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와 드라마,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인물 및 사건 등과 관련한 법적 쟁점에 대해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재민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연기 경력이 있는 피해자의 어머니에게 속은 것이기는 했지만, 주인공 역시 인정하고야 맙니다. “대단하더군요.” 직접 겪은 변호사에 대한 깊은 신뢰가 담겨있는 한마디였습니다.

저 정도 능력을 보여주는 변호사라면 상당한 수임료를 지불해야 마땅하고,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야 ‘언젠가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생겼을 때 저런 훌륭한 변호사를 만날 수 있을까?

그런 경우 비용은 얼마나 들까?’ 정도의 생각을 하겠지만, 변호사로서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실제 법정에서 영화처럼 극적인 장면이나 전개가 펼쳐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물론 꼭 단조로운 풍경만이 반복되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떤 노(老) 변호사께서 증인신문을 하는 상황이었는데, 처음에는 사건과 관계없는 엉뚱한 질문만 하는 것 같더니 차츰차츰 증인을 옥죄어 마지막 질문에 답하는 순간 애당초 이끌어 내고자 했던 진술을 도저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하는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이야기를 건너 들은 적도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모든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나는 몇 등이나 될까? 상위 몇 % 안에 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가끔은 스스로 작성한 서면이나 언변에 취해서, 특히 소위 ‘큰 사건’에서 승소하기라도 하면 ‘나 정도면 그래도 몇 등은 되지’하는 오만에 빠지기도 합니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제1심과 항소심에서 패소했던 사건을 대법원에서 뒤집었을 때에는 성취감이 대단한 것도 사실입니다.

두뇌가 명석하고, 필력과 언변이 뛰어나고, 성격이 차분하고 논리적이며,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전문 지식이나 경험이 많은 것 등등 모두 훌륭한 변호사의 덕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변호사로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생각하다 보면 절로 겸손한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변호사의 덕목 또는 자세를 생각하다 보니 제가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에 나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내과의인 주인공은 과거에 오랫동안 하숙 생활을 했던 집주인 아주머니로부터 남편이 수술을 하게 되었으니 의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을 받고 최근에 친해진 명성 높은 외과의를 소개해 줍니다. 그러고는 수술을 참관하게 되었는데, 그 외과의가 사실은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결국 환자는 사망하게 됩니다.

잘못했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외과의를 보며 주인공은 결국 자신이 환자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어느 날 모든 것을 사실대로 말하고 용서를 빌기 위하여 집주인 아주머니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걱정과 달리 아주머니는 편안한 표정이었고, 그것은 비록 남편이 세상을 떠나기는 하였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최고의 의사 선생님이 소개해 준 훌륭한 선생님으로부터 수술을 받았으니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돌아섭니다.

가끔 의뢰인들에게 그런 말씀을 드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상대방 당사자 때문에 싸움(소송)을 시작하지만, 내 편이 되어 대신 싸워줄 변호사를 잘못 선임하게 되면 나중에는 자기가 선임한 변호사와 원수가 되고 그 변호사 때문에 화병에 걸리는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한다고 말입니다.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소송의 전 과정을 온전히 믿고 맡김으로써 사건의 부담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고, 심지어 결과를 떠나 할 만큼 했다고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그런 변호사가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논리와 법리, 심리에 통달하면서도 유연함과 겸손을 잃지 않는 균형 감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