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사랑하는 서울, 선주업체 대부분 위치... 이수진 "더 늦기 전에 힘 모아야"
세계로 통하는 관문 인천, 해상사건 다수발생... 배준영 "인프라 구축 요지에 둬야"
세계의 물류중심 부산, 명실상부 '물동량' 4위... 안병길 "해양수도 완성으로 도약"

[법률방송뉴스]

▲신새아 앵커= 안녕하십니까, <LAW 포커스> 신새아입니다.

제8회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시장·도지사에 누가 출마할까 관심 갖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역에선 '해사전문법원' 설치 공약이 재차 고개를 들 분위기입니다.

특히 서울과 인천, 부산 사이 유치 경쟁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역구 의원들의 후방 지원도 치열하다고 합니다.

세계가 사랑하는 서울, 세계로 통하는 관문 인천, 세계 물류의 중심 부산.

이들이 해사법원 쟁탈전에 뛰어든 배경을 석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VCR

[이수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에서 일단 하게 해주고..."

[배준영 / 국민의힘 의원]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보면 인천이 가장..."

[안병길 / 국민의힘 의원]
"당연히 부산이지!"

해사법원은 해상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 사법기관입니다.

전세계를 항해하는 선박의 특성상 해상사건은 당사자 '소속국'이나 그 외의 '제3국'에서 분쟁을 해결해야 합니다.

해사법원 판결은 국제규범성을 인정받는데, 현재 해양 사건 관련 전문법원이나 전문판사를 두고 있는 국가는 영국·중국·싱가포르가 대표적입니다.

특히 중국은 10개 전문해사법원과 24개 지원을 설치, 600명에 육박하는 전문법관을 곳곳에 배치해 시장 점유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일부 중동 국가는 '국제상사법원' 설치로 법률 서비스 비용이 해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대응하고 있습니다.

무역 규모 세계 7위이자 해상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국제적 위상과 달리 해사전문법원이 없는 실정.

외국 법정에 의존하는 게 길들여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최근 2년간 한국 법원의 해사전담재판부가 맡은 사건 현황을 보면 서울중앙지법 61건, 서울고법 58건, 부산지법 86건, 부산고법 11건에 그칩니다.

한 해 50건도 되지 않는 사건을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전문법원을 설치해야 하느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학계 설명은 다릅니다.

[정영석 /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우리는 재판만 얘기하지만, 재판 바깥에 있는 로펌에 의한 계약서 검토 등 여러 법률적인 게 기본적으로 이뤄지지 않고는 대형 해상 거래를 하기가 어렵거든요. 해사법원을 만들게 되면 법원에서 어떤 소송을 많이 해서 매출을 올리는 것보다는 법원이 있고 시장이 안정화되면 이걸 믿고 로펌이 계약서를 검토해준다던지 계약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해사법원이 없는 탓에 국내 조선소와 선박회사, 선주들은 계약서에 영국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 해사법원이 있는 국가에서 분쟁을 해결하자는 조항까지 넣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국으로 새어나가는 법률비용만 연간 4000억원.

[정영석 / 한국해양대 해사법학부 교수]
"선박 매매를 하거나 건조를 할 때도 다 브로커가 작업을 하고, 이 브로커가 매도인·매수인뿐 아니고 중간에 자금 차입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해사법원 설치 시) 실제 국내 유입되는 자금이나 인건비로 봤을 때 이건 아주 고급 인력을 수용하기 때문에 훨씬 규모도 크고, 시장을 좀 주도할 수 있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해사법원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구체적 설립지는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국회에서 해사법원 설치법안을 발의한 대표적 의원은 서울 이수진, 인천 배준영, 부산 안병길 의원입니다.

법관 출신 이 의원은 해사국제상사법원을 대법원 소재지, 즉 서울에 둬야 한다고,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배 의원은 해사법원을 인천에 설치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습니다.

언론인 출신 안 의원은 해사법원을 부산에 설치하고, 그 관할구역을 전국으로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해사법원을 둘 적합지는 어디일까.

주요 조건 중 일부인 해운사 본사 위치, 해양 사고 건수, 물동량 등을 파악해봤습니다.

[이수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서울 동작구을)]
"처음 출발할 때는 어쩔 수가 없습니다. 외국에서 오는 클라이언트들이 다시 한 번 비용을 내고 지방을 간다, 이거는 굉장히 시장을 축소시키겠다는 거예요."

먼저 국내 선주업체는 총 213개.

