼다”고 밝혔습니다.

또 “프랑스에선 동물학대를 형법에 반영했다”며 “(우리나라 민법 개정안이) 현행처럼 소극적으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동물에 대해서는 물건에 대한 규정이 준용된다’고 하면 물건 규정 중 뭐가 적용되고 뭐가 적용 안 되는지 견해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규정과 실효적 부분에 대한 고려가 반영되거나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는 전체 법질서의 최상위 근거법인 형법에 반영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제언했습니다.

■ “‘감응력 있는 존재’인 동물... 적극적 방식 택해야”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해외 입법 동향 및 국내 입법 방향 제안’에 대해 토론했습니다.

이 대표에 따르면 해외에서는 1980년대 후반부터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입법과 사회적 논의를 시작했으며, 최근 국제사회에서 동물과 관련한 활발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20~30년 전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선행된 민법 개정안을 소개했습니다. 이 대표는 “위 국가들이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규정하는데 그쳤다면, 유럽연합의 리스본 조약을 계기로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룩셈부르크 등은 민법을 개정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물건과 구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sentient being)’로 규정했다”고 밝혔습니다.

“동물을 ‘감응력 있는 존재’로 정의하고 종 별 요구를 인정하는 입법 동향은 비유럽 국가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며 “캐나다 퀘벡주는 2015년 민법 개정으로 동물이 물건이 아님을 선언하는 동시에 감응력이 있고 생물학적 요구가 있는 존재로 인정했다”는 게 이 대표의 말입니다.

이 대표는 “우리도 동물의 물건성만을 부정하거나 반려동물 소유자의 권리 보장만을 추구하는 소극적 방식 대신, 물건 및 다른 생물과 동물을 구분 지을 수 있고 동물을 느끼는 존재로 인정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 후속 입법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개정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선언적이라고 해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습니다.

■ “반려견 보험가입·산책의무 등 보호대상 구체화해야

한민지 녹색기술센터 박사는 “독일에서 동물법을 공부하며 선진법제를 우리나라에 소개하길 소망했다”며 “작년 법무부 민법 개정안에 참여하고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뜻깊다. 동물들에게도 의미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민법 개정에 따른 후속 입법과제’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한 박사는 “반려동물에서 시작된 동물에 대한 보호논의와 동물의 법적지위의 재설정은 동물보호에 대한 해상도와 관심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반려동물’에 한정돼 인간에게 선택받은 동물에 대한 특별보호이며, 동물생명에 대한 보편적 보호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민법개정안의 논의가 반려동물에 한정된 논의로 이어져서는 안 되며, ‘생명에 대한 보편적 보호’라는 측면에서 헌법에 동물보호와 동물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명시되고 개별입법을 통해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동물이 물건이 아니라면 동물이 무엇인지, 기존의 구법과 달라지는 점은 무엇인지,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시책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게 한 박사의 말입니다.

그는 “민법개정안은 유보규정을 둬 동물이 물건의 지위를 완전히 탈피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 같은 후속 입법 조치만으로는 동물이 물건으로 간주될 만한 사례는 불식되지 않을 것이며, 구체적인 고려 없이 유보조항을 둘 경우 동물의 비물건화를 정한 핵심조항이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움에 있어 필요한 의무에 대한 논의 필요성도 제시했습니다. 한 박사는 △개물림 사고 등으로 대변되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보험가입 의무 △반려견에 대한 산책의무 △애니멀 호더 방지와 동물권 보장을 위한 반려동물 보유세 부과 등을 통해 성숙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독일 반려견명령(Hundeverordnung)은 반려인에 대한 산책의무(하루에 최소 두 번, 최소 한 시간)를 규정해 올해 1월 1일자로 발효한 바 있습니다. 또 호주 등에서는 반려견을 산책시키지 않으면 동물보호규정 위반으로 처벌합니다. 하지만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해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매일 동반 산책을 하는 인구는 20%에 불과합니다.

한 대표는 “우리가 정하고 있는 동물보호법 또한 인간의 지식범주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도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새롭게 발견되는 과학적 증거를 반영해 보호대상 및 방법을 점차 넓히고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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