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함은 피해자 아닌 행위자 의 몫이어야 한다"
지속적 스토킹? 반복적 스토킹?... "기준 불명확"
반의사불벌죄... "삭제해야" vs "자발성 존중해야"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이 2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토킹처벌법, 현재로 충분한가'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률방송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이 28일 오후 4시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토킹처벌법, 현재로 충분한가' 세미나를 개최한 가운데,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처벌받고 나와서 보복할까 봐 무서워서 고소 취소해야겠어요." 한 스토킹 피해자의 말입니다.

지난달 전 여자친구를 스토킹하다 접근금지 조치를 받자 앙심을 품고 찾아가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병찬(35)이 최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번달에는 헤어진 여자친구의 집을 찾아가 어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석준(25)이 구속됐습니다.

최근 스토킹 범죄가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가운데, 올해 4월 제정되고 지난 10월 시행된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스토킹처벌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상임대표 김현)은 오늘(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스토킹처벌법, 이대로 충분한가'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하고 해당 법의 한계를 지적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세미나에는 김현 착한법 상임대표와 서영득 공동대표,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참석했습니다.

사회는 조용주 착한법 사무총장이, 발제는 김재련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가 맡았습니다. 토론자로는 이상원 교수(서울대 로스쿨),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 조희진 전 검사장(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이 나섰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 스토킹 범죄 신고는 이전보다 약 4배 증가했습니다. 신변보호 요청 건수도 지난해 약 1만 4700건이었지만, 올해에는 이미 2만 1000건이 넘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은 현재 '착한법'일까.

■ "불편함은 피해자가 아닌 행위자의 몫이어야 한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세미나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법률방송
28일 오후 서울 서초동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착한법 만드는 사람들 세미나에서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법률방송

오늘 세미나에서는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 보호뿐만 아니라, 행위자의 비이성적·폭력적 특성 자체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 제1조는 '피해자 보호 및 건강한 사회질서 확립에 이바지함을 그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김재련 변호사는 "불편함은 피해자가 아닌 행위자의 몫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스토킹 사건에 대한 '전문가의 조기개입'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스토킹 신고를 받으면 경찰은 스토킹 행위자에게 스토킹 행위 중단 등 즉각적 경고조치를 합니다. 만약 스토킹 범죄 재발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검사는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잠정조치'를 법원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잠정조치가 취해지면 스토킹 행위자는 피해자나 그 주거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휴대폰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1개월간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 등 제재를 받게 됩니다.

이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접근하지 마라, 연락하지 마라, 따라다니지 마라, 이렇게 경고하는 것은 행위자의 위험성을 낮추는 데는 큰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며 "스토킹 사건에 대해 전문가가 조기에 개입하는 것을 확대하는 쪽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잠정조치 내용에 상담, 교육 등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가 스토킹 행위자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조기개입을 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 변호사는 "스토킹 행동에 대한 진단, 상담, 재발방지를 위한 교육을 통해 스토킹 행위자의 위험성 제거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가정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규정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개념을 스토킹처벌법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는 가정폭력 등 행위자에 대해 상담을 받는 조건으로 기소를 유예해 주는 제도입니다.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 의사에 따른 불기소 문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함께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이 가능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명문화에 대해 조희진 전 검사장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으나 실무상 기소유예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명문 규정 없이도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며 "명시적 규정에 따른 실익은 무엇인지 또한 명문으로 규정하더라도 '상담조건부'로 한정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 지속적인 스토킹? 반복적인 스토킹?... "기준 불명확"

스토킹처벌법 제2조는 1호에서 '스토킹 행위'에 대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없이 불안감, 공포심을 일으키는 접근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2호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규정하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늘 세미나에서는 스토킹 범죄 성립을 위한 구성요건인 '지속적' '반복적' 등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상원 교수는 "현행법에는 어떠한 행위가 지속적 또는 반복적인지를 판단하는 아무런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이 때문에 결국 판례를 통해 구체화 될 수밖에 없어 적어도 입법으로서는 명확성을 갖췄다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불안감 또는 공포심의 개념도 명확하지 않다"며 "불안감과 공포심이 같은 개념인지, 또는 불안감은 공포심보다 정도가 약한 개념인지 등 분명하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상언 논설위원은 "의사에 반(反)함, 정당한 이유, 지속적, 반복적 등 객관하하기 어려운 것들이 법에 담겨 있다"며 "지켜보거나 선물을 보내는 것도 반복할 경우, 어느 정도가 그 반복에 해당하는지 모르겠지만 범죄가 된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스토킹처벌법의 적용대상이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은 아닌지, 그래서 현실적으로 감당이 안 되는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을 갖게 됐다"며 "(스토킹처벌법이) 과도하게 이상주의적으로 접근한 법률 그 자체의 문제 때문인 것은 아닌지 의문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 '반의사불벌죄' 도마... "조항 삭제해야" vs "자발성 존중해야"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명시적으로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 의사를 밝힌 경우 범죄 행위자를 구태여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세미나에서는 스토킹처벌법상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상원 교수는 "스토킹 범죄는 많은 경우 친밀한 관계 또는 지속적 관계 속에서 이뤄진다"며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처벌불원을 요구하거나 압박할 가능성이 높고 피해자는 그러한 압박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전제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하는 것은 제도가 피해자로 하여금 처벌불원 의사를 표시하도록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며 "반의사불벌죄 조항은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희진 전 검사장은 "스토킹 범죄에 대해 피해자의 처벌의사를 공소제기 조건으로 정한 점은 문제가 있다"며 "비단 성범죄, 성폭력 범죄로 발전되지 않더라도 중범죄로 발전할 여지가 내재돼 있는 범죄가 스토킹범죄라는 점을 주목한다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것에 대해 조금 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김재련 변호사는 "피해자의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처벌불원의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전문가가 살펴봐야 한다"며 "가해자의 반성 및 피해회복 노력이 전제된다면 피해자의 자발적 의사에 의한 처벌불원의사는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오늘 토론회에 참석한 김미애 의원은 "범죄성격상 보복이 두려워 선뜻 신고에 나서지 않는 경우가 다수임에도 '반의사 불벌' 조항의 존속, '지속적이고 반복적 괴롭힘'이 행해질 때만 범죄로 인정받을 수 있는 모호함 등은 반드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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