이 가운데 75%는 수도권에 위치하는데, 대부분 서울에 있습니다.

이를 감안해 해사국제상사법원 본원은 서울에, 인천과 부산, 광주에는 지원을 설치하고 각 관할을 맡게 해야 한다는 게 이 의원 설명입니다.

[이수진 /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국 법관들보다 우리 법관들이 역량이 굉장히 뛰어나잖아요. 우리나라 상사법원에서 재판을 빨리 정확하게 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 스필오버 효과가 날 거예요. 그때까지는 이 네 군데서 하는 자체를 서로 막으면 안 돼요."

[배준영 / 국민의힘 의원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인천 같은 경우에는 10여개가 넘는 국제기구가 있고, 유엔씨트랄(국제상거래법위원회)이라고 해서 상거래 관련된 법을 다루는 국제기구도 있습니다. 인천이 경쟁력 있고, 또 해사법원이 그런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 허브공항 인천국제공항을 품고 있는 인천은 최대 교역국 중국 물동량의 약 60%를 담당합니다.

현재 해사 분쟁 관련 시장 주도권을 키우고 있는 중국과 맞대결이 가능한 곳입니다.

[배준영 / 국민의힘 의원]
"이 배후에는 수도권이 있는 거 아닙니까. 내항에 좀 두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어요. 왜냐하면 여기 경인고속도로 아시지만, 경인고속도로에서 맞바로 들어오거든요. 또 제3연륙교가 생기게 되면 공항도 바로 가고..."

인천 4선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인천은 우리나라의 항공·항만·철도·도로 등 육해공 교통망이 집결되고, 행정지원 인프라가 잘 구축된 요지"라며 "분쟁 사건의 고객인 될 외국기업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쉽게 재판에 참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양 사고 건수를 봐도 지난해 기준 중부 851건, 서해 993건, 남해 879건, 동해 561건.

5개 관서를 동·서·남 세 곳으로 묶으면 남쪽보다 서쪽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더 많습니다.

[배준영 / 국민의힘 의원]
"부산에서 하자는 의원님도 계시고, 일부는 또 서울까지 말씀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인천이 아까 말씀드린 이유로 가장 적격인 거 같고..."

[안병길 / 국민의힘 의원 (부산 서구동구)]
"해사법원 1개가 되든 2개가 되든 최적지는 저는 부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아의 해상금융도시, 해양중추도시를 넘어서 우리나라 해양수도를 만들려면 해사법원이 반드시 부산에 설치돼야..."

지난해 부산항 물동량은 1226만TEU, 인천항 335만TEU와 비교하면 압도적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동량·해운·조선 등 부산이 지닌 해양 관련 산업 규모를 감안하면 해양법률 서비스 시장은 중국을 넘어 영국과 견줄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부산시와 지역 언론도 해사법원 유치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주상호 / 부산시 해운항만과장]
"해사법원의 성격 자체가 해상 사건에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선박 통행량이 가장 많고, 물류량이 집중되는 현장에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전문성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고... 해운의 현장이면서 동시에 조선 벨트가 부산과 울산, 경남 지역에 몰려 있기 때문에..."

부산은 서울과 맞먹을 대한민국의 또 다른 한 축이지만, 국제적 경쟁력을 내세우기엔 해양 관련 금융·법률 서비스가 여전히 미흡합니다.

[안병길 / 국민의힘 의원]
"해양기술 분야에서는 1위, 1위, 2위, 1위 이렇게 아주 순위가 높습니다. 해양 금융과 해양 법률 측면에서는 측정 자체가 안 됩니다."

상징적으로 보나, 지역균형발전 추세를 봐도 해사법원은 부산에 있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안병길 / 국민의힘 의원]
"인천이나 수도권에 설치하면 수도권을 살 찌우는 것밖에 안 됩니다. 북항에다가 2030년 엑스포 유치도 하고, 그렇게 부산의 성장동력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는데... 각종 국제기구 유치도 많이 해서 우리 북항 지역에 유치할 계획입니다."

'바다가 미래다.'

마침표 없는 '해양 패권' 경쟁을 주도하기 위해선 해사법원 유치가 절실한 상황.

'명실상부 대한민국 수도' 서울.

'세계로 통하는 관문' 인천.

'제2의 심장, 항구의 도시' 부산.

해사법원 유치를 위한 저마다의 구애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각축전의 승자는 누가될 지 관심이 쏠립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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