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의사와 무관한 '무조건적인 분리' '기계적 분리' 이뤄질 수 있어"
"아동-가정 분리조치, 사법절차 밟는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해 활용해야"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지난해 전 국민의 뜨거운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화두가 된 '아동복지법'상 피해 아동과 학대 행위자인 부모를 분리하는 이른바 '즉각 분리제도'가 오히려 아동인권을 침해하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는 오늘(3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주혜(55·사법연수원 21기)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아동인권을 존중하는 분리와 가정복귀 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법조계와 아동인권 및 아동복지 관련 종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올해부터 시행된 '2회 신고 시 아동 즉각 분리 제도'가 현장에 잘 정착하고 있는지, 미비점은 없는지 등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했습니다.

좌장은 김예원(39·41기) 변협 인권위원회 산하 여성아동인권소위원회 위원, 전체 사회는 최지수(40·37기) 변협 부협회장이 맡았습니다.

변협 인권위 산하 여성아동인권소위 위원인 신수경(38·44기) 변호사가 '즉각분리·가정복귀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마한얼(36·변호사시험 7회) 변호사가 '즉시분리 제도의 헌법적·국제인권규범적 검토'를, 이광우(49·31기)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가 '피해아동의 분리와 복귀에서의 법원의 역할'을 주제로 각각 주제발표에 나섰습니다.

■ "아동 의사와 무관한 '무조건적인 분리' '기계적 분리' 이뤄질 수 있어"

아동복지법상 학대행위자가 '즉각 분리' 되려면 △1년 이내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즉각 분리제도가 피해 아동의 의사와 무관하게 실무자들에 의해 부모와 아이가 기계적인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신수경 변호사는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라는 조건은 실무자들의 가치판단의 영역"이라며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은 실무자들의 경우 여론의 분리·강경·처벌 중심의 아동학대 대응에 경도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객관적이고 형식적 요건인 '1년 이내에 2회 이상 신고접수'라는 요건만 충족되면 무조건적인 분리에 이를 수 있다"며 "아동의 의사나 최상의 이익을 고려하기 보다는 민원제기나 실무자 본인에게 책임이 돌아올 것에 대한 두려움이 우선돼 가정 외 분리보호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포지엄에서 이종엽 대한변협회장은 "일각에서는 신고 횟수를 기준으로 아동을 분리하게 돼 있어 피해아동의 상태 혹은 의사와는 무관하게 분리가 이뤄질 수 있다"며 동시에 "전문성이 부족한 전담 공무원과 경찰에 의한 '기계적 분리'로 인해 오히려 아동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고 우려했습니다.

마한얼 변호사는 헌법적 시선으로 "아동의 의사와 무관한 분리에 대해 아동의 의사를 확인하고, 아동에게 즉시분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절차가 없다면 이는 아동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며 "학대피해아동을 아동일시보호시설이나 학대피해아동쉼터에 서 보호하는 것은 아동의 신체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조언했습니다.

■ "학대 가정이라도 '가정'... 분리조치, 사법절차 밟아야"

대한변호사협회는 3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아동인권을 존중하는 분리와 가정복귀 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변협 제공
대한변호사협회는 3일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 공동 주최로 '아동인권을 존중하는 분리와 가정복귀 제도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대한변협 제공

현행법상 아동의 가정 외 분리보호는 '아동복지법'상의 보호조치와 '아동학대처벌법'의 응급조치, 피해아동보호명령을 통해 이뤄집니다. 아동학대처벌법은 72시간 동안 제한적으로 분리하는 '응급조치'와 법원의 조사와 재판을 거쳐 기간을 정하여 보호를 결정하는 '피해아동보호명령'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제도들은 중첩적으로도 적용될 수 있지만, 실무적으로는 사법심사를 거치지 않는 아동복지법상의 보호조치가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2018년 기준 피해아동이 가정으로부터 '분리조치'가 된 것은 3926건에 이르는 데 반해, 피해아동보호명령 인용건수는 307여건 정도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아동복지법상 분리조치가 사법심사를 거칠 필요가 없는 등 행정적 편의성에 의해 나타난 수치로 분석됩니다.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복지법상 분리는 보호조치시 피해아동보호명령청구서와 같은 복잡한 서식을 요하지 아니하고, 피해아동 보호기간 연장 및 이행실태 보고 등의 절차도 요하지 않는다"며 "피해아동이 보호되고 있는 시설 관리도 지자체 내부의 담당자와 소통으로 간이하게 진행할 수 있는 등의 실무상의 편의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신수경 변호사는 "아동의 가정 외 분리보호는 비록 피해아동의 안전을 위한 조치라 할 수 있지만 피해아동의 입장에서는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이 제한되는 것"이라며 "아동의 분리조치에 있어서는 원칙적으로 사법의 심사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습니다.

■ "아동-가정 분리조치, '아동학대처벌법' 개정해 활용해야"

아동학대처벌법상 '응급조치'는 아동학대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판단으로 아동을 72시간 동안 분리하는 조치입니다. 현장의 긴급한 판단을 존중하고 신속하게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려는 취지의 제도입니다. 심포지엄에서는 응급조치의 경우라도 사후에라도 법원에 보고해 심사받는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광우 부장판사는 "응급조치 후 행위자에 대한 임시조치를 청구하는 동시에 즉시 피해아동 보호명령을 청구하는 경우라면 피해아동의 보호시설 인도와 행위자의 친권제한 결정을 할 수는 있다"며 "그러나 그 후 피해아동에 대한 보호조치와 가정복귀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규율될 것이므로 여전히 가정법원은 응급조치에 관한 심사를 할 수 없고 피해아동의 가정복귀에도 관여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신수경 변호사는 "즉각 분리제도는 본질적으로 위헌성이 있는 바람직하지 아니한 제도로, 사법심사를 우회해 지자체의 행정재량 하의 편의적 아동 분리를 시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 바 아동 최상의 이익 등의 원칙에 비추어 상당히 우려스럽다 할 것"이라며 "즉각 분리제도는 조속히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재발 위험 등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의 일시적인 가정 외 분리보호에 대해 기존 아동학대처벌법상의 기간의 제한이 있고, 제한적이나마 법원의 개입이 이뤄는 응급조치 등을 실효적으로 활용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아동의 가정 외 분리 및 가정복귀에 대해 원칙적 사법심사를 명시하는 아동학대 관련 법령의 유기적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마한얼 변호사는 "즉시 분리제도는 2회 신고만으로 아동을 가정에서 기계적으로 분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아동을 분리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명확한 기준일지 모른다"며 "1회 신고에도 분리가 필요했던 경우, 2회 신고에도 분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경우, 그 결정을 삶으로 살아내는 것은 아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은 축사를 통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는, 아동을 학대 행위자로부터 분리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동이 적시에 정상적인 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세심하고 따뜻하게 배려하고 지원하는 모습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며 "또한, 그 절차와 과정에 대한 적정한 사법심사를 통해 제도 운용의 적법성을 보완할 필요성에 관해서도 심도 깊게 연구하고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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