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안전배려의무 다하지 않은 책임 있어"
인권위 진정인단에 청소노동자 4명도 포함

[법률방송뉴스] 지난 6월 서울대 기숙사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청소노동자의 인권침해를 조사해달라는 집단 진정이 제기됐습니다.

공동소송 플랫폼 ‘화난사람들’을 통해 시민 1천300여명이 어제(6일) 오후 서울대학교에서 숨진 청소노동자 이모씨가 인권침해를 당했는지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한 건데요.

관련해서 고인이 사망한지 40일 만에 서울대 오세정 총장이 “조직 문화를 돌아보겠다”며 유족들에게 대면사과와 함께 근로 환경 개선을 약속했지만, 직장 내 갑질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국가인권위원회법은 인권침해가 발생할 경우, 당사자가 아니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누구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민 1천 387명이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는지 조사해 달라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인권위 진정 법률대리인은 법무법인 산지의 최혜원 변호사.

대기업 사내변호사로 시작해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을 거쳐 유명 보험사 자금세탁 방지 최고책임자를 지냈습니다.

국민고충처리, 부패방지 등 기능을 수행하는 권익위원회 관련 사건을 다수 다룬 경력이 있습니다.

[최혜원 변호사 / 인권위 집단진정 법률대리인]
"인권위원회나 권익위원회가 준사법기관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법원이나 검찰보다는 강제력에서 떨어진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그 영향력은 법원, 검찰만큼 영향력이 강하고요. 권익위나 인권위에서 국민을 위해서 좋은 결정을 내려주시면 제도개선 효과가 있습니다."

한편, 숨진 50대 여성 청소노동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난 1년 6개월간 폭증한 업무량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200명 가까운 학생들이 거주하는 엘리베이터도 없는 4층짜리 여학생 기숙사 청소를 혼자 전담하면서 매일 10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6~7개는 기본적으로 날라야 했을 만큼 격무에 시달렸습니다.

진정인단은 먼저, 노동 사용자인 서울대가 안전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은 책임이 있고 결국 건강권과 생명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합니다.

또한 진정인단은 "학교 관리자가 청소노동자들에게 청소업무과 관계없는 시험문제를 풀게 한 뒤 성적을 공개했고 복장에 대한 점검·평가를 하는 등 모욕감을 줬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격권과 행복추구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을 침해했다"며 인권위가 실태를 조사하고 시정 권고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최혜원 변호사 / 인권위 집단진정 법률대리인]
"청소노동자한테는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영어시험을 본다든지 그리고 영어시험을 보고 또 성적을 공개했다고 들었습니다. 성적공개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는 인권위의 결정이 있었고.."

진정인단에는 사망한 이씨와 같은 청소노동자 4명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들은 "청소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과 인식이 개선되길 바란다"며 인권위 진정에 동참했습니다.

[정성훈 / 서울대 청소노동자 노조 분회장]
"분노를 느꼈고요. 청소노동자가 알 필요가 없는 내용들을 외국인을 상대해서 안내를 해야 한다는 이유만으로 시험을 봐서 시험성적을 공개적으로 전달했다는 것 자체도 심각한 인격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이고요."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이번 사건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고 발표했지만,

이는 단순히 근로기준법 위반에 국한된 판단이라며 인권위가 더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 / '서울대 청소노동자 사망 사건' 유족]
"인권이나 있어서는 안 되는 일들에 대한 인식이 참 부족한 것 같아요. 물론 저희 아내의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 일을 통해서 우리 이 땅에서 참 '실패자들'이라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많이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인격도 없는 것 같이 보이는 사람들, 그런 분들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