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범죄 사이 아슬아슬한 문신사들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요즘엔 방송에서조차 문신한 사람들이 꽤 보인다. 내 주변에는 없다고? 흔히 말하는 ‘반영구 눈썹’ 시술도 문신 시술의 일종이다. 이러면 갑자기 친구들 상당수가 문신 경험자가 된다. 문신은 예전처럼 더는 불량배의 상징도 아닌 것 같다. 이젠 온몸에 문신이 있어도 보충역이 아닌 현역으로 입대한다. 작년 2월 1일부터 시행된 「병역판정 신체검사 등 검사규칙」이 문신에 대한 4급 기준을 없애고 현역 판정을 하도록 개정되었기 때문이다. 나아가 문신은 예술로 인정되어 세계적인 박람회가 열리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종종 전시회를 개최한다.

■ 대법원 해석상 문신 시술 행위는 「의료법」 등 실정법 위반

하지만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문신 시술 행위는 형사처벌을 받는 범죄라는 사실을. 하지만 현행법 어디에도 ‘문신은 불법이다’ 같은 직접적인 문구는 찾을 수 없다. 그럼 어떻게 불법이 될까? 문신 시술을 하는 사람, 즉 타투이스트(문신사)는 「의료법」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금지하는 ‘의사가 아니면서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 해당할 수 있다. 타투이스트가 처벌을 받을지 아닌지는 결국 ‘의료행위’가 무엇인지에 대한 ‘법률해석’을 통해 결정된다. 

문신 시술은 의료행위일까? 우리 법원은 반영구 눈썹 시술을 포함한 문신 행위 일체를 「의료법」상의 의료행위로 본다. 대표적으로 대법원 1992. 5. 22. 선고 91도3219 판결을 들 수 있다. 이는 눈썹 등 부위의 피부에 자동문신용 기계로 색소를 주입하여 문신을 한 행위가 신체 등에 대한 위험성이 없어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고등법원)을 법리오해 등의 이유로 파기한 판결이다. 바늘로 몸에 상처를 내 그 속에 색소를 주입하는 시술이 작업자에 따라 진피를 건드릴 수 있고, 문신용 침을 매개로 질병이 전염될 우려도 있는 만큼 의료행위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이다. 위 법리는 현재까지도 확고하게 굳어있다. 

이처럼 문신 행위의 처벌 근거는 다소 간접적·우회적이다. 직접적인 법률 규정이 아니라 ‘의료행위의 범위 해석’이라는 필터를 한 번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말이다. 이런 해석이 위헌적이라고 볼 수는 없을까? 이미 그에 대한 헌법 재판이 있었다. 타투이스트가 제기한 ‘문신시술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위헌소원에 대한 판단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뭐라고 답했을까? 헌법재판소는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인지 여부는 사실인정과 그에 터잡은 법률의 해석·적용상의 문제로서 이에 대한 판단은 법원 고유의 권한이므로 청구인의 주장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2007. 4. 26. 전원재판부 2003헌바71). 이렇게 문신 시술은 법원의 해석에 의해 현재까지도 불법의 영역에 속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신 시장은 계속 커져만 가고 있다. 의사 아닌 타투이스트의 시술이 진짜 불법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성황이다. 각종 협회만 해도 그렇다. 한국반영구화장협회, 대한반영구화장협회, ㈔대한문신사중앙회, ㈔한국패션타투협회 등등 여러 업체가 협회라는 이름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거나 사단법인화한 것을 보면 일반인들로선 당연히 문신이 제도권 내에 들어온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런 혼란은 정부가 나서서 초래하기도 했다. 2015년 고용노동부는 보건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국민안전처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17개의 신직업 중 타투이스트(문신사)를 포함했고, 2019년 10월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보건복지부는 2020년 말까지 법적 근거를 마련해 반영구 시술을 미용업소에서도 가능케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엔 무산되고 말았지만, 발표 자체만으로도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고 나서기도 했다. 현 제21대 국회에서는 2020년 10월 28일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이 대표로 「문신사법안」을, 작년 3월 2일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이 대표로 「반영구화장문신사법안」을 발의했다. 그런데 이런 문신 관련 법안은 이번 21대 국회에 처음 나온 게 아니다. 이미 17대 국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발의되고 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 의료계의 반발 vs 변화된 법감정

