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교통법 '선팅' 규정 사문화... 경찰 "단속하면 저항 상당할 것"
야간 운전시 '치명적' 사고 요인... 불법 업체 처벌 규정도 없어
교통 선진국, 선팅 등 규정 어기면 운전자·시공자 모두 처벌

 

 

[법률방송뉴스] 차량 유리를 어둡게 하는 이른바 ‘선팅’, 안이 거의 안보일 정도로 시커멓게 돼 있는 차들도 많은데요.

엄연한 불법인데, 단속도 처벌도 사실상 안하거나 못하는 이유, 거의 모든 운전자들이 안 지키면 다 같이 불법을 저지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건지.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법률방송 ‘LAW 투데이' 현장 기획, 오늘은 차량 불법 선팅 얘기입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도로입니다.

도로 위를 지나는 차량들 대부분이 이른바 '선팅'이라고 불리는 '틴팅'이 돼 있습니다.

일반 승용차도, SUV 차량도, 소형차도 대형차도, 국산차도 외제차도. 차종과 크기를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선팅이 돼 있습니다.

[구영관 47세 / 인천]
"햇빛이 너무 강해서 사실 선팅을 하면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요."

[한규옥 40세 / 수원]
"밖에서 실내가 보이는 게 아무래도 조금 신경 쓰여서 선팅을 꼭 필수로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너무 짙은 선팅은 엄연한 불법입니다.

그런데도 자외선을 차단하려는 건지 들어오는 빛 자체를 차단하려는 건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시커멓게 된 차량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앞 유리창에 하늘이 그대로 비치는 차량도 여럿 눈에 띕니다.

이른바 ‘거울 선팅’ 이라 불리는 것인데, 모두 불법입니다.

심지어 법을 만드는 국회에 주차돼 있는 국회의원 차량부터 불법 선팅을 한 차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너무 짙은 선팅은 차량 사고 유발 원인이 된다는 점입니다. 야간 운전은 특히 더 위험합니다.

이른바 ‘선팅’이 아주 짙게 된 차량입니다. 차 창문에 코가 닿을 정도로 가까이서 들여다봐도 차량 내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안에서 보는 바깥은 어떨까. 직접 차에 타서 운전을 해보겠습니다.

해가 넘어간 서울 강남의 도로.

유리가 짙은 만큼 가시거리가 짧아져 좀 떨어져 있는 자동차와 사람을 미리 확인하기 어렵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창문을 올리자 사이드 미러로 보이던 사람이 아예 시야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주행 중이라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갈림길이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는 아찔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합니다.

선팅이 짙지 않은 차와 비교해보면 선명도와 가시거리 확보에 차이가 있음을 확연히 알 수 있습니다.

낮에도 터널에 들어가거나 할 경우 순간적으로 시야가 일시 깜깜해져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강수철 / 도로교통공단 미래전략연구처 처장]
"돌발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고, 알아차린다 하더라도 늦게 알아차리게 되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질 것으로..."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차량 앞 유리의 경우 가시광선 투과율 70%, 옆 유리는 투과율 40% 미만이면 불법 선팅으로 규정하고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운전자에게도, 일선 시공업체에서도 사문화된 지 이미 오래입니다.

[A 선팅 업체]
"밝기는 정할 수 있어요. 원하시는 만큼 해드릴 수 있어요. 보통 많이들 하시는 게 (투과율) 15%예요. (아예 새까맣게도 되나요?) 네, 그렇게 하셔도 돼요."

그럼에도 경찰은 단속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습니다.

[경찰청 관계자]
"너무 많은 차량이 지금 기준을 초과해서 선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단속에 어려움이 있는 거거든요. (단속하면) 저항이 상당할 걸로 예상이 되거든요."

운전자 대부분이 어기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단속을 할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나마 불법 선팅을 해주는 업체는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업체들은 마음놓고 아주 대놓고 불법 선팅을 권유하는 실정입니다.

[B 선팅 업체]
"제일 많이 하시는 게 (투과율) 5%. 자외선 (차단) 지수가 제일 좋은 거. (선팅 많이 하면 걸리고 그러는 건 없어요?) 이제는 뭐 기본사양이기 때문에 그런 건 거의 없고요. 그래 따지면 다 걸리죠."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자동차 선진국은 차량 부품 교체부터 선팅까지, 차량과 관련된 거의 모든 수정사항을 꼼꼼히 검사하고 이를 위반하면 시공해준 사람과 받은 사람 모두 처벌합니다.

[조경근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연구원]
"자동차 검사 시에 불법 부착물로 보고 (불법) 윈도우 틴팅 필름을 시공하지 못하도록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규제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플로리다처럼 햇볕이 센 곳도 자동차 선팅율이 절반이 안 된다고 합니다.

사문화돼 사실상 모두 다 안 지키는 법이라면 법을 바꾸든지, 아니면 법을 지키도록 만들든지, 뭔가 선택과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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