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재판부 "작곡가 성명 미표시, 성명표시권 침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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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프로야구 구단 삼성 라이온즈가 곡을 변형해 응원가로 사용할 때 작곡·작사가의 이름을 밝혀야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판사 설범식 이준영 박원철)는 전날 작곡가 윤일상씨 등 작곡·작사가 19명이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1심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피고는 원고에게 각 50만~2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게 재판부 선고입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소속 프로야구팀들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경기장에서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는 2012~2016년 ‘쇼’, ‘운명’, ‘슈퍼맨’ 등의 악곡을 일부 변경하거나 가사를 개사해 응원가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작곡·작사가 21명은 삼성 라이온즈가 음악저작물을 응원가로 사용하면서 허락 없이 악곡 또는 가사를 변경·편곡·개사해 동일성유지권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침해하고, 자신들의 이름을 밝히지 않아 성명표시권도 침해했다며 2018년 3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관객들로서는 기존 악곡과 차이를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일부분을 다르게 한 정도에 불과하다. 음악 저작물이 응원가로 사용되는 과정에 수반될 수 있는 통상적 변경에 해당된다”며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지 않고 원고 패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삼성 라이온즈가)완전히 새로운 가사 또는 기존 표현의 상당 부분을 변경했다. 실질적 유사성이 없다고 판단돼 이를 독립된 저작물로 볼 수 있어 동일성유지권 침해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존 악곡을 실질적으로 바꾼 편곡에 해당할 수 없어 2차적 저작물 작성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해당 음악저작물을 사용한 시간이 매우 짧아 저작권자들의 성명을 일일이 표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 성명표시권 침해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작곡·작사가 19명이 이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다만 1심과 달리 성명표시권 침해 주장은 받아들였습니다.

2심 재판부는 “삼성 라이온즈가 응원가를 사용하며 작곡가들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된다. 이는 성명표시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1년에 한 곡당 5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응원가를 부르는 시간이 짧다는 사정만으로는 저작자의 이름을 표시할 수 없는 부득이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최소한 정규시즌 홈경기에서 선수 입장 시 선수별로 정해진 응원가의 저작자 성명을 표시하는 등 얼마든지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하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대해 배상금이 원고 측이 청구한 합계 4억2천만원의 10%에도 미치지 못해 판결의 실익이 크지 않아 사실상 패소와 다름없다는 법조계 해석도 나옵니다.

반면 응원가와 성명표시권과의 관계에 대한 공적 판단이 나왔다는 것 자체로 의의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문화 예술·저작권 사건을 전문으로 맡는 백세희 디케이엘파트너스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소송으로 인한 재산적 실익은 크지 않지만, 대중가요를 응원가로 사용할 경우에도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해야 한다는 점과 그 방법을 법원이 명시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논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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