가장 큰 걸림돌은 의료계의 반발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위 「문신사법」 제정안 발의에 대해 보도자료를 통해 “비의료인에 의한 문신 행위는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로,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 전라남도의사회도 같은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일반인들은 문신의 아름다운 면만 보지만, 실제로 부작용으로 고통받다 찾아오는 환자들을 다수 접하는 의사들로서는 눈에 보이는 위험을 묵과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여태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 불법으로 남아 있을까?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다. 확고해 보이기만 하던 법률해석에 서서히 균열이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2019년 9월 부산고등법원의 항소심 재판부 판결문에는 이례적으로 소수의견이 붙었다. 대법원 판결도 아니고 하급심 판결문에 소수의견이 붙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확립된 대법원 법리에 따라 문신사에게 유죄를 판결하지만, 이런 해석이 현재의 기술력을 고려했을 때 과연 유효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또 어쩔 수 없이 유죄를 선고하되 ‘양형이유’에서 변화된 세태를 반영하여 문신사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반영하는 하급심 판결도 간혹 이루어지고 있다.

거기에 이웃 나라 일본의 판례 변경 소식까지 들려온다. 2020년 9월 16일 일본 최고재판소(우리나라 대법원과 같은 역할)는 문신사의 문신 시술 행위가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무죄를 선고한 2심을 그대로 확정시킨 것이다. 최고재판소는 ‘문신 시술은 의학을 넘어 미술 지식 및 기능을 필요로 하지만 의사면허 취득 과정에 그런 지식과 기능을 습득하는 것은 예정되어 있지 않다’며 ‘오랜 세월에 걸쳐 의사면허를 갖고 있지 않은 문신사가 문신을 해왔는데, 의사만이 독점적으로 문신을 하는 상황은 상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을 했다. 이웃나라 일본 최고재판소의 위 판례 변경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도 문신사에 대한 처벌을 인권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관심을 끌었다. 문신사들이 제기한 진정사건에 대해 인권위 소관이 아님을 밝히며 각하하면서도 “직업의 자유, 예술의 자유, 표현의 자유 등 인권적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이다. 문신사 합법화 문제는 올 3월 치러질 대통령선거의 후보자 중 1인의 공약으로도 등장할 정도로 뜨거운 이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 역시 만만치 않다. 대한의사협회는 대선 공약과 인권위의 의견에 맞서 문신 합법화 입법 저지를 위한 TF(태스크포스)팀을 구성했다.

문신을 예술로 보는 데 동의하는가? 종교의식, 주술, 신분의 상징 등을 표현하기 위해 시작되었다는 타투의 기원은 회화나 조각, 무용, 음악의 시작과 다르지 않다. 다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상대방을 위협하는 기능이 강조되어 법의 제재를 받게 되었다. 문신에 대한 사람들의 감정이 변한 것이다. 이런 감정은 시간이 흐르며 다시 바뀌게 마련이다. 

사회 구성원의 변화한 감정에 법률적인 의미가 부여되면, 우리는 이를 ‘법감정’이라 부른다. 부부 사이의 강압적인 성관계를 강간으로 보는 판례 변경(예전에는 부부 사이에는 강간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석했다), 양심적 병역 거부 사유의 확대 추세, 처벌받아야 할 음란한 작품인지를 판단하는 기준 등등 법원의 해석에 의한 법리 변화의 바탕에는 법감정의 변화가 있다. 법감정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한다. 따라서 법리도 마땅히 변화된 법감정에 따라 발전할 것이다. 의료행위 개념도 그렇지 않을까? 문신 행위에 대한 우리의 법감정이 이미 변했다고 볼 수 있을까. 대중에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부작용을 생각한다면 합법화는 시기상조일까. 깊게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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