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의 NFT화(化)와 저작권 문제 

[백세희 변호사의 '컬처 로(Law)'] 예술, 대중문화, 게임, 스포츠, 여행 등 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재미있는 법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편집자 주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

지난 3월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 회사인 크리스티사(社)에서는 300Mb(메가바이트)의 이미지 파일 하나가 무려 6,930만 달러에 낙찰됐다.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트 윈켈만)이 NFT로 만든 ‘매일: 첫 5,000일(Everydays : The First 5,000 Days)’라는 작품이다. 제프 쿤스와 데이비드 호크니에 이어 생존하는 예술가의 작품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으로 팔린 것이라 한다. 한화로는 약 785억 원이다. 

그뿐 아니다. 트위터 최고경영자 잭 도시의 첫 트윗 NFT가 약 33억 원에 팔리고,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그라임즈(최근 헤어졌다고 한다)의 NFT 미술 ‘워 님프(War Nymph)’도 경매 개시 20분 만에 약 65억 원에 낙찰됐다. 모두 같은 달에 벌어진 일들이다. NFT 미술 열풍은 이렇게 지난봄 본격적인 급물살을 타, 이 시각 현재 대한민국까지 휩쓸고 있다.

NFT는 뭘까? 국내에도 열풍이 불어닥친 지 벌써 반년이 지났으니 어느 정도 낯설지 않은 것 같다. 알려진 바와 같이 NFT는 ‘Non-Fungible Token(대체 불가능한 토큰)’의 약자다. 여기서 ‘토큰’은 ‘코인’과 엄밀히 다른 개념이긴 하지만, 암호화폐라는 대분류에 속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등가일 경우 상호 교환이 가능한 코인과는 달리 NFT는 별도의 고유한 인식 값을 가지고 있어서 각각의 가치도 다르고 서로 교환할 수도 없다. ‘대체 불가능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이유다. 

이런 NFT에 음악, 그림, 영상 등 작품에 대한 메타데이터가 저장되면 그때 비로소 ‘NFT 아트’라 말할 수 있다. 무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예술과 달리,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세상에 유일무이한 ‘원본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예술 투자에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거래 플랫폼이 속속 등장해 NFT 미술품의 경매·판매가 급증했다. 그 과정에서 과열된 양상이 드러나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가 ‘이중섭·김환기·박수근의 NFT 작품 경매 취소’ 사건이다. 지난 5월 NFT 통합 서비스 회사인 ㈜워너비인터내셔널은 자사 플랫폼에서 김환기, 박수근, 이중섭 작품의 NFT 경매 계획을 발표했다. 경매 소식이 알려지자 원화의 진위 여부와 동시에 저작권 침해라는 문제가 떠올랐다. 아직 저작권 보호기간이 종료되지 않은 박수근, 김환기의 작품의 경우 저작권자(박수근 유족, 환기재단)와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작품의 NFT화가 진행되었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결국 며칠 후 경매 취소를 결정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이 해프닝은 원화의 소장자를 비롯한 주최측이 작품의 소유권과 저작권이 분리되어 존재할 수 있다는 법리를 오해한 것에서 비롯한 것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형식에서 오는 생경함을 덜기 위해 국민적으로 사랑받는 유명한 이미지를 이용하고자 한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작품을 디지털 이미지로 복제해 전송하고 전시하는 행위, 즉 2차적 저작물 작성 문제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아야 한다.

작품의 2차적 저작물을 작성할 수 있는 권리는 「저작권법」상 저작자의 권리다. 원화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계약을 통해 저작권을 온전히 양도받지 않는 이상 허락 없이 2차적 저작물을 만들 수는 없다. NFT로의 변환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는 적법하게 이루어질 수 없다. 저작권을 침해한 NFT 작품을 구매한다면, 되팔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손해배상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이런 법리에 대해서는 물론 주최 측도 미리 알고 합법성을 검토했다고 한다. 하지만 1957년 「저작권법」이 제정되기 이전 작품에 대한 계약상·법리상 해석은 조금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주최 측은 작품의 소유권은 물론 저작권까지도 모두 현(現) 소장자에게 넘어온 것으로 판단했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달랐다.
 
이 사건은 그 자체로 NFT 아트의 그늘을 보여준다. 저작권과 소유권 법리에 대한 치밀한 검토 없이 서두른 사업 추진은 NFT 아트가 현재 얼마나 불안정한 위치에 처해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아직 제도가 정비되지 않고, 관련 법리에 대한 논의마저 걸음마 단계인 만큼 조심스럽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NFT 아트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은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21세기판 튤립 버블’이라는 비난 아래 주춤할 법도 한데, 외국에서도 국내에서도 NFT 관련 플랫폼은 여전히 확대일로에 있다. 

올 하반기 본격적으로 열린 각종 NFT 미술품 장터는 주로 창작자가 직접 민팅(화폐주조)한 NFT를 거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저작권 문제를 최대한 피하는 방법이다. 원화(실물 작품)도 구매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NFT가 아직은 보조적인 위치에 머무르는 것으로 볼 여지도 있다. 일개 ‘링크’에 불과한 NFT와 원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미학적으로도 법리적으로도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

NFT 아트는 법리적·제도적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소유욕이라는 인간의 본성에 기대어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남아있다. 시각에 따라서는 새로운 형태의 투자상품은 언제든 큰 위험성을 갖고 있고, 이를 공론화하기 위해서라도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옳은 얘기다. 다만 변호사의 보수적이고 안정 지향적인 관점에서는 NFT 아트가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안착할 때까지는 신중히 판단할 것을 권한다. 제도로서 자리 잡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시행착오가 내 돈으로 이루어진다는 건 아무래도 마뜩잖다. 뻔한 결론이지만 판단은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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