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2심 징역 1년 선고유예

법률방송 그래픽=김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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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방송뉴스] 이혼소송 중 아내와 살던 5살 자녀를 면접교섭 기간에 데려온 뒤 양육권자인 아내에게 데려다주지 않고 연락을 두절해버린 남편에 대해 대법원이 "미성년자 약취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오늘(9일)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미성년자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미성년자 약취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재판부는 먼저 “부모의 별거 또는 이혼 상황에서 일방 배우자가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자녀를 적법하게 데리고 갔다가 면접교섭 기간이 지난 뒤에도 데려다주지 않는다는 사정만으로 항상 미성년자 약취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봤습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고인의 행위는 불법적인 사실상의 힘을 수단으로 피해 아동을 그 의사와 복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 및 보호 관계로부터 이탈시켜 자기의 사실상 지배하에 옮긴 적극적 행위와 형법상 같은 정도의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며 미성년자 약취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5살이던 피해 아동은 말이 잘 통하지 않는 대한민국에서 피고인과 살면서 기존에 유대관계를 갖고 있던 보호자와 연락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친모와의 유대관계를 잃어버리게 됐다"며 "이는 아동의 복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인인 A씨는 프랑스인 B씨와 이혼소송 중 프랑스 법원의 결정에 따른 면접교섭권을 행사하기 위해 프랑스에서 B씨와 함께 생활하던 딸 C양을 한국으로 데려왔습니다. 

2014년 8월 6일 A씨는 C양으로 돌려보내기로 약속했었지만, 이 기간이 지난 뒤에도 C양을 프랑스로 돌려보내지 않고 B씨와의 연락을 끊었습니다. 

이후 A씨는 가정법원의 유아 인도 명령에도 불응했다 미성년자약취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미성년자약취는 폭행과 협박 등으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자유로운 생활을 하지 못하게 하는 범죄를 의미합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딸이 프랑스에서 학대를 받아 어쩔 수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은 "A씨는 장기간 부인 B씨와 딸의 연락을 방해하고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 딸에게서 학대가 의심됐다고 주장하나 B씨와 프랑스 경찰, 자신의 변호사에게 이를 알렸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A씨 주장은 딸의 인도를 거부하고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지어낸 것에 불과하다"면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A씨가 항소심에서 딸을 인도해 B씨가 선처를 탄원하고 있다"면서 "벌금형을 2회 선고받은 것 말고는 범죄 전력이 없다"며 징역 1년의 선고를 유예했습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선고를 미룬 뒤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입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고 본 가운데, 대법원 관계자는 "적극적인 불법행위가 아닌 아이를 돌려보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미성년자약취죄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의의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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