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집 비운 사이 내연남과 성관계... 주거침입 기소
유무죄 엇갈린 1·2심... 결국 무죄 선고됐던 2심 확정

[법률방송뉴스] 남편이 집을 비운사이 유부녀가 몰래 불륜관계인 남성을 집에 데려와 바람을 피웠다면, 이 남성은 주거침입 혐의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그간 이 사건과 관련해 내연남이 해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단을 내리며 팽팽한 공방이 이어져 왔었는데요.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사건에 대한 상고심 선고를 내리고 "주거침입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어떤 이유로 이런 판결을 내렸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봤습니다. 김해인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 2019년 유부녀 A씨는 친목 모임을 통해 남성 B씨를 알게 됐고, 불륜관계를 맺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점점 대담해져 유부녀 A씨는 B씨를 남편이 해외 파견 근무로 집을 비운 사이 부부가 함께 사는 집까지 수차례 데려와 성관계를 가지는 상황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그러던 중 A씨의 남편 C씨가 집에서 벌어지던 이들의 부정행위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내연남 B씨를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왜 남편 C씨는 주거침입 혐의로 고발을 한 걸까. 

간통죄가 폐지됐기 때문에 우회적인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설명입니다. 

[김보람 변호사 / 법률사무소 해온]
"불륜행위 자체에 대한 형사처벌을 할 수 없게 되니까 그 외에 형사처벌을 할 수 있는 다른 범죄를 소위 말해 찾다 보면, 사실 간통죄가 폐지된 지 좀 됐으니까 그 이후에 이런 식으로 고소하는 경우가..."

나아가 엄연히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인데, 아내의 허락만 받았을 뿐 자신의 허락을 받지 않았으니 주거를 침입했다는 이유를 들어 혐의 적용이 가능했을 것이라고 김보람 변호사는 덧붙였습니다. 

결국 B씨는 내연관계인 유부녀 A씨의 동의만 받고 불륜의 목적으로 부부 집에 들어갔다 재판에 넘겨졌고, 공동거주자 중 한 명의 승인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다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됐습니다. 

[김보람 변호사 / 법률사무소 해온]
"공동거주자가 있는 경우에 1명만의 동의가 있고 다른 사람의 동의가 없는 경우에 주거침입이 성립하는지 여부에 대해서 문제가..."

먼저 1심은 B씨의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에서 결과가 뒤집혀 B씨에게 무죄가 선고됐습니다. 

"불륜 남성은 A씨의 '승낙'을 받고 집에 들어간 것이므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게 2심 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2심 재판부는 "남성이 간통을 목적으로 A씨의 집에 들어간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부재중인 다른 공동 주거권자의 추정적 의사 유무가 사실상의 주거 평온을 보호법익으로 하는 주거침입죄 성립에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거주자의 의사에 반해 누군가가 주거에 들어왔다면 그 평온은 깨진 게 맞지만, 거주자 둘 중 한 명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면 '주거의 평온'이 깨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겁니다.  

결국 원심의 엇갈린 판단과 함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이어지자 지난 6월 대법원은 해당 사건을 공개변론에 부쳤습니다. 

여기서 검찰은 "헌법상 주거의 자유가 공동거주자 모두에게 보장돼야 한다. 출입을 승낙할 자유보다 각자의 주거 평온이 우선시돼야 하는 만큼 주거침입죄가 성립돼야 한다"고 지적하며 B씨의 유죄를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B씨가 내연녀 A씨의 승낙은 받았지만 남편 C씨의 반대가 예상되는데다,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해 민사상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혐의는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주거권이 무시돼서는 안 된다는 게 검찰의 주장입니다. 

이에 대해 A씨 변호인 측은 "이미 폐지된 간통죄를 대신해 주거침입죄로 불륜행위를 처벌하려는 것"이라며 "아내의 승낙이 있음에도 남편 의사에 반한다는 이유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면, 아내보다 남편의 의사가 우선한다는 문제가 생긴다"고 반박했습니다.

치열한 법리적 다툼 끝에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상고심 선고를 통해 "주거침입죄가 아니"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대법원은 "공동거주자 중 주거 내에 현재하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아 통상적인 출입방법에 따라 공동주거에 들어간 경우, 그것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추정적 의사에 반하더라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주관적 사정만으로 바로 침입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보람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가족 내부의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보람 변호사 / 법률사무소 해온]
"아직 공동주거권자 사이의 의견 대립은 가족 내부의 문제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측면에서는 국가가 개입해서 처벌까지 하는 부분이 좀 축소됐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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