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대중음악 등과 관련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김인석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소년범죄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소년심판’은 넷플릭스 주간 톱10에서 3월 첫째 주 비영어 시리즈 부문 글로벌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면서 K-드라마가 정통 법정물로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각종 청소년 범죄 사건 및 소년범을 혐오하는 판사 심은석(김혜수 분)과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을 믿는 판사 차태주(김무열 분)를 두 축으로 소년사건을 다루는 다양한 판사들의 캐릭터를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한껏 고조시킨 드라마라 평가합니다.

극 중에서는 평생 소년사건을 전담하며 명성을 쌓은 부장판사 강원중(이성민 분)이 자신의 아들이 연루된 사건의 재판장으로서 사건을 속결지으려다 결국 법복을 벗게 되는 장면과, 극의 시작에서부터 줄곧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말해 오던 판사 심은석이 과거 아들의 사망을 야기한 사건본인의 보호사건에서 주심판사로서 심리를 강행하다 결국 징계에 회부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소년법에 대한 논의는 이미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온 만큼 이 글을 통해서는 위 장면들과 관련해 법관의 중립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마련된 제척·기피·회피 제도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법관의 제척이란 법관이 구체적인 사건과 법률에서 정한 특수한 관계가 있는 때에 당연히 그 사건에 관한 직무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하고, 형사소송법 제17조는 제1호 내지 제9호의 9가지 사유를 제척의 원인으로 정하고 있는데, 법관에게 제척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법관이 당사자의 인지 또는 주장 여부를 불문하고 일체의 소송행위에 관여할 수 없게 되고, 또한 제척이유가 있는 법관이 관여한 소송행위는 본질적인 절차상의 하자로서 무효가 됩니다.

한편, 극 중에서 강원중의 경우는 아들이 아직 해당 사건의 피의자가 아니어서, 심은석의 경우 또한 심은석이 당해 사건 피해자의 친족에 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두 경우 모두 형사소송법 제17조 제2호가 정하는 “법관이 피고인과 또는 피해자의 친족 또는 친족관계가 있었던 자인 때”와 관련한 제척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형사소송법 제18조 내지 24조는 제척의 형식적 경직성을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당사자의 신청에 의한 재판으로 해당 법관을 당해 직무집행에서 탈퇴시키는 기피 제도와 법관이 스스로 기피사유가 있다고 판단해 자발적으로 당해 직무집행에서 탈퇴하는 회피제도를 규정하고 있고, 위 각 제도는 형사소송법 제17조가 정하는 9가지 제척사유 이외에도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라는 별도의 사유로도 작동하기 때문에, 극 중의 강원중과 심은석에게는 이와 관련한 기피 또는 회피 사유가 있다고는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법관 스스로가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때”와 관련한 사유가 있음을 인지하고서도 고의적으로 해당 사건에 계속 관여하였다면 이는 법관이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하여 그 품위를 손상하거나 법원의 위신을 떨어뜨린 경우로서 법관징계법 제2조가 정하는 징계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을 것이고, 이에 드라마 ‘소년심판’은 강원중과 심은석이 징계에 회부되는 장면을 연출한 것으로 보입니다.

재판은 공정성을 생명으로 하고,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공평한 법원을 구성하여야 하며, 공평한 법원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사건과 특별한 관계가 있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는 법관을 법원의 구성에서 배제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목적에서 마련된 법관의 제척·기피·회피 제도를 드라마 ‘소년심판’과 관련해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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