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영화, 드라마 등 콘텐츠 내용 중 관객과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알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이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이지원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법률방송뉴스] 올해 편성된 드라마 중 <모범택시>와 <빈센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주인공이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사회의 규칙이나 도덕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온갖 위법을 자행한다는 점인데요, 그들은 이러한 방법을 통해 범죄자들을 법의 테두리 밖에서 스스로 처단하곤 합니다.

최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드라마 <악마판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인공 시범재판부 재판장 강요한은 난폭 운전을 하는 운전자의 차를 직접 따라가 부숴버리기도 하고, 담당하던 재판에서는 주목하고 있던 이들을 모두 놀라게 할 만한 형량인 징역 235년을 선고하기도 합니다.

즉, 과거 드라마나 영화가 대부분 악인을 잡아 수사기관에 연행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면, 최근 매체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법에 규정된 형량보다 무겁게 처단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드라마의 설정은 그 당시 사회 전반에 공유되고 있는 문제의식을 기저로 삼습니다.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욕구를 이끌어야 흥행을 노릴 수 있는 만큼, 이는 드라마 제작에 당연히 고려되는 전제 사실이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최근 대중들이 <모범택시>, <빈센조>, <악마판사>와 같은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법원이 내리는 현실의 판결과 대중들이 생각하는 정의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으며, 대중들은 현실에서 해소할 수 없는 정의에 대한 갈망을 드라마를 통해 해소하고자 한다는 것입니다.

현실로 눈을 돌리면, ‘대한민국은 범죄자가 살기 좋은 나라이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이다.’ 등의 속설은 이미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습니다. 법조계 전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은 상당히 마음 아프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박할 수 있는 말이 적절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심지어 범죄의 당사자가 되었을 때 고소장 접수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언론 제보 및 국민청원을 통한 공론화라는 웃지 못할 팁까지 공유되고 있는 이유는, 수사기관과 법원을 통해서는 억울함을 풀지 못하리라는 우려가 이면에 있기 때문이라고 할 것입니다.

감히 한마디로 줄여 평하자면, 현재 우리나라는 법이 추구하여야 하는 세 가지 덕목인 정의, 법적 안정성, 합목적성 중 합목적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상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로 2019년 OECD 국가별 사법부 신뢰도 조사 결과에서는 우리나라가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습니다.

벌써 십수년간 형량이 적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는 점, 끝내는 OECD 국가 중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낮아졌다는 점, 국민들이 사법부보다 언론을 더 믿게 되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제는 법조계 역시 사회 구성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충분히 고민하여야 할 시기라고 할 것입니다.

법조계 일원의 한 명으로서, 우리나라 온 국민이 변호사는 모든 이의 방어권 행사를 위해 성실히 변호한다는 것을, 경찰과 검찰은 다른 사정에 구애받지 않고 억울함 없이 수사한다는 것을, 법원은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을 내린다는 것을 알게 되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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