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법률가를 만나다] "법과 IT를 결합한 또 다른 미래 만들고파"... '화난사람들' 대표 최초롱 변호사
[청년 법률가를 만나다] "법과 IT를 결합한 또 다른 미래 만들고파"... '화난사람들' 대표 최초롱 변호사
  • 김해인 기자
  • 승인 2021.09.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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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 패스 후 선택한 창업... 별다른 홍보 없이 17만명 회원 보유
이루다·BMW 화재·국민 욕조 까지... 진행 중인 집단소송 90여개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자신만의 강점이나 관심을 살려 전문분야를 개척해 나가는 청년 변호사들을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오고 있는데요. 

오늘(3일) ‘청년 법률가를 만나다’ 코너에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합격하고 법조인으로서 탄탄대로를 걸을 줄만 알았던 한 변호사가 스타트업 대표가 된 사연을 가져왔습니다. 

BMW 차량 결함 화재, 유해성분 검출로 논란이 된 '국민 아기욕조' 사건 등 법률방송과도 꾸준한 협업을 통해 다양한 사건들을 국민들에게 알리며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공동소송 리걸테크(Legal-Tech) 기업, ‘화난사람들’의 대표 최초롱 변호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서울고등법원 재판연구원까지 지내며 성적도 좋았던 그가 법조계가 아닌 IT업계로 뛰어든 이유는 뭘까요.  

최초롱 화난사람들 대표를 김해인 기자가 직접 만났습니다.

[리포트]

여느 때와는 다르게 법률방송 취재진이 찾은 곳은 서초동 법조타워가 아닌 스타트업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서울 동작구의 한 공유오피스였습니다. 

거기서 만난 최초롱 변호사는 앳된 모습 속 자신에게 주어진 일은 해내고야 마는 ‘똑순이’ 기질을 갖고 있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든 어엿한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입니다. 

법대를 다니며 남들처럼 때가 돼서 고시공부를 하게 됐고,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패스한 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재판연구원으로 일했을 만큼 성적도 좋았지만, 어딘가 모를 갈증이 있었다는 게 최 대표의 말입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공부를 시작하고 방황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뭔가 ‘뭔가’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새로운 걸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근데 내가 이렇게 공부를 해서 죽을 때까지 법조인으로 살고 싶은 건가...”

고시생 시절부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 미래를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던 찰나, 수업시간 중 들었던 한 교수님의 말이 운명처럼 꽂혀 지금의 진로를 선택했다고 최 대표는 당시를 회상했습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그때 어떤 수업에서 교수님께서, 법대 수업이었는데요. “미국의 CEO 중에 몇 프로가 변호사 자격이 있는 줄 아냐. 그러니까 변호사 자격이 있으면 뭘 해도 더 잘 할 수 있다. 사회의 모든 전반이 다 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법률 전문가로서 법을 잘 이해하고 해석하고 검토할 능력이 있으면 어떤 일을 하더라도 남들보다 좀 더 앞선 위치에서 업무를 잘 할 수 있다” 그런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그 당시에 그게 제 귀에...“ 

결국 긴 고민 끝에 2년 간의 재판연구원 임기를 마친 후 최 대표의 도전은 시작됐습니다. 

2018년 4월, 공동소송 리걸테크(Legal-Tech) 기업인 ‘화난사람들’을 창업한 겁니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이른바 ‘법알못(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겐 그저 ‘그들만의 리그’인 법률 영역을 보다 쉽게 이해하고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었다는 게 최 대표가 밝힌 창업 배경입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사실 법과 정의에 대한 접근성을 높인다는 게 UN이 정한 사회적 발전목표 중의 하나일 정도로 굉장히 중요한 목표이고 그걸 우리나라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사회적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충족되지 못한 리걸니즈들이 있잖아요. 그 충족되지 못한 리걸니즈의 원인을 생각해봤어요. 왜 이분들은 법률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까. 그런 생각을 했을 때...” 

