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김지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지혜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선택하신 좌석은 이미 다른 고객님이 결제를 진행 중입니다.” 공연 예매 시 이러한 문구가 뜬다면 필패를 직감합니다. 필자는 최근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공연 예매를 위해 1초의 늦음도 없이 티케팅 오픈 시각에 정확히 로그인했으나, 선택하는 좌석마다 결제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뜨자 미련 없이 로그아웃했습니다. 평소 애정 어린 관심을 두고 있던 대상이 슈퍼스타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너무나 짜릿하고 뿌듯하지만, 더는 1열에서 여유롭게 공연을 보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에 아쉬워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역시나 하반기에 예정된 그의 공연은 모두 매진되었습니다.

‘10초 컷으로 표현되는 티케팅이 과연 정상적인 걸까’, 한 번이라도 티케팅에 참전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가질 것입니다. SNS나 인터넷 중고카페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티켓 양도 글을 보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매크로 프로그램(이하 ‘매크로’)에 대해 많이들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람이 해야 하는 반복적인 작업을 대신함으로써 작업의 효율을 높이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뜻하는 데요. 계속 심심찮게 문제가 되어오다가 최근 크게 이슈가 되었던 것은 마스크 사재기 때였습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 사용이 급증하던 시기에 매크로를 이용하여 마스크를 사재기했다고 하니 이러한 프로그램 자체가 불법인 것으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매크로를 사용하는 것 그 자체가 불법인 것은 아닙니다. 이는 단순 반복작업을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으로, 잘 사용하면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법원 또한, 자동적으로 댓글의 등록이나 쪽지의 발송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하는 프로그램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이라 합니다)상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 사안에서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프로그램 자체를 기준으로 하되, 그 사용용도 및 기술적 구성, 작동 방식, 정보통신시스템 등에 미치는 영향, 프로그램 설치에 대한 운용자의 동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일반 사용자가 통상적으로 작업하는 것보다 빠른 속도로 작업하기 위하여 자동적으로 댓글의 등록이나 쪽지의 발송 등의 작업을 반복 수행할 뿐이고, 기본적으로 일반 사용자가 직접 작업하는 것과 동일한 경로와 방법으로 작업을 수행한 점, 정보통신시스템 등이 예정한 대로 작동하는 범위 내에서 실행된 점, 프로그램의 사용으로 인하여 정보통신시스템 등의 기능 수행이 방해된다거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장애가 발생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등을 들어 정보통신망법이 규정하고 있는 악성프로그램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매크로를 불법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매크로를 통해 각종 온라인 예매 서비스를 과도하게 이용하다 해당 업체 서버에 피해를 입히면 형법 제314조 제2항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 있으며, 사이트의 안정성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매크로를 사용하여 전산상 문제를 발생시켰다면 정보통신망법 제38조의 정보통신망 침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매크로를 사용한 티켓 대량 구매 그 자체를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으로서 티케팅 전쟁에 뛰어드는 필자는 항상 필패할 수밖에 없을까. 안타깝지만 소비자의 정당한 이용 행위를 저해하는 매크로 활용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각종 예매에 성공하는 법을 검색하며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공연 예매에 성공했던 그 날의 기억에 기대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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