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반려동물 유기 급증... 지난해만 1.8만마리 안락사
정부 "책임감 높이자" 보유세 공론화... '의료혜택'도 거론
"세금 내면 책임감 높아지나... 실질 대안 찾아야" 반대도

[법률방송뉴스]

▲앵커= 휴가철 반려동물과 피서지에 온 휴양객 많이 보실 겁니다.

많은 사람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며 키우지만, 기회를 노리다 무책임하게 버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정부가 이를 방지하겠다며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와 함께 보유세 도입을 의제로 꺼냈는데, 갈 길은 멀어 보입니다.

시민 의견은 어떤지, 동물 유기를 막을 방법은 세금 부과 말고는 없는 건지 현장 목소리를 듣고 왔습니다.

[리포트]

발달장애인들이 운영하는 유기동물 입양센터입니다.

장애인이 소외되지 않게 일자리를 만드는 동시에, 버림받은 동물은 새 주인을 찾아갈 수 있도록 마련했습니다.

[김소율 / 유기동물입양센터 누리봄]
"(방송에서) 이쁜 것만 나오다보니 가볍게 입양을 하시지 않나, 그래서 추후 지나다보면 파양도 하게 되고 이런 문제점이..."

주인 잃은 동물을 보호하는 기간은 통상 열흘.

대부분 보호소는 이 시간 안에 새 주인을 만나지 못하면 안락사합니다.

이곳 센터는 피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주지만, 휴가철에 접어들면서 걱정이 쌓이고 있습니다.

휴가철엔 동물 유기가 늘어나는데,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신동준 / 유기동물입양센터 누리봄]
"코로나 격리해제로 일상생활이 회복되시다보니 외출하거나 잠깐 집을 비우실 때 걸림돌이라는 생각이 드셨는지... 6월에서 9월 사이 여름 휴가철에 자주 버려지는 경우가 있는데..."

지난 10년간 안락사된 유기·유실동물은 22만마리.

지난해에만 1만8000마리가 멀쩡한 생명을 잃었습니다.

비극의 배경은 첫째도 둘째도 '예산 부족'입니다.

동물을 버린 소유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이지만, 목격자가 증거까지 챙겨 신고해야 해 처벌도 쉽지 않습니다.

정부가 '동물보유세'를 처음 화두에 올린 건 2년 전.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동물과 관련 비용이 늘자, 반려동물 보유 가구를 대상으로 일정비용을 부담시키자 제안했습니다.

현재 독일은 매년 최소 13만원의 세금을 부과, 맹견의 경우엔 107만원부터 보유세를 내도록 합니다.

네덜란드에선 한 마리를 키우면 연 17만원을 내야 하는데, 두 마리를 키울 땐 50만원으로 부담을 세 배나 가중시킵니다.

문화대혁명 당시 애완견 키우는 사람을 처형하던 중국도 1995년부터 이미 과세 중입니다.

[윤석열 / 대선후보] (지난 1월 20일)
"유기견 발생을 예방하는 그런 제도적 여건을 만들어나가도록 할 생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반려묘 등록의무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당시 캠프는 ‘세금을 내면 의료보험 혜택을 주겠다’ 거론하기도 했습니다.

동물보유세에 대한 시민 생각은 어떤지 들어봤습니다.

[김민선 / 경기도 광명시]
"동물을 키우면서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에 세금으로 그런 게 많이 방지도 될 거 같고, 유기동물도 보호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서 우리나라도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질 수 있을 거 같아서..."

[정동욱 / 서울시 성동구]
"제재가 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하고, 세금도 매기면 그만큼 책임감도 있어지니까... 세금 내는 것 만큼 주변에 반려동물을 위한 시설 등이 확장된다면 기꺼이 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정연숙 / 경기도 구리시]
"세금을 내라고 해서 주인들이 책임을 갖고 과연 버리지 않을까 의문이 들어요. (반려견 등록제도 했는데) 정부에서 꾸준하게 관리를 잘하고 있는지 그것도 사실 의문이거든요. 그걸 해서 유기견이 많이 줄었는지 그것도 궁금한데..."

유기동물센터도 부정적 전망을 내놓습니다.

[김소율 / 유기동물입양센터 누리봄]
"입양이나 그런 부분이 조금 어렵고 까다로우면 좋을 거 같아요. (유기가) 줄어들진 않을 거 같아요.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정부가 의료보험 혜택을 거론했던 것은 어떨까.

[허주형 / 대한수의사회장]
"우리나라처럼 아직까지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나라는 사실 동물보유세는 조금 시기상조고요. 보유세보다는 오히려 진료비 부가세를 다시 리펀드(환불)하는 식으로 지원해주면..."

동물 진료 부가세는 연 평균 2000억원.

국회에서도 차라리 '부가세 면제'가 동물 키우는 사람의 부담을 해소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입니다.

보유세를 도입하면 유기동물이 한시적으로 늘 것이란 예상도 있는데, 동물권 단체 역시 동감합니다.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가슴 아픈 일이기는 하나, 그런 걸 최소화시킬 수 있는 장치도 법적·제도적으로 같이 보완하면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세금을 내는 데 있어서 거부감보다는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것..."

[한재언 변호사]
"경과규정, 그러니까 '법이 만들어지고 1년 뒤부터 시행한다, 그리고 그 전에 등록을 마친 개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아니한다'라는 식으로 적용 범위를..."

한국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1400만명, 국민 네 명 중 한 명꼴입니다.

이들이 한 마리씩만 키운다고 가정하고, 인당 10만원의 세금만 매겨도 연간 거둘 수 있는 재원은 1조4000억원.

하지만 정부는 아직 명확한 용도는 제시하지 못한 채 뜬구름만 잡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한재언 변호사]
"유기동물보호에 쓰겠다, 교육사업에 쓰겠다, 아니면 지자체에 동물복지과가 있거든요. 그쪽 전담인력을 늘리겠다, 아니면 경찰에 동물 관련 사건 수사하는 전담인력을 늘리겠다, 그런 식으로 목적을 특정해서 세금을 징수하는 게..."

일부 비윤리적인 사람 때문에 생겨난 동물보유세.

찬반 입장은 갈리지만, 동물이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살면서 깊이 좋아한 건 평생 잊지 못하고, 깊이 사랑한 건 인생의 일부가 된다고 합니다.

주인이 무엇을 왜 하는지 반려동물이 알진 못 하겠지만, 확실한 건 주인이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여부는 지금 순간도 느끼고 있다는 겁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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