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인간의 삶이 코로나19 전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코로나19가 세상에 가져온 변화는 상당히 많죠.

그 중에 하나로 전 세계적으로 생명과학 시장이 성장했는데, 특히 바이러스의 게놈 및 변이 연구 관련 분야가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기술 침해와 관련한 분쟁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요.

이른바 ‘차세대 게놈 시퀀싱 기술’을 놓고 미국의 한 대기업을 상대로 이겨 주목받은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혜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최근 9주간 연속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러나 방역당국은 델타와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하위버전 감염사례가 나오고 있으니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이 같은 변이 바이러스 재조합 등을 연구하는데 큰 이바지를 한 건, 바로 ’차세대 시퀀싱 기술‘입니다.

해당 기술의 선두주자로는 세계적 유전체 기업 중 하나이자 생명과학 분야 핵심장비 제작 업체 ‘BGI 그룹’과 시퀀싱 기술 장비를 보유한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소재 ‘일루미나’ 등 두 곳이 꼽힙니다.

그러나 일루미나와 BGI 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서로 자신들의 기술을 침해했다며 특허 침해 관련 여러 개의 법적 분쟁을 해왔습니다.

재판들 중 가장 이목이 집중됐던 건 미국 델러웨어 연방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차세대 시퀀싱 특허침해 소송’이었습니다.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일루미나가 아닌 BGI 그룹의 자회사인 MGI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이에 대해 MGI와 협력 관계에 있는 BMS 관계자는 “일루미나의 본사가 있는 미국 땅에서 승소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소회를 밝혔습니다.

[최길호 이사 / BMS 관계자]
“제일 중요한 건 일루미나가 승소에 이겼을 때가 샌디에고, 그러니까 일루미나 본사가 있는 곳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미국에서 그쪽 손을 많이 들어줬던... 중국과 미국의 관계도 안 좋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 중국 특허를 이겼다’라는, 승소했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시장에 영향이 좀 커서...”

일루미나가 침해했다는 MGI의 특허기술인 ‘차세대 게놈 시퀀싱’이란 한 번에 대량의 유전자 염기서열 데이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입니다.

염기서열은 A·T·G·C 4가지로 구성되는데, 이를 각각 확인하기 위해서는 레이저를 채널별로 쏴서 하나하나씩 제어를 하는 게 기본 원리입니다.

그러나 MGI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4개의 채널이 아닌 2개의 채널 방식을 도입해서, 정확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범용 데이터를 뽑아낼 수 있는 기술을 만든 겁니다.

[Chenyang ZHU(주신양) / MGI 관계자]
“보통은 형광 시퀀싱은 4가지 염기서열을 알기 위해서 4가지 형광체가 필요한데요. 저희 MGI 기술은 2가지 형광만 필요하고, 시퀀싱 할 때 시간도 줄일 수 있고 데이터 분석을 할 때에도 시간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장비적인 면에서도 원래 4가지 레이저가 나오는 과학적인 장비가 필요한데 저희는 2가지만 필요해서 과학적인 체계도 간단히 시킬 수 있습니다.”

MGI가 보유한 미국 특허는 이 2개의 채널을 이용한 차세대 DNA 시퀀싱 시스템으로, 두 시그널로부터 DNA나 RNA 같은 핵산을 이루는 단위체, 즉 뉴클레오타이드를 추론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에 일루미나 측은 MGI가 보유한 차세대 시퀀싱 장비들이 일루미나의 기존 특허기술을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MGI의 특허들이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 델러웨어 연방지방법원은 MGI사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일루미나가 특허를 침해했다는 반전의 판결을 내린 겁니다.

델러웨어 법원은 지난 5월 6일 “MGI 특허들은 유효하고, 일루미나가 MGI 특허들을 직접적으로 침해하기도 하고 간접적으로도 침해 했다”며, 더 나아가 “MGI 특허들은 신규성과 진보성을 갖고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MGI 특허를 고의적으로 침해한 일루미나를 상대로 3억 3000여 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이 같은 결과에 BMS사 관계자는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특허관련 승소를 하는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합니다.

[최길호 이사 / BMS 관계자]
“일루미나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이긴 하거든요. 그런데 여기랑 경쟁할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을 가진 회사는 BGI 그룹 내에 MGI 밖에 없다고 보시면 돼요.”

MGI 측은 이번 승소 판결에 대해 MGI가 지켜온 ‘지식재산 보호’ 가치를 알리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지식재산 보호는 전 세계 생명과학 및 생명공학 기업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Chenyang ZHU(주신양) / MGI 관계자]
“저희 MGI는 생명과학분야의 핵심 장비를 제작하는 업체로서 저희는 무엇보다 지적재산을 중시하고 연구와 개발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소송에서 저희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저희는 지적재산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사람들의 건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Chenyang ZHU(주신양) / MGI 관계자]
“전 세계적으로 저희보다 더 정확하고 저렴한 제품을 만들 수 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BGI 그룹과 일루미나는 지속적으로 갈등이 있어왔고, 아직 영국·독일·스위스 등 세계적으로 남아있는 소송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특허 전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법률방송 이혜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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