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와 증권성의 상관관계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재난 앞에 전 세계 국가들은 너도나도 돈을 풀었다. 유동자금의 증가와 맞물려 신종 투자상품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너도나도 투자로 재미를 봤다는 소식이 파다했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나 혼자 가난해질 것만 같아‘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일 정도였다. 지금은 팬데믹이 소강 국면에 접어들고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이 겹치며 과열되었던 투자 열기의 거품이 꺼져가고 있는 듯하다. 각종 투자상품의 옥석이 가려지는 상황이다.

이른바 ‘조각투자’는 건물이나 미술품 등 선뜻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자산에 다수가 비교적 소액을 투자해 운용 수익을 향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비교적 새로운 유형의 상품이다 보니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기도 했고, 사업자 측면에서는 언제 규제의 칼날이 미칠지 몰라 안정적인 사업 확장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이에 금융당국이 나섰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금융위’)는 지난달 하순 ㈜뮤직카우가 발행한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의 증권성을 판단하고 ㈜뮤직카우에 대한 조치안을 의결했다. 「조각투자 등 신종증권 사업 관련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도 발표했다. 증권성이 인정된다면 정부의 개입을 피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여하에 따라 사업의 흥망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조각투자 플랫폼과 투자자 모두에게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런데 널리 인기를 얻고 있는 조각투자에 금융당국은 왜 개입한 걸까? 증권성이 문제 되는 이유부터 살펴보자.

■ 조각투자의 ‘증권성’ 왜 문제인가

조각투자는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 고가의 자산을 매입해 보관·관리·운용하고 그 운용 수익을 분할하여 투자자들에게 돌려준다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고가의 부동산이나 미술품에 ‘티끌 모아 태산’을 만드는 방식으로 투자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여윳돈을 가지고 투자에 처음 입문하는 MZ 세대의 관심이 쏠린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과 유사한 자산유동화 내지는 토큰화는 종래 엄격한 규제 아래에서 제한적으로만 이루어져 왔다.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비대칭’이라는 증권거래의 특수성 때문이다. 건물이나 보석과 같이 그 가치가 눈에 보이는 재화와 달리, 증권과 같은 금융투자상품은 돈의 흐름을 표창하는 무형의 권리나 법적인 지위에 불과하다. 이러한 금융투자상품의 가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요소의 영향을 받기 마련인데, 그에 대한 정보는 상품을 만들어 낸 주체가 독점하곤 한다. 일반 투자자는 상품의 가치를 좌우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한편 조각투자 플랫폼은 MZ 세대의 이용 편의를 위해 간결한 웹디자인을 추구하는데 이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나아가 음악, 미술품, 드라마, 영화 등의 콘텐츠는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누구보다 상품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을 하기도 쉽다.

나아가 증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상품은 ‘충동적인 투자 혹은 투기’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속성이 있다. 투자자들은 노동 없이 자본의 투하만으로 쉽게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순간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데, 그 결과는 보석이나 자동차, 부동산 등의 유형적인 재화를 경솔하게 구입한 경우와 비교했을 때 훨씬 심각할 수 있다. 손에 남는 것 하나 없이 투자금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조각투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개입은 바로 이러한 증권의 속성으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하는 것을 가장 큰 목적으로 한다. 나아가 규제의 개입 범위를 명시하여 예측가능성을 도모해 사업자의 안정적인 사업 영위로 인한 건전한 시장 발전까지도 기대한다. 신종 투자상품이 ‘증권’이라고 판단되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엄격한 발행·공시 규제와 불공정거래규제 등이 적용되는 것이다. 따라서 조각투자 사업이 ‘증권성’을 띄는지 아닌지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제도와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사업자 입장에서는 규제의 간섭을 어느 정도 받게 될지를 예측하는 가장 기초적인 이슈라 할 수 있다. 

■ 금융위의 조각투자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무엇이 달라질까

㈜뮤직카우가 판매하는 투자상품은 ‘저작권에 직접 투자한다’는 일반적 인식과 달리 ㈜뮤직카우에 대한 채권적 청구권에 불과하다. 금융위는 ㈜뮤직카우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이러한 청구권이 「자본시장법」이 정하는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하므로 ㈜뮤직카우는 동법상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발표했다. 수많은 조각투자 플랫폼 중 ㈜뮤직카우만을 콕 집어서 판단했지만, 조각투자의 사업구조상 문제점은 ㈜뮤직카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동시에 조각투자 플랫폼의 구조가 모두 ㈜뮤직카우와 유사한 것도 아니다. 금융위가 보다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발표한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증권 유형 중 특히 ‘투자계약증권’은 그 적용 범위가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서 음악 콘텐츠의 저작권으로부터 발생한 수익을 나누어 갖는 조각투자 상품인 ㈜뮤직카우의 ‘청구권’도 투자계약증권으로 파악했던 만큼,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는 상품이 추가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상당하다. 

이해를 돕기 위해 금융위는 가이드라인에서 투자계약증권 인정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는 투자자가 얻게 되는 수입에 사업자의 전문성이나 사업활동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로서, ① 사업자 없이는 조각투자 수익 배분 또는 손실 회피가 어려운 경우 ② 사업자가 운영하는 유통시장의 성패가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 ③ 투자자 모집시 사업자의 노력·능력을 통해 사업과 연계된 조각투자상품의 가격상승이 가능함을 합리적으로 기대하게 하는 경우이다. 

반면, 소유권 등을 직접 분할하거나 개별적으로 사용·수익·처분이 가능한 경우에는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보았다. 조각투자 상품이라 하더라도 실제 소유권을 분할하여 구매·보유할 수 있고 이를 판매함으로써 수익이 정산되는 경우는 단순한 실물거래에 해당할 뿐 증권에 해당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이다. 

일부 조각투자 플랫폼은 자산의 소유권을 쪼개어 직접 투자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기 때문에 증권성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투자자들을 안심시킨다. 하지만 소유권은 플랫폼이 ‘넘겨주겠다’고 말한다고 그것만으로 완전히 이전되는 권리가 아니다. 가령 미술품과 같은 동산의 소유권이 이전되려면 소유권 이전의 합의 외에 점유의 이전도 받아야 한다. 물건을 원래 소유자가 계속 보관하는 방식의 점유개정도 물론 가능하지만, 소유권 이전의 요건으로서 점유의 승계에 대한 부분도 약관의 형식으로나마 언급을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분할 소유권을 플랫폼 밖에서 다른 방법으로 처분할 방법이 전혀 없다면 그것이 과연 완전한 소유권의 취득이라 볼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할 여지도 있다. 나아가 소유권 직접 분할의 경우 가이드라인이 ‘등기나 공증 등의 공적 증명력이 있는 방식’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조각투자 플랫폼이 공적인 증명 요건을 어떻게 충족해야 할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가이드라인의 배포는 ‘몰라서 그랬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뮤직카우가 제재유예를 받은 이유는 투자계약증권의 사상 첫 인정사례이므로 그만큼 위법성인식이 낮았다는 데 있다. 그런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가이드라인은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시규제, 인허가등록 여부에 대해서 사업자가 별도로 검토·문의·확인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플랫폼은 더 분주해질 것 같다. 증권성이 인정되면 인정되는 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인정되지 않는 대로 모두 마찬가지다. 조만간 옥석이 가려질 것 같다. 투자자들도 공부하고, 또 공부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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