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원심 무죄 확정... "타 거주자 의사 반해도 ‘침입’ 아냐”

▲신새아 앵커= 지난 9일 유부녀의 집에서 바람피운 불륜남을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는데요. 오늘 하서정 변호사의 '바로(LAW)보기'에서 관련 얘기 해보겠습니다. 먼저 어떤 사건이었는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서정 변호사= 네. 아내가 남편이 집을 비운 틈을 타 내연남을 집으로 초대했고, 부부가 살고 있는 집에서 이 두사람이 세 차례에 걸쳐 불륜을 저지른 것인데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이 아내의 내연남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했던 사건입니다. 공동거주자 중 한사람만의 동의를 받고 다른 공동거주자가 반대하는 경우 주거침입죄가 성립될 수 있는지 여부가 문제됐습니다. 

▲앵커= 1심과 2심에서는 각각 어떤 판결이 나왔었나요. 

▲하서정 변호사= 네. 1심은 내연남의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후 지난 9일 대법원의 판결을 받았습니다.

▲앵커= 종전에는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해 어떤 판결이 내려졌었나요.

▲하서정 변호사= 네. 사실 40여년 전 이와 동일한 사건에 대해 우리 대법원은 주거침입죄를 인정했었거든요.(대법원 83도685 판결) 당시 대법원은 공동생활을 하고 있는 모든 구성원이 주거 안에서 평온을 누릴 권리가 있다며 주거권자 여럿 중 한 사람의 승낙이 있었어도 다른 거주자 의사에 반하면 주거의 평온을 해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상 주거의 평온’이라는 개념을 두고 법조계에서 계속 논란이 있어왔는데요. 거주자 한쪽의 승낙을 받은 상태고, 물리적인 침입도 아니었는데 집에 없던 사람의 주거의 평온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간통죄가 폐지된 이후 주거침입죄가 사실상 불륜 행위를 처벌하는 죄목으로 쓰이기도 해서 폐지된 간통죄의 빈자리를 주거침입죄가 대신하는 것이 아니냐, 우회적 처벌이 아니냐는 논란도 있어왔고요. 가정 내부의 갈등에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간통죄 위헌 결정 취지를 훼손한다는 지적까지 나오자 주거침입죄 유죄 선고를 유지해왔던 대법원에서 지난 6월 공개 변론을 열기도 했습니다.

▲앵커= 당시 공개 변론에서는 어떤 주장들이 오갔나요.

▲하서정 변호사= 공개 변론에서 검찰 측은 헌법이 보장하는 주거의 자유는 공동거주자 전원에게 보장돼야 하고,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공동거주자 개개인의 주거평온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일방의 동의가 있었더라도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면 주거침입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피고인 변호인 측은 주거침입죄의 보호법익은 사생활을 영위하는 장소적 권리를 지키는 것이라며 현행 판례대로라면 현재 집에 머무는 거주자보다 부재중인 거주자의 권리를 우선 고려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이미 공동거주자 중 1인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간 상황에선 주거침입죄를 적용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또한 공동거주자의 반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면 셰어하우스 등 다양한 주거 형태가 나오는 현실에서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모든 거주자의 동의를 일일이 확인해야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대법원에서는 이번 상고심을 통해 최종적으로 어떤 판결을 내렸나요.

▲하서정 변호사= 네. 1심에서 유죄,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최종심에 올라온 이번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최종적으로 무죄를 확정했습니다. 공동거주자 중 일방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 방법으로 집에 들어갔다면, 단순히 들어가는 행위 자체가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는 주거의 평온을 해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대법원은 판단 내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유부녀의 집에서 바람피운 불륜남을 주거침입으로 처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앵커= 40년 가까이 이어져 온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집은 이번 판결. 변호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하서정 변호사= 기존의 의견이 분분했던 만큼 사실상 이 내연남이 주거에 들어갔을 때 주거침입죄로 처벌하는 기존의 판례가 다소 불륜행위, 부정행위가 있었던 경우에만 좀 적용이 되던 독특한 판례 법리이긴 했었거든요.

다른 주거침입의 범죄태양과 비교해봤을 때 다른 행위 같은 경우는 그 곳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까지도 동의를 다 얻었는지에 대한 확인은 사실상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점에서는 다른 범죄태양과 균형을 맞추는 타당한 판결이었다고 생각하고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간통죄가 폐지되고 또 이런 주거침입죄까지 인정되지 않게 되면서 실제로 가정을 해치는 이런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이라든지 손해배상 이런 것들이 공정하고 정의에 부합하게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는데, 실질적으로 우리가 가사사건을 해보면 손해배상액으로 인정되는 액수가 그 피해자가 입은 피해의 크기보다 훨씬 적게 인정되는 것이 현실이거든요.

그 상황을 기존에는 상대방을 형사처벌에 이르게 함으로써 형사합의금도 받고 하면서 그 균형을 맞춰왔다면 지금은 형사처벌을 완전히 없애면서 그런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장치가 완전히 사라졌어요. 즉 가정을 지키고자 노력했던, 그리고 그 내연남이라든지 상간녀라든지 이런 사람들이 가정을 파괴하면서 일으키는 피해에 비해서 너무 현실적으로 적게 인정되는 문제가 있어서요.

지금은 비범죄화 하는 것에는 적극적으로 동의는 하지만 이를 손해배상 액수를 상향하는 것으로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정의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그런 의견을 갖고 있습니다.

▲앵커= 네. 간통죄도 폐지된 마당에 위자료라든지 실질적인 대안이 나와야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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