분명 법은 평등한데, 법을 이용하는 건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에 패기 넘치게 시작한 창업, 최 대표에게도 물론 힘든 점이 있습니다. 

국내 사법계 현실상 당사자가 원하는 만큼의 만족스러운 법원 판결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보니, 화난사람들을 통해 집단소송을 하는 고객들의 니즈와 현실 간의 간극에서 오는 고민이 큰 겁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저는 변호사의 입장이라기보다는 고객 분들의 의견을 많이 듣게 되는데요. 일반인 분들은 뭔가를 법으로 한다고 했을 때 사이다 결론을 많이 원하시는데 사실 사이다 결론이 나올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이분들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그런 구조가 본질적으로 아니다보니까 그런 점에서 법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지만...”

별다른 홍보 없이도 보유 중인 회원 수가 약 17만명, 현재까지 진행된 사건만 90여개인 화난사람들. 

일반인들의 제보로 촉발된 BMW 차량결함 화재사건 부터 이동통신사의 5G서비스에 대한 손해배상 사건, 인공지능(AI) 챗봇 '이루다'를 통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유해성분이 나와 공분을 산 '국민 아기욕조' 사건 등 다양한 소송이 국민적 관심을 받으며 피해구제가 진행됐습니다. 

최 대표는 그중에서도 지난해 대법원에서 디지털 성범죄 양형을 새로 정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에 국민 의견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 가장 의미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일단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 관해서는 참여한 분들의 숫자가 2만명이 넘었어요. 그래서 이런 관심과, 이게 저희 프로젝트가 얼마나 거기에 영향을 미쳤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관심들이 실제로 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국민 의견을 법원에서도 인지하고. 이렇게 기존보다는 중한 수준의 양형 기준이 생겼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는 ‘리조트 투자사기’건을 꼽았습니다.

처음엔 몇 명의 피해자들이 직접 제보해 시작된 소송이었지만, 진행 과정 중에 미처 사기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해 계속해서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던 겁니다. 

하지만 화난사람들을 통해 해당 사건이 알려지며 많은 피해자들을 구제할  수 있었다며 최 대표는 뿌듯함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사건인데요. ‘리조트 투자사기’ 건이었거든요. 제보가 되고 시간차를 두고 계속해서 댓글이 달리기 시작하는 거예요. 변호사님이 저희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시면서 이게 사기라는 걸 많은 분들이 인지하시고. 이렇게 피해를 공론화하고 공동으로 절차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음으로 인해서 이분들의 피해가 축소될 수 있구나. 그런 보람을 느끼게 됐죠.”

최 대표는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의미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 대표는 법적 구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소통 공간을 늘리고 공론화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창구가 되기 위한 기능들을 강화하는 한편, 향후 관련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을 위한 서비스를 구축하는데 힘쓸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나와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서 모으고 또 공론화하고 그 다음에 법적인 해결 방법을 찾고. 이런 일련의 니즈가 있다는 걸 파악했거든요. 그리고 그런 생활밀착형 문제를 겪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 인터넷 정보는 많은데 실제로 나에게 어떤 정보가 도움이 되는 정보인지(잘 모르시잖아요). 정보가 너무 많다 보니까 제대로 올바른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런 정보를 큐레이션 해드리는 서비스를...”

비록 업무는 다르지만 ‘변호사’라는 자격증을 가진 동료이기도 한 청년 변호사들에게 한 마디 해줄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최 대표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응원의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 했습니다. 

[최초롱 변호사 / 화난사람들 대표]
“그냥 같이 이렇게 험난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동료로서 말을 하자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 초기에 스타트라인에서 고민할 때 그런 것과는 전혀 다른, 더 넓은, 더 선택지가 많은 그런 세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기존의 선배들의 길을 딱 따라가지 않아도 더 많은 길이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법률방송 김해인입니다.

 

김해인 기자 haein-kim@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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