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희, 이재명 무료변론 논란에 "가까운 사람에겐 할 수 있다"
김영란법, '공직자 1회 100만원 초과 금품 못 받아' 명시하지만
법적 책정된 '변호사 수임료' 없어... 법조계 "저촉되지 않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4일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서 내년 5월 19일 시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주요 내용에 대해 특별강연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4일 서울특별시청 다목적홀에서 내년 5월 19일 시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의 제정 취지와 주요 내용에 대해 특별강연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

[법률방송뉴스]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겐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습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전현희 권익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정치권 논쟁이 치열합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한 무료 변론과 관련해 '친하면 가능하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 논란이 된 건데요. 이같은 행위가 청탁금지법 위반인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공직자, 1회 100만원 초과 금품 못 받아... 무료 변론도 해당

앞서 전 위원장은 정무위 국감에서 '초호화 변호인단에 비해 낮은 변호사 비용이 지급됐다'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대해 "직무 관련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에 대해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변호를 맡는 게 청탁금지법 위반하느냐' 물었고, 전 위원장은 "그 자체로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며 "지인이나 친구 등 아주 가까운 사람에겐 무료로 변론할 수도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지사는 앞서 2018~2020년 자신의 재판 때 대법관 2명, 헌법재판관, 검사장이 포함된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하고 2억5천만원만 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부분 사법연수원 동시나 대학 친구들이었다"고 했지만, 연수원 동기는 2명, 동창은 1명이었습니다.

현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 2조는 공직자가 1회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합니다. 무형의 경제적 이익도 포함하고 있는데, 이는 무료 변론도 해당합니다.

이 때문에 전 위원장 논리대로면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에겐 무료 변론할 사람이 줄을 설 것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野 "이재명, 김영란법 위반 정도가 아니라 불법자금 가능성도"

민주당 이 후보와 본선을 치르기 위해 당내 경쟁 중인 국민의힘 대선주자들은 일제히 전 위원장 발언을 두고 '이재명 구하기'라며 즉각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법률 서비스도 경제적 가치를 갖기 때문에 권익위원장의 답변으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홍준표 의원은 "그정도 변호사를 다 구하려면 법조 상식으로써는 20억원은 최소한 더 들여야 된다"며 "2억원을 들여가지곤 그런 호화 변호인단을 구성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당 차원에서 전 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맞다"고 촉구했고, 유승민 전 바른정당 대표 역시 "변호사비 대납 내지는 친한 사람 무료 변론은 단순히 김영란법 위반 정도가 아니라 이 지사가 뇌물이나 다른 불법 정치자금 가능성도 상당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지사의 재산 내역을 꼼꼼히 따져서 공격해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의 경우 전 위원장을 향해 "김영란법을 멋대로, 내로남불의 이재명 보호하기 위한 법 해석은 권익위원장의 본분과 헌법 질서, 김영란법 취지를 난도질한 것"이라고 강력히 질타했습니다.

◇법조계 "정치적으론 위반... 법적으론 저촉 아니다"

논란이 일자 권익위는 하루 만에 해명에 나섰습니다. △정당한 권원, 다른 법령이나 기준, 사회 상규에 해하거나 △동창회·친목회 등 장기·지속적인 친분 관계를 맺고 있는 자가 질병·재난 등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 등과 같은 경우에는 허용 가능하다는 겁니다.

권익위 해명을 요약하면 '친한 관계일 때 무료 변론을 했다고 해서 무조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청탁금지법상 허용되는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권익위는 전 위원장이 변호사 시절 공익소송이나 지인 등에 대한 무료 변론을 한 경험이 있다는 설명까지 붙였습니다.

법조계는 이번 논란을 두고 '정치적으로 보면 법 위반이지만, 법적으론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대다수 의견입니다. 정치적으론 '유착관계'라고 합리적으로 볼 수도 있지만, 법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로펌 변호사는 <법률방송>과의 통화에서 "변호사 비용이 법에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임료 산정이 어려울 뿐 아니라, 사건마다 시세를 책정하는 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하고 웃긴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 변호사 수임료는 법적으로 책정돼 있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가격이 써 있는 '메뉴판'이 없는 겂니다.

일부 변호사 수임비를 떼먹는 경우가 발생할 경우에는 법원이 중재 판결을 내놓긴 하지만, 변호사 수임료는 의뢰인과의 결정 사항으로 놓여 있습니다.

가끔 대법관 같은 고위공직자는 일반 판·검사 출신 변호사의 수임사건 제한에도 포함되지 않고, 고액 수임료에 대한 통제 방안도 없다는 점이 논란이 되긴 합니다. 다만 의뢰인이 1원을 주든 100억원을 주든 법엔 저촉되진 않는 겁니다.

◇"與 인사가 권익위원장 맡는 것부터가 잘못"... '인식 개선' 지적도

결국 민주당 이 후보가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는 것은 법리 적용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하지만 권익위 보도설명자료에 적시된 대로 국회에 출석한 전 위원장이 야당 질의에 대해 '자신의 경험에 따른 원론적 발언을 했다'는 것 자체는 입법부를 가볍게 여긴 것이란 비판을 피할 순 없게 됐습니다.

여권 대선후보 봐주기와 눈치보기 논란도 일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국민의 일상생활을 규율하는 청탁금지법 원칙에 대해 이런저런 이유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어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적절치 않다는 질타가 나옵니다.

권익위원장을 여당 국회의원 출신이 맡는 것부터가 잘못이란 목소리도 나와 제도와 인식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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